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간 다른 이름을 지닌 식물명을 나란히 기록한 자료가 나왔다.(국립생물자원관 제공)2018.8.16/그린포스트코리아
남북 간 다른 이름을 지닌 식물명을 나란히 기록한 자료가 나왔다.(국립생물자원관 제공)2018.8.16/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주현웅 기자] 통일 후 좁혀야 할 남북 간 문화 차이는 한둘이 아니겠지만 우리 가까이 있는 식물마저 그 절반은 이름이 크게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16일 환경부 산하 국립생물자원관(자원관)에 따르면 식물 3523종 가운데 1773종은 남북 간 다른 이름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자원관은 지난 1월 생물다양성 분야의 남북협력 추진 및 식물명 통일안 마련을 위해 남북 식물명 조사에 착수한 바 있다.

자원관은 북한의 식물 3523종이 담긴 ‘조선식물지’를 ‘국가생물종목록’과 비교하며 연구를 진행했다. 조선식물지는 임록재 박사 등 18명의 북한 식물학자가 2000년 발간했다. 국가생물종목록은 2007년부터 자원관이 매년 말 발표하고 있다.

두 기록을 비교한 결과 전체 식물 중 남북 간 이름이 다른 종이 약 50%에 달했다. 예를 들어 미나리아재비목에 속한 ‘작약’을 북한에서는 ‘함박꽃’으로 부른다. 장미목에 속한 ‘자도나무’는 북한에서 ‘추리나무’로 불린다. 마디풀목에 속한 ‘소리쟁이’는 북한에서 ‘송구지’로 불린다.

자원관은 이처럼 식물명이 다른 경우를 유형별로 분석했다. 그 결과 외래어 순화, 비속어 배척 등 남북한의 정책적인 원인에 의한 차이가 약 18% 수준을 보였다. 합성명사의 유무와 같은 단순 차이는 약 10%였으며, 두음법칙의 미사용 등 표준어 표기법 차이는 약 7%였다.

이밖에 식물명이 정해지는 방식도 차이가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남한의 경우 이름을 최초로 부여한 문헌의 선취권을 인정하며 식물명이 정해지는 경향이 짙었다. 반면 북한은 국가 또는 일부 학자가 제시한 통일적 기준으로 식물명을 정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자원관은 이번 조사를 토대로 ‘국가생물종목록’과 북한의 ‘조선식물지’의 차이점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국가생물종목록집-북한지역 관속식물’을 지난 15일 발간했다. 이 책은 남북한에서 사용하는 식물명의 차이점을 한눈에 알 수 있도록 나란히 기록한 게 특징이다.

서민환 자원관 생물자원연구부장은 “한반도 생물다양성의 총체적인 규명을 위해서는 남북한 생물표본의 상호교환, 연구자들의 공동조사 등 남북협력이 필수”라며 “국가생물종목록집-북하지역 관속식물‘이 남북한 교류의 징검다리가 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chesco12@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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