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펭귄 환경칼럼] 환경공단 임원 출신들은 안 되는 이유
[뉴스펭귄 환경칼럼] 환경공단 임원 출신들은 안 되는 이유
  • 김기정
  • 승인 2018.07.19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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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 낙제점’ 공동 책임자들이 이사장 후보라니?
‘도덕적 해이’도 이 정도면 “역대급”... 비판 거세
 
한국환경공단(자료사진)
한국환경공단 사옥.(자료사진)

 

한국환경공단은 환경부 산하기관 가운데 가장 큰 조직이다. 1년에 주무르는 예산만 1조3150억원에 달한다. 인력은 2750명이 넘는다. 예산의 절반 이상을 시설 공사 등에 사용하기 때문에 환경관련 사업체들은 어떻게든 환경공단의 발주사업을 따내려 온갖 노력을 기울인다. 환경 분야 사업체 치고 환경공단에 줄을 대보려 애쓰지 않은 기업이 있을까?

이처럼 막대한 ‘파워’를 갖고 있기에 환경공단의 이사장 자리 역시 노리는 사람들이 많을 수밖에 없다. 차관급의 요직일 뿐 아니라, 잘 하면 환경부장관으로 점프할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거꾸로 환경공단 이사장 자리는 ‘독배’가 될 수도 있다. 거대한 예산을 주무르다 보니 부정과 비리의 소지가 그만큼 많다. 실제로 불법행위를 저질렀다가 발각돼 줄줄이 법정에 선 사례들이 적지 않다. 환경공단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 가운데 이런 부정적인 사건들이 많은 것도 이 때문이다.
 
비록 임직원들의 비위사건이라도 해도, 이사장으로서는 관리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에 정해진 임기(3년)를 다 채우지 못하고 불명예 퇴진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물론 다른 정치적 요인에 의해 조기 사퇴하는 일도 있겠지만.

그런 환경공단 이사장을 이번에 새로 뽑는다. 박근혜 정부 때 임명된 전병성 이사장이 임기를 1년 반이나 남긴 올 1월말 사표를 제출하자, 환경부는 새 이사장을 선임하기 위해 그동안 공모절차를 진행해 왔다.

지난 6일 공모접수 마감 결과 모두 10명의 후보자가 원서를 냈으며, 최종 면접을 거쳐 이중 5명이 최종 후보로 결정됐다. 환경부는 이 가운데 2명을 추려 대통령에게 추천하게 된다.

전 이사장의 조기 사퇴는 환경공단이 지난해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에서 최하위등급을 받은 게 결정적인 이유다. 환경공단은 종합평가에서 D등급을, 주요 사업부문에서는 최하위인 E등급을 받았다. 종합평가 D등급을 받은 기관의 장은 경고조치, 종합평가 E등급 또는 2회 연속 D등급을 받으면 기관장은 해임대상이 된다. 앞서 2016년 기관 종합평가에서는 C등급을 받았었다. 따라서 전 이사장의 입장에서는 취임 이후 C등급에 이어 D등급으로 평가가 계속 떨어져 최하위권에 머물자 조기 사퇴로 내몰릴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문제는 이같은 성적표가 전 이사장 혼자만의 책임은 결코 아니라는데 있다. 물론 기관장에게 최종 책임이 있다는 점은 분명하지만 환경공단의 임직원 어느 누구도 이런 실적평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특히 주요 사업부문에서 최하위인 E등급의 점수는, 굳이 따지자면 전 이사장의 ‘잘못’ 보다는 실무 최종책임자인 본부장들의 관리책임이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전 이사장이 사표를 내고 신임 이사장 공모절차에 들어가자, ‘공동책임’을 져야 할 본부장들이 기다렸다는 듯 ‘우르르’ 지원서를 냈다. 전 이사장과 차라리 운명을 함께 하는 게 모양새가 훨씬 나은 현직 본부장 2~3명과 이전의 실적평가에서 자유롭지 못한 전직 본부장 등이 이사장을 해보겠다고 손을 든 것이다. 자숙해도 시원치 않을 판에, 참으로 후안무치한 처사다.

이러니 발전이 없다. 환경공단이 ‘꼴지 기관’으로서 오명을 쓰기까지 책임을 져야할 사람들이 되레 이사장으로 나서겠다고 팔을 걷어붙이니, 이런 기관에 무슨 발전을 기대할 수 있겠느냐는 비판이 나오는 건 당연하다. 기관의 위기를 출세의 발판으로 삼아보려는 일부 간부들의 현실인식은 환경공단을 더욱 골병 들게 만들 뿐이다.

따라서 환경공단 출신 임원들이 신임 이사장으로 발탁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

환경공단이 기관실적평가에서 최하위등급을 받았다는 것은 환경공단이 중병을 앓고 있으며 대대적인 수술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그런 중요한 과제를 환경공단 출신 인사에게 맡긴다는 것은 한 마디로 넌센스다. 마치 환자가 자기 살을 도려내서 치료를 해보겠다고 메스를 드는 것이나 매 한가지다.

곧 청와대에서 최종 후보자 두 명을 놓고 최종심사에 들어가게 된다. 지금 환경공단에 필요한 이사장은 환경전문가가 아니라, 경영적인 측면에서 대대적으로 개혁할 경영전문가여야 한다. 환경전문가라는 명함으로 이사장 자리를 노리는 인사들은 일찌감치 제외하고, 환골탈태의 각오로 환경공단을 뒤바꿀 추진력 있는 뉴 페이스가 필요하다.

환경부가 2명을 최종 후보자로 추천할 때 미리 이런 맥락을 짚으면 좋으련만, ‘초록은 동색’이라고 했던가.

mazinger@eco-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