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가 끝난 직후의 잠실야구장. (황인솔 기자) 2018.8.8/그린포스트코리아
경기가 끝난 직후의 잠실야구장. (황인솔 기자) 2018.8.8/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황인솔 기자] 2018 프로야구 KBO리그 한화이글스와 두산베어스의 경기가 펼쳐진 지난 7일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야구장. 이날 오후 10시 30분쯤 두산베어스의 승리로 경기가 종료됐고 '허슬플레이' 시상을 마친 후 관람객들은 각자의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발걸음을 서둘렀다. 경기장은 언제 그랬냐는 듯 순식간에 텅 비었고, 이내 조명도 꺼졌다.

경기가 끝나고 난 뒤의 야구장은 갑작스러운 적막이 찾아온다. 경기가 원활하게 운영되기 위해 애쓰는 스태프, 빼곡하게 메워졌던 관람객, 선수와 응원단도 각자의 집으로 돌아가 내일을 준비하게 된다.

모두가 떠났지만 남아있는 것이 있었다. 각 출입구에 만들어진 수북한 '쓰레기 산'이다.

야구 경기가 끝난 뒤에는 언제나 '쓰레기 산'이 생겨난다. (황인솔 기자) 2018.8.8/그린포스트코리아
야구 경기가 끝난 뒤에는 언제나 '쓰레기 산'이 생겨난다. (황인솔 기자) 2018.8.8/그린포스트코리아

◇야구장에서 배출되는 쓰레기는 '시민 의식' 문제?

야구장 응원문화 중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있다. 시원한 맥주, 바삭바삭한 치킨 등의 '먹거리'다. 최근에는 대표 메뉴 '치맥' 뿐만 아니라 곱창볶음, 주먹밥, 삼겹살 바비큐 등 다양한 메뉴가 등장했다. 관람객들은 시원한 음료를 마시며 갈증을 해소하고, 맛있는 음식으로 배를 채우며 응원하는 팀을 향해 소리를 지른다.

먹거리가 다양해짐에 따라 배출되는 일회용 쓰레기도 늘어났다. 야구장 내 매점과 음식점은 100% 일회용품을 사용하고 있다. 일회용 젓가락, 음료 페트병, 플라스틱 컵을 비롯해 각종 먹거리를 담는 스티로폼과 플라스틱 용기까지. 또 이 모든 것을 담아 가기 위한 비닐봉지도 있다. 

잠실야구장측의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한 해 동안 야구장에서 사용된 쓰레기 종량제 봉투(100L)는 총 2만5000장. 쓰레기로 채워진 봉투의 무게가 약 20kg라고 가정하면 1년 동안 500톤 이상의 폐기물이 배출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처럼 많은 쓰레기들은 '분리배출'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경기가 끝난 후 대부분의 관람객들은 봉투에 자신이 먹다 남긴 음식물쓰레기, 플라스틱, 종이, 일반쓰레기 등 구분없이 한 데 넣어 버린다.

야구장 내 쓰레기통은 캔·플라스틱, 종이, 일반쓰레기 등으로 분리수거 하도록 돼 있지만 이를 지키는 이는 거의 없었다.

야구장을 찾은 박유진(28)씨는 "관람객 수에 비해 쓰레기통 숫자가 좀 적은 것 같다. 매번 경기가 끝난 후 쓰레기통을 볼 때마다 한숨이 푹푹 나온다. 이걸 다 누가 치울지 걱정도 든다. 하지만 막상 나 자신도 경기가 끝난 후에는 다른 사람들처럼 분리수거를 하지 않고 쓰레기를 버렸던 것 같다"고 털어놨다.

