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폐지와 섞어 버려 재활용 비율 10% 수준
환경부, 일회용품 규제대상에서 종이컵 제외

 

환경부가 발표한 ‘자원재활용법’에는 일회용품 규제대상에 종이컵이 빠져있다.
환경부가 발표한 ‘자원재활용법’에는 일회용품 규제대상에 종이컵이 빠져있다.

 

[그린포스트코리아 박소희 기자] “환경보호를 위해 드시고 가시면 머그컵 어떠세요?”

매장 내 일회용 컵 사용이 금지됨에 따라 커피전문점에 가면 이제 머그컵 권장을 경험하게 된다.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자원재활용법)’ 제10조에 따라 8월부터 식품접대업의 경우 매장 내 일회용 플라스틱컵 사용이 전면 금지됐기 때문이다. 따라서 손님이 음료를 일회용 플라스틱컵에 받았다가 바깥 더위에 생각이 바뀌었다고 매장으로 들어가 자리를 잡는다면 사업장은 규모에 따라 최대 200만원의 과태료를 물게 된다. 

그러나 종이컵에 음료를 받은 손님은 매장에 머물다 갈 수 있다. ‘자원재활용법’ 일회용품 규제대상에서 종이컵은 빠져있기 때문이다. 2008년 전까지는 종이컵도 매장 내 사용이 금지되었지만, 이명박 정부 당시 규제를 완화하며 사용이 가능해졌다.

문제는 일회용 종이컵의 재활용률이 5~10%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종이는 물에 젖는 성질이 있어 종이컵 내부를 폴리에틸렌(PE)으로 코팅하는데, 이를 일반 폐지와 섞어서 배출하면 재활용되지 않는다. 우유 팩을 일반 종이와 분리해 따로 배출해야 하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종이는 재활용하는 공정에서 섬유질을 분리해야 하는데, 코팅이 돼 있으면 분리가 잘 안 된다. 따라서 종이컵을 재활용할 수 있는 업체로 따로 보내야 한다. 일반 폐지와 종이컵을 한꺼번에 버리면 수거한 폐지업체가 종이컵만 골라내는 작업을 해야 한다는 것인데, 그럼 비용(인건비)이 추가로 발생한다. 폐지 업체가 섬유질이 풀리지 않은 종이컵을 쓰레기로 처리하는 이유다. 

 
국내 종이컵 재활용률은 10% 수준이다. 종이컵 내부를 폴리에틸렌(PE)으로 코팅하는데, 이를 일반 폐지와 섞어서 배출하면 재활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박소희 기자) 2018.08.13/그린포스트코리아
국내 종이컵 재활용률은 10% 수준이다. 종이컵 내부를 폴리에틸렌(PE)으로 코팅하는데, 이를 일반 폐지와 섞어서 배출하면 재활용되지 않기 때문이다(박소희 기자)/그린포스트코리아

 

쓰레기가 된 종이컵은 매립되거나 소각된다. PE를 소각하면 유해가스가 발생하고, PE를 매립하면 100% 자연분해되지 않는다. 이러나저러나 환경에 유해하긴 마찬가지라는 얘기다. 

환경부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우리나라 일회용 컵 사용량은 260억개에 달한다. 이중 종이컵 사용은 연간 230억개로 종이컵 사용량이 플라스틱컵 사용량보다 많다.

사용량은 많은데 재활용 비율은 10% 미만인 상황에서 "플라스틱보다 재활용이 더 잘되고, 전체적으로 봤을 때 환경 부담이 적다고 봐서 규제대상에서 빠진 것으로 안다”는 환경부 관계자의 설명은 자원재활용법 규정이 얼마나 허술한지 그대로 드러낸다. 

종이컵이 만들어질 때 수많은 열대 우림이 잘리고, 슬러지, 화학물질, 탄소 등 각종 환경오염 물질 등을 배출하며, 에너지를 다소비 한다는 사실을 환경부에서 인지했다면 "환경부담이 적다"는 결론은 그리 쉽게 나올 수 없을 것이다. 

플라스틱 소재와 종이가 결합된 형태의 종이컵은 가정에서 '종이'로 분리배출 한다고 재활용이 모두 되는 건 아니다. 제대로 '잘' 분리해야 재활용이 가능하다.

가정주부 최모(60·서울 강북구)씨는 "아파트 쓰레기 분리배출 하는 곳에 가보면 종이, 캔, 비닐, 플라스틱, 음식물, 일반 종량제 쓰레기, 옷 정도로 구분해 버릴 수 있게 만들어 놨다. 가끔 어디다 버려야 할지 헛갈리는 재활용품은 가장 비슷해보이는 항목에 버린다. 종이컵 역시 종이에 버리면 되는 줄 알았다. 오늘도 우유팩을 종이배출쪽에 버렸다. 종이컵이나 우유팩 항목이 분류돼 있으면 분리해 버렸을 것"이라고 말했다. 

종이컵 역시 플라스틱과 마찬가지로 환경에 유해하다. 따라서 현재 분리배출 체계 정비와 종이컵 사용 규제를 포함하는 자원재활용법 수정은 시급해 보인다. 

 

ya9ball@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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