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으로 되짚어보는 국내 플라스틱의 역사

 
오늘날 우리는 '플라스틱'과 함께 살아간다. (The Verge 제공)
오늘날 우리는 '플라스틱'과 함께 살아간다. (The Verge 제공)

[그린포스트코리아 황인솔 기자] 오늘날 현대인들은 '플라스틱 범람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주변을 돌아보면 플라스틱은 생활용품, 첨단기기, 의료 등 광범위한 분야에 사용되고 있고 우리의 생활 속 '동반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플라스틱은 20세기에 많은 사람들의 생활 모습을 바꿔놓았고, 21세기에도 세상을 바꿀 '기적의 신소재'로 많은 기대를 한몸에 받았다. 그러나 최근에는 '환경오염의 주범'이란 오명으로 규제의 대상이 됐다.

국내에서 플라스틱이 환경오염을 유발한다는 의견은 1970년대부터 제기됐다. 썩지 않는 성질 때문에 폐기가 어렵고, 암을 유발하는 등 건강상 문제도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하지만 이후에도 국내 플라스틱 시장은 꾸준히 성장했고, 약 50년이 지나고 나서야 그 심각성이 대두되면서 본격적인 '플라스틱과의 전쟁'이 시작됐다.

'21세기는 플라스틱의 시대', 경항신문 1962년 11월 2일 보도 (네이버 뉴스라이브러리 제공)
'21세기는 플라스틱의 시대', 경항신문 1962년 11월 2일 보도 (네이버 뉴스라이브러리 제공)

◇1950~60년대 '기적의 신소재'

"목재·벽돌보다 값싸고 모양 성형이 쉬운 새로운 자재 플라스틱의 등장"(경향신문, 1959년 3월 17일 보도)

국내 언론에 플라스틱이 처음 소개된 것은 1950년대 후반으로 대량 생산이 용이하고 가격이 저렴하다는 점이 강조됐다. 또 '쉽게 썩지 않는 성질' 때문에 그 어떤 물질보다 견고하고 장기 사용이 가능하다며 예찬이 이어졌다.

1960년대에도 플라스틱은 '기적의 소재'로 여겨졌다. 당시 발행된 신문들에는 건축자재로 주로 사용된 목재, 벽돌을 플라스틱으로, 누에에서 뽑은 실이 합성섬유로 대체되는 등 우리의 생활을 바꾼 사례를 싣고 있다.

당시 언론은 21세기를 '플라스틱의 시대'라고 명했다.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인공심장, 자동차 엔진과 차체, 비행기, 우주선 부품 등을 소개하면서 인류는 석기시대, 청동기시대, 철기시대를 거쳐 플라스틱 시대에 도달했으며 더욱 많은 부분이 대체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도시의 쓰레기 문제 이대로 좋은가?, 동아일보 1977년 8월 22일 보도 (네이버 뉴스라이브러리 제공)
도시의 쓰레기 문제 이대로 좋은가?, 동아일보 1977년 8월 22일 보도 (네이버 뉴스라이브러리 제공)

◇1970년대에는 미래의 '말썽거리'

"플라스틱이 선진국에서 대기오염·수질오염과 함께 환경오염물질로 크게 문제 되고 있어"(동아일보, 1972년 7월 7일 보도)

플라스틱이 상용화된 1970년대에는 제조 과정에서 유해물질이 발견되는 사례가 발생했다. 플라스틱의 일종인 베이클라이트의 합성에 사용되는 포르말린이 그릇에서 다량 검출되거나 유해 색소가 묻어나와 판매 중지되는 일도 있었다. 

또 플라스틱이 암을 유발한다는 설도 제기됐다. 1975년 한 언론은 미국 소비자보호운동가의 말을 인용해 "플라스틱은 발암물질인 염화비닐을 사용하기 때문에 식품 포장에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보도했다.

아울러 1970년대에는 플라스틱이 환경오염의 원인이 될 것이라는 의견이 처음 나왔다. 1972년 발행된 신문에서는 미국에서 땅, 바다에 버려진 플라스틱이 오랫동안 썩지 않아 처리가 어렵고, 이를 태워도 대기오염물질이 발생해 '플라스틱 공해'를 발생한다는 의견을 확인할 수 있다.

1977년에는 국내에서 생활수단의 발달로 폐기물이 날로 늘어나고, 서울에서 하루에 9332톤의 쓰레기가 생성되고 있다며 문제 삼았다. 또 가정에서 내놓는 쓰레기 중 플라스틱이 상당 부분을 차지해 단일 수거 방법으로는 재활용이 어렵고 결국 매립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 나왔다.

