'삼청동 공관 회동'에 황교안도 배석

박근혜 정부 시절 청와대와 법원행정처의 재판거래 연루에 관여한 혐의를 받는 김기춘(79)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14일 검찰에 소환됐다(SBS)/그린포스트코리아
검찰이 김기춘(79) 전 대통령 비서실장으로부터 "박근혜 대통령 지시에 따라 법원행정처장을 불러 징용소송 판결을 지연시켜달라고 요구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SBS)/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박소희 기자] 일제 강제징용 손해배상 사건이 박근혜 전 대통령과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에 재판거래 대상이었던 정황이 검찰 수사에서 속속 드러나고 있다.

검찰이 김기춘(79) 전 대통령 비서실장으로부터 "박근혜 대통령 지시에 따라 법원행정처장을 불러 징용소송 판결을 지연시켜달라고 요구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검찰은 법원행정처가 소송을 미뤄주는 대가로 법관 해외파견을 얻어낸 것으로 보고 있는데, 이는 삼권분립을 뿌리채 흔든 행위이며, 국가가 전범기업과 전범국가를 위해 자국민의 피해를 외면한 것이다. 

이에 따라 박 전 대통령과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 징용소송을 둘러싼 재판거래의 '윗선'에 대한 직접 조사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16일 검찰에 따르면 소환된 김 전 실장은 지난 14일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검사 신봉수)에서 조사를 받으면서 "박 대통령이 '징용소송 대책을 마련해보라'고 지시했고 법원행정처장과 한 회동 결과도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김 전 실장은 2013년 12월1일 오전 차한성 당시 법원행정처장(대법관)과 윤병세 당시 외교부 장관을 서울 삼청동 비서실장 공관으로 불러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낸 소송의 결론을 최대한 미루거나, 전원합의체에 넘겨 판결을 뒤집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조사과정에서 드러났다. 

실제로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낸 소송 2건은 2013년 8∼9월 전범기업들의 재상고로 대법원에 다시 올라간 이후 5년간 결론이 나지 않고 있다. 

이른바 '삼청동 비밀 회동'이라 불리는 이날 회동에는 이미 알려진 3명 외에 또 다른 인물이 있었던 것으로 추가로 파악됐다. 

검찰은 황교안 당시 법무부 장관도 배석한 것으로 파악했다. 대통령 비서실장과 외교부 장관, 법무부 장관까지 참석한 회의였는데, 이렇게 보면 시급한 현안을 다루는 관계부처 회의나 다름없어 보인다. 비밀회동을 통해 청와대가 행정부처와 사법부의 대표들을 불러놓고 재판의 독립성 침해가 명백한 '거래'를 제안한 것이다. 김 전 실장은 검찰에서 "국익을 위해서였다"라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대통령은 피해자들 개인에 대한 전범기업의 배상책임을 인정할 경우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 체결한 한일청구권협정까지 흔들린다는 위기의식을 가졌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일본 정부는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에 따라 개인의 손해배상 청구권은 소멸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검찰은 차 전 처장이 공관 회동에서 전달받은 박 전 대통령의 뜻을 양승태 당시 대법원장에게 전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하고 있다. 검찰은 청와대의 지시가 당시 어떤 경로를 거쳐 대법원 담당 재판부에 전달됐는지 확인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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