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용 환경재단 그린CSR센터장 인터뷰

우리 사회는 몇 차례 환경의 역습을 당했다. 가습기 살균제, 여성용품, 화장품, 물티슈 등 일상 용품에서 유해물질이 발견됐다. 다중이용시설, 회사 사무실, 심지어 아이들의 교실에서도 반(反) 환경 물질들이 검출된다. 여기에 바깥으로 나가면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는 등 곳곳에서 반환경적인 것들과 마주한다. 어느 때보다 많은 사람들이 친환경을 추구하는 이유다. 이에 <그린포스트코리아>는 친환경 기업‧단체와 친환경 현장에서 직접 뛰고 있는 이들을 찾아 나섰다. 그리고 그들이 추구하는 가치를 함께 공유해본다. [편집자주]

파도를 가르며 배는 나아간다. 거대한 갑판 위에는 한국과 일본, 양국에서 온 사람들이 모여 앉아 하늘을 바라보고 있다. 한국, 중국, 일본, 러시아까지 아우르는 크루즈선 ‘피스&그린보트’.
 
세계의 환경 문제를 공유하고 더 나은 미래로 가는 방법을 찾겠다는, 당찬 꿈을 실은 배다. 지금까지 모두 11번 출항했다. 
 
‘피스&그린보트’의 뱃고동소리만큼이나 원대한 희망을 품고 있는 정태용 환경재단 그린CSR센터장을 만났다.
정태용 환경재단 그린CSR센터장. (홍민영 기자 촬영) 2018.07.27/그린포스트코리아
정태용 환경재단 그린CSR센터장. (홍민영 기자 촬영) 2018.07.27/그린포스트코리아

환경재단은 2002년 문을 연 국내 최초의 환경전문 공익재단이다. 당시에도 환경이 중요하다는 인식은 있었지만 다소 ‘딱딱한’ 주제였다고 한다. 최열 이사장을 비롯한 창립자들은 보다 친숙하고 즐겁게 환경문제를 논의하고 싶다는 생각 하에 환경재단의 깃발을 올렸다.

이를 증명하듯 환경재단에서 주로 힘을 쏟고 있는 분야는 전시회, 영화제 등 문화 활동이 많다. 특히 올해 열다섯 번째 막을 내린 환경영화제는 총 20만명의 사람들이 다녀갔을 만큼 이 분야에서는 이름이 알려져 있다.

“환경재단의 목표요? 조기교육을 통한 ‘그린리더’ 양성이죠.”

그린리더란, 전문가는 아니지만 환경의 중요성을 알고 일상 속에서 그것을 주변에 알려줄 수 있는 사람이다. 올해부터 양성을 시작했으며 2020년까지 10만 명을 키우겠다는 야심찬 목표를 세웠다.

동북아시아의 환경 문제를 생각하는 ‘피스&그린보트’도 그 일부다.

‘피스&그린보트’는 일본의 대표적인 NPO단체 피스보트(Peace Boat)와 함께 시작한 환경 여행 프로그램이다. 2005년부터 한국인 600명, 일본인 600명을 싣고 한국, 일본, 중국, 러시아까지 아우르는 항로를 다니고 있다. 여러 가지 난제로 잠시 중단된 적도 있지만 어렵게 재개해 올해 11회째, 총 9000여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이 배에 올랐다. 각 국가의 역사와 문화가 깃들어 있는 기항지 44곳을 둘러봤고, 1700회의 선상 강연과 공연이 펼쳐졌다. 강연의 주제는 환경이 가장 많았지만, 사진, 미술, 리더십, 여성문제 등 다양했다. 환경문제에 대해 토론하고, 서로의 문화 프로그램에 참여하다 보면 어느 새 참가자들은 한몸이 되었다.

수많은 일이 있었다. 태풍으로 인해 사흘간 망망대해를 떠돌아야 했던 적도, 한국과 일본 스태프들 사이에 트러블이 일어난 적도 있었다. 그 모든 어려움을, 배가 파도를 넘듯 헤쳐왔다.

그렇게 도착한 종착지의 이름은 ‘화합’. 그 ‘화합’을 피부로 느꼈던 적이 있다고 정 센터장은 말했다.

“태풍 때문에 사흘 동안 배에서 내리지 못했던 적이 있어요. 사흘 후 간신히 중국의 기항지에 도착했는데, 공안들이 상륙을 막는 겁니다. 당연히 소란이 일어났죠. 이 때 제주에서 온 20여 명의 초등학생들이 ‘뭐가 그리 문제냐, 침착하게 기다리자’며 오카리나 연주를 시작했어요. 연주가 시작되자마자 언제 그랬냐는 듯 분위기가 차분해졌습니다.”

