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적합 'E1' 등급, 선진국 기준과 많게는 5배 차

MDF, PB 등 가공목재를 만들 때 쓰는 접착제가 포름알데히드의 원인이 된다. (픽사베이 제공) 2018.8.16/그린포스트코리아
MDF, PB 등 가공목재를 만들 때 쓰는 접착제가 포름알데히드의 원인이 된다. (픽사베이 제공) 2018.8.16/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서창완 기자] 가공 목재에서 배출되는 포름알데히드 관련 기준이 강화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 포름알데히드 방출량 환경기준은 일본, 미국 등 선진국에 비해 많게는 5배가량 낮다. 때문에 ‘새가구 증후군’이란 공포를 낳으며 관련 법이 제정된 지 5년이 지난 지금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포름알데히드는 섬유판(MDF)이나 파티클보드(PB) 등에서 방출된다. 이들 목재는 나무를 부순 뒤 접착제를 섞어 열과 압력으로 가공해 만드는 데 이때 사용하는 접착제에 해당 물질이 포함돼 있다. 포름알데히드는 장시간 노출되면 눈, 피부 및 호흡기에 자극을 주거나 피부에 과민성을 유발할 수 있다. 심하면 암을 유발하기도 한다.

2013년 제정된 ‘목재의 지속가능한 이용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우리나라 가구에 허용 가능한 포름알데히드 방출량은 'E1(0.5~1.5mg/L)' 수준이다. 이전에는 쓸 수 있던 'E2(1.5~5.0mg/L)' 등급 목재는 이때부터 규제 대상이 됐다. 주택용 침대, 씽크대, 목재가정용가구(옷장, 이불장) 등 3품목에 한정됐던 기준이 2005년부터는 전체로 확대됐다.

일부 가구업체에서는 'E1' 등급을 전면에 내세운다. 동서가구는 환경기준에 엄격하게 관리 규제되는 'E1 등급' 자재를 사용한다고 광고했다. 까사미아 역시 ‘호흡기로 느껴지는 자극을 최소화한 제품’이라고 표현한다. 이밖에 보루네오, 파로마, 소프시스 등 대다수 업체 홈페이지에서는 등급조차 확인할 수 없다. 이 업체들은 제품 소재란에 'MDF', 'PB' 등만 표시하고 있다.

국내 기준에 적합한 'E1 등급'이지만 민감한 아이가 있는 가정 등에서는 우려가 될 수밖에 없다. 서울 연희동에 사는 김모(37)씨처럼 비싸더라도 원목 제품을 쓰거나 친환경 등급이 유럽이나 미국 등 선진국 수준인 제품을 사용하는 사람이 많은 이유다.

김씨는 “인테리어 관련 일을 하면서 아토피질환 대부분이 주거 문제에서 발생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다섯 살짜리 첫째 아이에다 한 달 뒤 태어날 둘째를 생각하면 가구 선택도 신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MDF, PB 등 자재 기준을 유럽연합(EU), 미국, 일본 등 선진국과 비교하면 어떨까. EU는 2006년부터 약 0.4mg/L 이하인 목재만 실내 가구용으로 허용해왔다. 우리나라의 E0 기준치보다 낮은 셈이다.

미국 역시 한국이 사용하는 측정방식으로 환산하면 최소 'E0 등급' 이상만 실내용 가구로 사용할 수 있다. 한국과 같은 측정법을 쓰는 일본은 실내용 가구를 제작할 때 포름알데히드 방출량이 0.3mg/L보다 이상이면 일정 면적 이상 사용할 수 없게끔 제한하고 있다.

국립산림과학원 관계자는 “E2가 기준일 때는 E1도 친환경이라고 말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외국에서는 E0 정도 돼야 친환경이라고 한다”며 “E1을 친환경이라고 말하는 기업들은 국내 기준을 지켰다는 걸 내세워 광고효과를 얻기 위해 그렇게 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포름알데히드 논란은 계속 있어 왔지만 국내 업체가 크게 비판받은 건 지난 2014년이다. 이케아가 한국에 진출하면서 국내 업체 친환경 기준에 대한 문제가 제기된 것이다. 당시 이케아가 유럽 기업인데다 일본에도 납품을 한다는 근거로 'E0' 수준 제품을 쓴다고 알려진 반면 국내 가구업체 제품은 대부분 'E1'을 쓴다는 지적이 많았다.

산림과학원 관계자는 “이케아는 공룡 기업이라 불릴 만큼 규모가 큰데다 기술력도 있어 좀 더 안전한 기준으로 판매할 수 있는 점이 있다”며 “우리나라는 영세하고 조그마한 회사들이 국내 시장을 두고 판매하는 경우가 많아 단순 비교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나라 회사들도 점차 좋은 목재를 쓰는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영세한 업체들의 경우 제품 원가 측면을 무시하기는 힘들지만, 해외 업체와의 등급차가 결국 국내 가구업체에 대한 불신으로 돌아오는 악순환이 거듭되고 있다.

임대업을 하는 임모(32)씨는 “수작업 가구 공방에서 주문 제작 등으로 가구를 주문할 때는 특히 냄새가 심하다”며 “민감한 편은 아니지만, 문제가 된 적이 몇 번 있다 보니 국내 가구를 점점 찾지 않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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