또 다른 관람객 김영진(28)씨는 "쓰레기통을 더 구분해서 놓아야한다고 생각한다. 양념이 묻은 플라스틱은 재활용도 되지 않는데. 그리고 모아진 쓰레기들은 분리배출 과정을 거치지 않고 그대로 종량제 봉투에 담기지 않을까 싶다. 관람객들도 페트병을 밟아서 버리는 등 조금이라도 부피를 줄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가족이 모두 야구팬이라고 말한 허승균(48)씨는 "매번 아이들과 경기장을 찾는데, 이런 모습이 조금 부끄럽기는 하다. 쓰레기의 책임은 사실 관람객에게 있다. 우리가 먹고 내놓은 쓰레기인데 티켓값 냈으니 남에게 치우라고 하는 것도 '의식'이 떨어지는 것 같다. 쓰레기가 좋은 사람이 누가 있겠나. 확실히 이 모습은 문제"라고 했다.

야구장 내에는 '분리배출'을 할 수 있는 공간이 있지만, 이를 이용하는 이는 전무했다. (황인솔 기자) 2018.8.8/그린포스트코리아
구분없이 쌓인 쓰레기 봉투. (황인솔 기자) 2018.8.8/그린포스트코리아
야구장 내에는 '분리배출'을 할 수 있는 공간이 있지만, 이를 이용하는 이는 전무했다. (황인솔 기자) 2018.8.8/그린포스트코리아
야구장 내에는 '분리배출'을 할 수 있는 공간이 있지만, 이를 이용하는 이는 전무했다. (황인솔 기자) 2018.8.8/그린포스트코리아

◇심각성 모르는 야구 업계...규제도 정책도 홍보도 없다

지난 4월 벌어진 '재활용쓰레기 대란' 이후 정부는 커피전문점, 패스트푸드점과 플라스틱 폐기물 발생량을 줄이는 일환으로 자발적 협약을 맺었다. 또 8월부터는 매장 내에서 일회용컵 사용을 금지하고, 이를 어기면 과태료를 부과하는 등 규제도 시작했다.

그러나 수많은 일회용품을 쏟아내는 영화관, 야구장, 놀이동산 등은 현재 규제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잠실야구장을 이용하는 두산베어스는 쓰레기의 심각성조차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두산 관계자는 "야구장 내에서 발생하는 쓰레기 해결 방법이나 '계도' 차원의 노력에 대해서는 그동안 논의된 바가 없고, 앞으로 계획도 없다"며 말 끝을 흐렸다.

그는 "우리 연고지가 잠실이지만 야구장 자체는 서울시가 관리하다 보니 그동안 쓰레기가 얼마나 배출되고 있는지, 이후에 어떻게 치워지고 있는지 관심이 부족했던 것 같다. 아마 같이 구장을 사용하고 있는 LG트윈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당장은 쓰레기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겠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홍보' 정도는 바로 시작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응원단장이나 장내 아나운서가 경기가 끝난 후 퇴장하는 관람객에게 마이크를 잡고 쓰레기를 분리배출 해달라고 말을 해준다면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KBO측에서는 '안전'을 위해 일회용품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 2014년부터 KBO는 안전한 야구관람 문화를 위해 '세이프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유리병, 캔 등은 경기장 내에 가지고 들어갈 수 없으며 1L를 초과하는 페트병도 반입이 불가하다. 또 소지품도 가방 1개와 쇼핑백류 1개로 제한되며, '아이스박스' 등도 반입이 불가하다. 즉 관람객들은 모든 식음료를 내부에서 해결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KBO 관계자는 "관람객과 선수들의 안전을 위해 세이프 캠페인을 시작했고, 시간이 4년 정도 흘러 겨우 정착시켜둔 상태다. 그런데 세이프 캠페인의 내용 자체가 일회용품을 사용할 수 밖에 없는 체계다. 안전을 위해 시작한 캠페인이기 때문에 요즘 추세가 플라스틱을 줄이는 것이라고 해서 당장 바꿀 수 있는 부분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바로 전환하는 게 쉽지는 않겠지만, 앞으로 고민해야 할 부분이긴 하다"고 말했다.

(황인솔 기자) 2018.8.8/그린포스트코리아
(황인솔 기자) 2018.8.8/그린포스트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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