매년 그린보트를 탔지만 잊을 수 없는, 신기한 경험이라고 했다.

그 외에도 일본 참가자들이 한국의 봉숭아 물들이기를 무척 좋아했던 것, ‘군대식 라면’을 끓여 다 함께 맛있게 먹었던 것 등 즐거운 일들은 수도 없이 많았다.

 
11회 그린보트 출항식. (환경재단 제공) 2018.07.27/그린포스트코리아
11회 그린보트 출항식. (환경재단 제공) 2018.07.27/그린포스트코리아

선상 강연도 갈수록 쉽고 유익해지고 있다. ‘배’라는 갇힌 공간이다 보니 참가자들이 강연을 ‘냉정하게’ 선택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배 위에서는 유명한 연예인 강사도, 그렇지 않은 강사도, 모두 평등하다. 참가자들의 기준은 오로지 ‘재미’와 ‘유익함’ 두 가지 뿐이다.

“피스&그린보트에 한 번 탄 사람들은 그 때의 기억을 잊지 못한다고 해요. 몇 년이 지나도록 정기적으로 만나 추억을 나누는 분들이 많습니다. 아이들은 더하겠죠. 배 안에서 타국 사람들과 머리를 맞대고 환경에 대해 고민했던 시간. 그 시간들이 아이들을 ‘그린리더’로 키워 주기를 바랍니다.” 

이렇게 성장한 피스&그린보트가 마침내 브랜드화 되는 것이 정 센터장의 계획이다. “피스&그린보트 다녀왔어!”라고 하면 어떤 여행을 했는지 누구나 한 번에 알 수 있는 그런 브랜드다.

피스&그린보트는 또 다른 항해를 준비하고 있다. 일본 NGO와는 별개로 개별 항해를 한다는 것이다. 

지난 4월의 열 한 번째 항해에는 1400여 명의 한국인만 탑승했다. 이 항해에는 ‘그린보트’라는 이름이 붙었다. 물론 일본과도 ‘피스&그린보트’를 계속 진행할 예정이다. 

일본 역시 ‘피스보트’라는 이름으로 3개월 간의 세계일주를 이어가고 있다. “올바른 역사 인식을 갖고, 과거의 잘못에 대해 사과하자”는 뜻으로 시작한 여행이기에 어려움도 많지만 꿋꿋하다고 한다.

환경재단 내부 풍경. (홍민영 기자 촬영) 2018.07.27/그린포스트코리아
환경재단 내부 풍경. (홍민영 기자 촬영) 2018.07.27/그린포스트코리아

피스&그린보트 외에도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얼마 전에는 미세먼지센터를 설립했다. 미세먼지 문제에 대한 국내 인식을 높이고 근본적 해결을 해 보자는 취지에서였다. 중국과의 소송까지 각오하고 있다고 한다. 

지난 4월 4일에는 끝장토론회도 열렸다. 미세먼지 문제의 현장에서 뛰고 있는 연구자들과 기자들, 관련 문제의 소송을 진행하고 있는 변호사들이 모여 심도 있는 이야기를 나누었다. 

환경영화제도 색다른 방식으로 꾸밀 예정이라고 한다. 15회나 계속되다보니 관심도 줄어들고, 주제도 지나치게 광범위해졌기 때문이다. 뭐든지 점점 작아지고 있는 최근 트렌드를 따라, 소주제를 만들여볼 생각이다. 

“유기동물 문제, 길고양이 문제, 채식주의……‘환경’이라는 타이틀 아래 올 수 있는 소주제는 얼마든지 많아요. 그 중 최근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주제를 몇 가지 엮어서 영화제에 담아볼까 합니다.”

에코마켓과 그린아카이브 운영, 그리고 또 새로운 프로그램들. 

“기업의 사회공헌 예산 중 환경에 대한 것은 고작 3%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고 합니다. 90%는 복지에 사용되고 있죠. 물론 복지도 중요합니다. 그러나 더불어 사는 사회, 더 오래 지속되는 사회, 더 행복한 사회를 위해서는 환경의 비중을 늘려야 한다고 봅니다. 우리가 만드는 ‘그린리더’가 그런 미래를 이끌어주겠죠.”

11회 그린보트 단체 사진. (환경재단 제공) 2018.07.27/그린포스트코리아
11회 그린보트 단체 사진. (환경재단 제공) 2018.07.27/그린포스트코리아

 

 

hmy10@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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