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친환경 코스메틱 브랜드 ‘러쉬(LUSH)’
원재료부터 포장재까지 꼼꼼한 '가치' 추구

기후변화, 나쁜 대기질, 물 부족 등 환경문제 해결은 국제사회의 공통된 관심사다. 환경문제는 개인의 삶에도 영향을 주지만, 기업에도 커다란 변화를 가져다준다. 많은 기업들이 친환경에 관심을 보인다. 전 세계가 환경을 걱정하는데, 이를 외면하고서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을 기대할 수 없어서다. <그린포스트코리아>는 창간 6주년을 맞아 국내 기업들이 어떤 방식으로 환경의 가치를 좇고, 무엇을 추구하는지 살펴봤다. [편집자주]

번화가를 걷다가 또는 백화점에서 코 끝을 간질이는 달콤하고 강렬한 향기를 맡아본 적이 있을 것이다. 영국의 친환경 코스메틱 브랜드 러쉬(LUSH) 매장에서 풍겨 나오는 냄새.

러쉬는 고객들이 농담 삼아 “먼저 향으로, 그 다음으로는 색채로 존재감을 어필한다”고 말할 정도로 인상적인 향과 디자인을 자랑하는 브랜드다. 

그 향과 디자인에 담겨 있는 러쉬만의 ‘친환경 정책’을 돌아봤다.  

(홍민영 기자 촬영) 2018.08.09/그린포스트코리아
러쉬 강남역점에 산처럼 쌓여 있는 제품들. (홍민영 기자 촬영) 2018.08.09/그린포스트코리아

◇출범 초기부터 내세운 '가치' 

러쉬(LUSH)는 1995년 영국 서남쪽에 위치한 항구도시 풀(Poole)에서 탄생했다. 브랜드명은 신선한 '신록(新綠)'을 의미한다. 그 이름대로 과일, 채소, 에센셜오일 등 자연 성분을 원료로 강렬한 향기와 화려한 색채의 화장품을 만든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비누다. 

러쉬의 뿌리는 두피 전문가 출신의 마크 콘스탄틴과 뷰티 테라피스트 출신의 리즈 위어가 1977년 풀에서 창업한 ‘콘스탄틴 앤드 위어(Constantine & Weir)’라는 공방이다. 이곳에서는 과일과 채소, 식물, 꽃 등 천연 재료에서 추출한 성분으로 염색약, 바디오일, 풋로션 등을 직접 만들어서 팔았다.

업계에서 인지도를 끌어올린 '콘스탄틴 앤드 위어'는 1984년 세계적인 자연주의 화장품 브랜드 ‘더바디샵(THE BODY SHOP)’에 매각됐다.
 
이후 '콘스탄틴 앤드 위어'의 핵심 멤버들은 1994년 겨울에 새로운 천연 제품 화장품 회사를 설립한다. 그리고 공모를 통해 최종 선정된 브랜드명 '러쉬'. 러쉬는 출범 초기부터 환경보호, 동물실험 반대, 과대포장 반대 등을 통해 '가치'를 좇았다.
 
◇‘세상 까다로운’ 원재료 구매 정책
 
러쉬는 제품에 사용되는 원재료부터 신중하게 고른다. ‘믿을 수 있는 생산자로부터’, ‘직접’ 구매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며 조건에 맞는 원료만 있다면 지구촌 어디든 찾아가 테스트한다. 
 
러쉬가 원재료를 구매할 때 고려하는 사항은 △근로자의 권리-조합, 안전성, 공정한 임금, 근로시간, 아동근로 여부 등 △환경-유기농, 지속가능성, 멸종위기종, 배기가스, 처리를 위해 사용하는 재료, 유전자 변형 여부 △동물보호-동물실험 여부, 채식 원료 여부 △운송수단-원재료 운송 거리, 비행기 이용 최소화, 포장재료 확인 등이다.
 
