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플라스틱빨대 국내 사용량 26억개 추정
대체재 개발 한창… 사용량 감축이 근본 대안

환경부 일회용컵 단속이 시작되면서 사용량이 늘어난 머그잔에 플라스틱 빨대가 꽂혀 있는 모습. (서창완 기자) 2018.8.14/그린포스트코리아
환경부 일회용컵 단속이 시작되면서 사용량이 늘어난 머그잔에 플라스틱 빨대가 꽂혀 있는 모습. (서창완 기자) 2018.8.14/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서창완 기자] 지난 2일 환경부의 커피전문점 등 식품접객업의 매장 내 '일회용컵 단속'이 시작됐다. 시행된 지 열흘 넘게 지난 현재 매장 내 일회용컵 사용은 줄어든 모습이다.

14일 자원순환사회연대에 따르면 지난 2~8일 환경부와 자발적 협약을 맺은 커피전문점 77개 매장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손님들의 테이크아웃 의사를 확인한 매장은 73개(94.8%)로 나타났다. 2일 35%에서 6일만에 59.8%p 증가한 수치다. 안내문 부착과 충분한 다회용컵 비치 여부도 각각 98.7%, 92.2%로 조사됐다.

◇플라스틱 빨대 사용량 26억개… 제재 대상 없어

일회용 플라스틱컵 사용량이 줄어든 반면 제재 대상에서 빠진 품목이 있다. 한 세트나 다름없는 플라스틱 빨대다. 환경부 단속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빨대는 여전히 머그잔에 꽂혀 나온다. 카페 직원들도 “빨대는 뒤에서 가져가면 됩니다”라고 친절히 안내해준다. 일회용컵보다 작고 가볍지만 버려지는 플라스틱 빨대 수는 상당하다.

서울 연희동 카페 보틀팩토리에서는 플라스틱 빨대 대신 스테인리스 빨대를 쓴다. (서창완 기자) 2018.8.2/그린포스트코리아
서울 연희동 카페 보틀팩토리에서는 플라스틱 빨대 대신 스테인리스 빨대를 쓴다. (서창완 기자) 2018.8.2/그린포스트코리아

올 1월 CNN 보도에 따르면 미국인이 매일 사용하는 플라스틱 빨대 수는 약 5억개에 달한다. 또 매년 버려지는 플라스틱 빨대를 800만톤 정도로 추정했다. 지난 2015년 기준 환경부 추정치인 일회용컵 사용량은 260억개다. 이중 플라스틱컵은 26억개 정도다. 환경부는 플라스틱 빨대 사용량도 그 정도로 추정하고 있다.

플라스틱 빨대 금지는 외국에서부터 시작되고 있다. 영국은 정부 차원에서 연내 플라스틱 빨대를 금지하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캐나다 밴쿠버 시의회는 내년 6월부터 식당·술집에서 일회용 빨대를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법안을 의결했다. 유럽연합(EU)은 올해 5월 빨대, 면봉 등 일회용 플라스틱을 EU 전역에서 사용하지 못하도록 제안했다.

우리나라는 어떨까. 이병화 환경부 자원순환정책과장은 “빨대는 현행법상 금지 대상이 아니라서 업계 자율적으로 감축을 유도하고 있다”며 “빨대가 이슈화된 게 비교적 최근이라 과거 법 제정 과정에 빨대는 미처 생각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하반기에 소비자 인식조사 등을 해서 법적인 규제 방안은 내년쯤 검토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 과장은 업계에서 플라스틱 빨대 대체제와 관련해 단가 문제로 고민이 많다는 이야기도 전했다. 그는 “플라스틱 빨대를 금지하려면 대체품이 있어야 하는데 그 부분에 대한 시장 조사를 해봐야 한다”며 “업계에서 나오는 대체품 보급이 많아지면 단가가 떨어질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플라스틱 빨대 대체재… 뭐가 있을까?

소비와 유통 단계에서는 플라스틱 빨대를 줄이려는 움직임이 조금씩 늘고 있다. 이탈리안 식당 ‘닥터로빈’은 이번 달부터 전국 매장에 ‘쌀 빨대’를 도입했다. 먹을 수 있는 빨대인 쌀 빨대는 쌀과 타피오카를 섞어 반죽을 만든 뒤 속이 비어있는 대롱 형태로 제작됐다. 김광필 연지곤지 대표가 만들어 닥터로빈이 사용하기 시작한 쌀 빨대는 외식 업계들의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커피전문점 엔제리너스는 지난 13일부터 15일까지 빨대가 필요 없는 뚜껑을 전국 매장에 단계적으로 배포하고 있다. 해당 컵 뚜껑은 가운데 빨대를 꽂을 수 있는 구멍이 뚫린 기존 컵 뚜껑과 달리 컵을 기울여 음료를 마실 수 있는 모양으로 제작됐다.

엔제리너스에서 도입한 빨대가 필요없는 컵 뚜껑. (엔제리너스 제공) 2018.8.14/그린포스트코리아
엔제리너스에서 도입한 빨대가 필요없는 컵 뚜껑. (엔제리너스 제공) 2018.8.14/그린포스트코리아

엔제리너스 홍보팀 관계자는 “빨대에 대한 대체제도 검토 중인데, 종이 빨대는 종이를 써야하니 다른 빨대들도 살펴보고 있다”면서 “한 번 도입하면 다시 변경하기 힘든 점이 있어 쌀이나 수수로 만든 빨대 등도 생각해 보고 있다”고 밝혔다.

스테인리스 등으로 제작돼 여러 번 사용할 수 있는 빨대도 있다. 서울 성동구 서울숲 인근에 자리 잡은 식료품점 ‘더 피커’에서는 스테인리스와 대나무로 만들어진 빨대를 판매 중이다. 손으로 안쪽까지 씻기 어려운 점을 생각해 빨대 안쪽을 닦을 수 있는 솔도 함께 구매할 수 있다. 서울 연희동의 카페 보틀팩토리에서는 플라스틱 빨대 대신 스테인리스 빨대를 고객에게 제공한다.

김미화 자원순환사회연대 사무총장은 “환경부 노력과 업체들의 대체재 개발 모두 고무적”이라면서도 “결국 되도록 빨대 사용을 자제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 총장은 이어 “소비자는 매장에서 마실 때 빨대 사용을 자제하고, 기업은 점점 빨대를 제공하지 않는 노력을 함께 해야 한다”면서 “정부도 제도 강화로 뒷받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seotive@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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