그러나 이후에도 플라스틱 시장은 꾸준히 성장했다. 당시 플라스틱 산업은 정부의 중화학 공업발전 정책과 1972년 울산석유화학단지, 1976년 여천 제2석유화학단지가 본격 가동되면서 합성수지 생산량이 급속하게 증가해 43만톤에 이르기도 했다.

국토 뒤덮는 비닐쓰레기, 동아일보 1981년 10월 31일 보도 (네이버 뉴스라이브러리 제공)
국토 뒤덮는 비닐쓰레기, 동아일보 1981년 10월 31일 보도 (네이버 뉴스라이브러리 제공)

◇1980~90년대 '영원한 공해' 유발…시장은 '호황'

"플라스틱과 비닐 등 폐기물 양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으나 반 이상이 방치된채 버려져 화학적 유독성을 내포한채 영구히 변치않는 상태로 남아 공해가 날로 심각해져"(동아일보, 1981년 10월 31일 보도)

1980년대에 들어서면서 국내 플라스틱 폐기물 처리 문제는 비중 있게 다뤄졌다. 당시 환경청(환경부)은 플라스틱, 비닐 등의 수거율이 전체의 58%에 불과하고 수거된 것도 소각시설이 부족해 그대로 버려지고 있다고 국회에 제출했다. 당시 플라스틱의 국내 소비량은 60만톤에 육박했고 그중 17만3000톤이 폐기물로 버려진 것으로 기록됐다.

1990년대에도 플라스틱 폐기물이 만드는 환경오염 문제가 꾸준히 제기됐다. 여행객이 강, 산, 바다 등에 버리는 플라스틱병이 자연을 더럽히고 있다며 '의식문제'가 강조되거나, 이를 막기 위해 정부가 분리배출을 강화해야 한다는 논평이 실리기도 했다.

또 기저귀, 칫솔, 면도기 등 일회용품의 부작용이 언급됐다. 불에 잘 타지도 썩지도 않는 재질로 만들어져 환경보호 측면에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밖에 언론에서는 매립해도 환경오염을 줄일 수 있는 '썩는 비닐', 생분해가 가능한 플라스틱 등 신기술이 소개되며 플라스틱이 환경에 피해를 주고 있는 것이 명확하며,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는 내용의 보도가 이어졌다.

그러나 이 시대의 플라스틱 시장은 호황기를 맞이했다. 1970년대부터 플라스틱 제품 수출의 필요성이 사회 전반에 퍼져 풍부한 인력자원과 원화의 경쟁력이 마련돼 있었다. 또 가방류와 원단을 비롯해 필름, 낚싯대, 쇼핑백, 앨범 등 품목도 점차 증가됐다.

우리 주변에는 여전히 수많은 플라스틱이 사용된다. (서창완 기자) 2018.6.7/그린포스트코리아
우리 주변에는 여전히 수많은 플라스틱이 사용된다. (서창완 기자) 2018.6.7/그린포스트코리아

◇50년 지나서야 '규제'...앞으로의 방향은?

플라스틱이 심각한 환경오염을 초래한다는 주장은 지난 1970년대부터 쭉 이어져왔지만, 그동안 '분리배출' 외에는 뾰족한 해결책이 마련되지 않았다. 그리고 분리배출된 플라스틱도 재사용률이 낮아 온전한 정책이라고 하기 힘든 실정이다.

이러한 국내 상황과 국외 요인이 어우러져 지난 4월에는 '재활용쓰레기 대란'이 이뤄지기도 했다. 당시 이낙연 국무총리는 주무 부처인 환경부를 향해 "실행력이 없거나 미약한 정책안은 수필이지 정책이 아니다"라며 강하게 질책했다.

그리고 여전히 우리 주변에는 수많은 플라스틱이 우리와 함께 생활하고 있다. 카페, 패스트푸드점, 영화관 등에서는 수많은 일회용 플라스틱컵이 배출되고 대형마트 비닐봉지, 음료수 페트병, 배달용 포장용기 등 종류도 다양하다.

8월부터는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 제10조에 의해 커피전문점 등 식품접객업소 내의 일회용컵 사용규제가 시작됐다. 50년간 미뤄져온 플라스틱 오염 문제 해결의 첫 단계이지만, 업주와 소비자는 환경을 생각하는 마음과 편의성의 '거리감'에 불만을 토해내기도 했다.

국제단체 '플라스틱오염연합'은 플라스틱 문제는 더 이상 '물러날 수 없다'며 이렇게 외쳤다.

"플라스틱은 절대 사라지지 않으며, 인간 건강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 우리가 마시고 사용하는 물을 오염시키고 야생을 위협하기까지 한다. 이대로 가면 2050년이면 바다에는 무게 기준으로 물고기보다 플라스틱이 더 많아질 것이다. 그때에는 어떻게 생존할 것인가. 플라스틱은 줄이는 것만이 정답이다."

breezy@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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