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기준 국내 일회용컵 사용량 약 260억개
환경부, ‘컵보증금 제도’ 부활 등 이번엔 다를까

일회용컵이 가득 들어있는 서울 중구 거리의 쓰레기 봉투. (서창완 기자) 2018.7.31/그린포스트코리아
일회용컵이 가득 들어있는 서울 중구 거리의 쓰레기 봉투. (서창완 기자) 2018.7.31/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서창완 기자] ‘쓰레기통 없는 도시’를 표방했던 세종시가 6년 만에 계획을 뒤집었다. 올 하반기 세종시 간선급행버스(BRT) 승강장 90여곳에 쓰레기통이 시범 설치된다. 곳곳에 버려진 쓰레기가 도시 미관과 환경 모두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의견이 빗발쳐서다. 세종시 홈페이지에 올라온 승강장 주변 쓰레기 사진 중 눈에 띄는 건 부피가 큰 일회용컵이다.

◇일회용컵 문제 해결 쓰레기통 설치가 답?

2015년 환경부 추정에 따르면 일회용컵 사용량은 연간 260억개다. 하루 약 7000만개 수준이다. 2009년 191억개와 비교해 69억개나 늘어난 사용 후 버려지는 일회용컵은 어디서나 마주하게 하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서울시 버스정류장도 마찬가지다. 지난 1월 4일부터 버스 기사가 음식물이 담긴 포장 컵 또는 불결·악취 물품의 운송을 거부할 수 있는 서울시 조례가 시행되면서 이에 대한 민원이 끊이지 않았다.

승차거부를 당한 경험이 있는 황모(34)씨는 “음료컵을 들고 탔다가 버리고 다시 타라는 말에 당황한 적이 있다”면서 “3번이나 그런 일을 겪고 나서야 갖고 타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 때문에 쏟아지는 건 ‘쓰레기통 설치’ 민원이다. 버스정류장에 쓰레기통이 없어 불편하다는 불만은 어쩌면 필연적 결과다. 문제가 제기되면 지자체에서는 쓰레기통을 설치한다. 지난해 12월 기준 시내 가로변에 5939개의 쓰레기통이 있는 서울시는 올해 버스정류장 주변 등에 370개의 쓰레기통을 더 설치할 계획이다.

쓰레기통이 설치된 않은 서울 광화문 버스정류장. (서창완 기자) 2018.7.31/그린포스트코리아
쓰레기통이 설치된 서울 광화문 버스정류장. (서창완 기자) 2018.7.31/그린포스트코리아

양윤희 서울시 버스정책과 운행관리팀장은 “버스정류장 쓰레기통 설치뿐 아니라 버스 내 하차문 근처에 쓰레기통을 설치하는 계획을 세우고 60여개 시내버스 운수회사에 공문을 보냈다”고 밝혔다. 정류소 주변 무단 투기가 문제가 되면서 빈 컵 정도는 들고 탈 수 있게 하자는 취지다.

그렇다면 쓰레기통 설치가 일회용컵 문제의 근본 해결책일까? 서울지역 일선 구청 관계자들은 “설치 뒤에는 제거하라는 민원이 들어온다”고 호소한다. 쓰레기통 주변에 벌레가 끓거나 악취가 발생하는 등 문제 때문이다. 일회용컵은 쓰레기통을 금세 채울 만큼 부피도 크다. 가득 찬 쓰레기통 위에는 일회용컵이 쌓인다. 먹고 남은 내용물마저 그대로 있다면 벌레는 더 꼬이고 처치는 더욱 곤란해진다.

일부 지자체는 음료컵 수거함을 따로 만들어 문제 해결을 시도해 보지만 현재로서는 효용이 없는 상태다. 컵과 음료를 따로 수거하려는 목적으로 만들어진 서울 신촌과 대구 동성로의 음료컵 수거함들은 각각 설치 8개월, 2년 만에 철거됐다.

한 모임이 지난해 캠페인을 벌이며 서울 홍대 쓰레기통에 설치했던 ‘저에게 음료를 비우고 버려주세요’(저음비버) 설비 역시 악취 등의 문제로 현재 철거된 상태다.

◇일회용컵 늘어나는데 환경부 정책은 제자리 걸음

환경부는 지난 5월 24일 16개 커피전문점, 5개 패스트푸드점 등과 ‘일회용품을 줄이고 재활용을 촉진’하기 위한 자발적 협약을 맺었다. 지난 2013년 협약 때보다 정책도 강화되고, 업체도 더 늘었다. 이들 커피전문점과 패스트푸드점 업체들이 환경부와 맺은 협약은 △고객들에게 다회용컵 사용 권유 △텀블러 사용에 대한 혜택 제공 △협약 홍보물 부착 등이다.

