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인으로서 마지막 말 "KTX 승무원 축하한다"

故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가 23일 숨지기 전 3통의 유서를 남긴 것으로 밝혀졌다. 2통은 가족들에게, 1통은 ‘드루킹’ 특검 수사와 관련한 내용으로 전해진다.(픽사베이)/그린포스트코리아
故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가 23일 숨지기 전 3통의 유서를 남긴 것으로 밝혀졌다. 2통은 가족들에게, 1통은 ‘드루킹’ 특검 수사와 관련한 내용으로 전해진다.(픽사베이)/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박소희 기자] 고(故)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가 숨지기 전 3통의 유서를 남긴 것으로 23일 한겨레 보도를 통해 밝혀졌다. 2통은 가족들에게, 1통은 ‘드루킹’ 특검 수사와 관련한 내용으로 전해진다. 

보도에 따르면 노 대표는 이 유서에서 “2016년 3월 두 차례에 걸쳐 경공모(경제적공진화모임)로부터 모두 4000만원을 받았다”고 밝히며 “그러나 어떤 청탁도 없었고, 대가를 약속한 바도 없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나중에 알았지만, 다수 회원들의 자발적 모금이었기에 마땅히 정상적인 후원절차를 밟아야 했다. 그러나 그러지 않았다”며 정치자금 수수 자체에 대해 “어리석은 선택이었으며 부끄러운 판단”이라며 후회했다. 

‘드루킹’ 특검 수사가 노회찬 대표를 겨냥하기 시작하자 죄책감도 상당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는 유서에 “이정미 대표와 사랑하는 당원들 앞에서 얼굴을 들 수 없다. 정의당과 나를 아껴주신 많은 분들께도 죄송할 따름”이라며 “법정형으로도 당의 징계로도 부족하다”는 말을 남겼다. 

그러면서 “나는 여기서 멈추지만 당은 당당히 앞으로 나가가길 바란다”며 국민들을 향해 “모든 허물은 제 탓이니 저를 벌해 주시고 정의당은 계속 아껴달라”고 당부했다.  

이날 삶을 마감한 노 의원이 정치인으로서 준비한 마지막 메세지는 투쟁 끝에 복직한 KTX 승무원을 향한 축하 메시지였다. 

노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 본청에서 열린 당 상무위원회의에 불참했다. 그러나 12년 만에 복직이 결정된 KTX 승무원 문제와 10년 넘게 갈등을 빚어온 삼성 백혈병 중재안 수용에 대한 논평을 할 예정이었다. 

그가 준비했던 상무위 모두발언은 "삼성전자 등 반도체사업장에서 백혈병 및 각종 질환에 걸린 노동자들에 대한 조정합의가 이뤄졌다. 10년이 넘는 시간이었다. 그동안 이 사안을 사회적으로 공감시키고 그 해결을 앞장서서 이끌어 온 단체인 ‘반올림’과 수많은 분들께 감사드린다"였다.

또한 "KTX승무원들 역시 10여년의 복직투쟁을 마감하고 180여명이 코레일 사원으로 입사하게 됐다. 입사한 뒤 정규직 전환이라는 말을 믿고 일해 왔는데 자회사로 옮기라는 지시를 듣고 싸움을 시작한지 12년 만"이라며 KTX 승무원 노동자들에게도 축하의 인사를 건넬 예정이었다.

평소 노 의원 답게 쓴소리도 잊지 않았다.

그는 "누가 봐도 산재로 인정할 수밖에 없는 사안을 10여년이나 끌게 만들고, 상시적으로 필요한 안전업무를 외주화하겠다는 공기업의 태도가 12년 동안이나 용인된 것은 잘못된 것"이라며 이번 합의를 계기로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당원들은 노 의원의 급작스런 사망 소식에 믿을 수 없다며 당원 게시판을 통해 고인의 명복을 빌고 있다.

한편 노동운동과 진보정당 운동의 상징이었던 노회찬 의원은 부산 출신으로 고려대를 졸업한 뒤 1982년 용접 기술을 배워 노동 현장에 들어갔다. 

1989년 인천지역민주노동자연맹 사건으로 구속된 이후 정치권으로 보폭을 넓혀 2000년 민주노동당 부대표, 2002년 민주노동당 사무총장 등을 지내다 2004년 17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민주노동당 소속 비례대표로 처음 원내 진출에 성공했다. 

2012년 통합진보당 소속으로 서울 노원병에 재선, 그해 10월 진보정의당 공동대표를 맡으며 지금의 정의당 창당을 주도한 인물이다. 그는 2013년 ‘삼성 엑스(X)파일’ 사건으로 1년간 의원직을 박탈당하기도 했다. 2016년 20대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창원성산에서 정의당 소속으로 3번째 당선됐다. 이후 정의당 원내대표를 맡으며 정의당을 이끌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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