이처럼 까다로운 조건을 하나하나 따져가며 구매하기 때문에 원재료에는 그들의 자부심이 묻어난다.
러쉬의 포장재. (러쉬 제공) 2018.08.09/그린포스트코리아
러쉬의 포장재. (러쉬 제공) 2018.08.09/그린포스트코리아

◇무조건 ‘최소화’ 포장 정책 

러쉬의 모든 포장재는 재사용 혹은 재활용할 수 있다. 순면으로 만든 종이, 자투리나무로 만든 종이, 검독수리 서식지 보호를 위해 인공림을 재조성하는 과정에서 나온 나무로 만든 종이 등이다. 여기에 옥수수전분으로 만들어져 물에 녹아 사라지는 ‘콘보이’를 완충재로 사용하기도 한다. 

가장 특징적인 포장재는 ‘블랙 팟(Black Pot)’과 ‘낫 랩(knot-wrap)’이다. 

블랙 팟은 재활용된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검은색 제품 용기다. 블랙 팟 5개를 반납한 고객에게는 제품을 증정하기도 한다. 2017년 러쉬가 모은 블랙 팟은 20만6880개에 이른다.

낫 랩은 간단하게 말하자면 보자기다. 종이나 플라스틱 용기 대신 천으로 제품을 포장하는데, 스카프로 재활용할 수 있도록 제작된 다양한 디자인이 눈이 띈다.

그 외에도 일회용 플라스틱 컵을 재활용해 만든 ‘배쓰 오일 박스’가 있다. 

슬러쉬 펀드로 생성된 농장. (러쉬 제공) 2018.08.09/그린포스트코리아
슬러쉬 펀드로 생성된 농장. (러쉬 제공) 2018.08.09/그린포스트코리아

◇포장 비용 줄여 전 세계 황무지 개간

2010년 11월에는 슬러쉬 펀드(SLush Fund)가 설립됐다. 슬러쉬 펀드는 지속 가능한 원재료 생산을 위한 프로그램이다. 원재료 구입 또는 포장에 들어가는 비용의 2%를 기금으로 조성하고, 이렇게 모인 기금으로 전 세계의 황무지를 개간한다. 원주민들에게는 친환경 농업기술을 전수해 일자리를 통해 경제적 자립을 돕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콜롬비아의 ‘산 호세 드 아파르타도(San Jose De Apartado)’다. 이곳은 무장단체로 인한 폭력에 노출돼 있으면서도 약 2100명의 농부들이 카카오를 키우며 평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슬러쉬 펀드를 통해 얻는 원재료는 알로에 잎, 쉐어버터, 일랑일랑 오일, 코코아 버터, 로즈우드 오일, 제라늄 오일, 모링가 오일이 있다.

◇거품과 함께 녹아드는 마음

팜 오일의 주요 생산지 인토네시아 수마트라. 이곳은 팜 농장을 건설하는 과정에서 불법 벌목, 산불, 열대우림 훼손에 시달리고 있다.

러쉬는 수마트라 밀림 보호를 위해 2017년 11월부터 유럽에서 ‘SOS 수마트라’ 캠페인을 시작했다. 올해는 ‘SOS 수마트라’ 샴푸 바를 제조했다. 이 샴푸 바는 팜 오일과 팜 오일을 가공해 만든 인공성분을 완전히 배제하고 수마트라의 엑스트라 버진 코코넛 오일을 담았다.

샴푸 바의 부가세를 제외한 판매금 전액으로 15만평의 폐기된 팜 농장을 구입해 생태계를 복원시키고 있다. 

올해 6월 8일 ‘세계 해양의 날’에는 버려진 비닐을 먹고 죽어가는 바다거북을 위해 ‘터틀 젤리 밤’을 출시했다. 거북이 모양 비누 뱃속에 하얀 한천을 담아 거북이 삼킨 비닐을 형상화했다. 

친환경기업으로 전 세계에서 팬을 늘리고 있는 러쉬. 러쉬의 꾸준하고 새로운 행보가 기대된다. 

'SOS 수마트라' 샴푸 바와 팜 오일 개간으로 서식지를 잃은 오랑우탄. (러쉬 제공) 2018.08.09/그린포스트코리아
'SOS 수마트라' 샴푸 바와 벌채로 서식지를 잃은 오랑우탄. (러쉬 제공) 2018.08.09/그린포스트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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