8월부터는 매장 내 손님에게 일회용컵을 제공할 경우 과태료가 부과된다. (서창완 기자) 2018.7.31/그린포스트코리아
8월부터는 매장 내 손님에게 일회용컵을 제공할 경우 과태료가 부과된다. (서창완 기자) 2018.6.20/그린포스트코리아

계도기간을 거친 환경부는 다음 달부터 자발적 협약 내용을 이행하지 않은 업소에 대해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이하 재활용촉진법)을 근거로 과태료를 부과한다. 위반 횟수와 사업장 면적에 따라 5만원부터 300만원까지 부과된다.

당장 다음 달부터 과태료 부과라는 강경한 태도를 취하고 있지만 이행이 잘 될지 우려가 많다.

이는 지금까지 환경부가 보여준 모습 때문이다. 환경부가 재활용촉진법 개정으로 매장 내 일회용 컵 사용을 금지한 건 1994년부터다. 24년 전이다. 자발적 협약은 이미 예전부터 형태만 조금씩 바꿔 계속돼왔다. 과태료도 있었지만, 지자체는 인력부족 등을 이유로 단속을 거의 하지 않았다. 손님은 물론 점원도 매장 내 ‘일회용컵을 사용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이 많지 않았던 이유다.

단속이 소홀했을 뿐 아니라 정책도 완화됐다. 대표적인 게 ‘컵보증금 제도’ 폐지다. 2014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조사 결과를 보면 컵보증금제 폐지 이듬해인 2009년 커피전문점 등의 매장당 일회용컵 사용량은 10만5996개로 늘어났다. 제도 폐지이전 5년 동안 사용량은 2만~3만개에 불과했다.

정부는 2002년 커피전문점·패스트푸드점과 ‘일회용품 사용 줄이기 자발적 협약’을 체결하고 컵 보증금제를 도입했다. 이를 통해 일회용컵 1개당 50~100원에 판매하고 되가져오는 컵에 대해서는 즉시 환불했다. 5년 넘게 이어온 이 제도는 미반환 보증금 관리의 불투명성과 매장 회수 일회용컵 증가세 둔화 등의 이유로 2008년 폐지됐다.

환경부는 지난해 전국 만 20세 이상 성인 남녀의 89.9%가 제도 도입에 동의했다는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를 통해 내년부터 일회용컵 보증금 제도를 도입하기로 약속했다. 보증금 액수는 사회적 여론 수렴을 거쳐 과거보다 높은 수준으로 올릴 예정이다.

서울 신촌의 한 쓰레기통. (서창완 기자) 2018.7.31/그린포스트코리아
서울 신촌의 한 쓰레기통. (서창완 기자) 2018.7.31/그린포스트코리아

이처럼 환경부가 우왕좌왕 하는 동안 선진국들은 보증금 제도를 정착해 운영 중이다. 일회용컵에 대한 보증금제도를 운영하는 독일과 노르웨이, 덴마크 등 국가에서는 8~90% 안팎의 높은 컵 재활용률을 기록하고 있다.

◇보증금 제도, 독일 ‘판트’처럼 확대돼야

선진국들 사례 가운데 참고할 만한 나라는 독일이다. 독일은 ‘판트’라는 보증금 제도를 운영한다. 페트병이나 유리병, 캔에 담긴 음료를 구입할 경우 구매 가격에 보증금이 추가돼 있다. 0.5유로짜리 생수 한 병을 사려면 판트 0.25유로를 보태 0.75유로에 구입하는 식이다. 판트는 용기 종류에 따라 0.08유로, 0.15유로, 0.25유로로 구분된다. 독일에서 생수나 맥주를 구입하면 1유로를 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판트 가격의 비중이 상당한 편이다.

독일은 소비자 가격과 별도로 판트 금액을 명시해 소비자에게 용기 구입을 하고 있다는 인식을 심어준다. 이는 분리수거에 대한 동기부여가 확실한 셈이다. 수거 방식도 간편하다. 자동 반납 기계 입구에 재활용품을 넣으면 유리병·페트병·알루미늄 캔을 자동으로 인식해 가격을 계산해 준다. 행정구역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소비자의 참여를 유도하기에 좋은 방안이다.

seotive@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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