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목한 책읽기] 흙을 마구 파헤치는 현대문명에 대한 반란
[화목한 책읽기] 흙을 마구 파헤치는 현대문명에 대한 반란
  • 권오경 기자
  • 승인 2018.07.19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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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밑의 혁명'

붓다는 "공정심은 무엇이 옳고 그른지 살피는 마음에서 온다"고 했다. 그러나 '다원주의'를 표방하고 있는 현대사회는 하나의 중심이 사라지고 다양한 관점들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어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른지 쉽게 가치판단하기 어렵다. 책은 마음의 양식이라 했던가. 정보의 홍수 속에서 세상의 옳고 그름을 살피기 위해 격주 화요일과 목요일 번갈아 '화목한 책읽기' 코너를 운영한다. [편집자주] 

《발밑의 혁명》 데이비드 몽고메리 글 · 이수영 · 삼천리· 2018년 7월 13일 · 생태/환경
《발밑의 혁명》 데이비드 몽고메리 글 · 이수영 · 삼천리· 2018년 7월 13일 · 생태/환경

 

이 책의 한단락 : “해법이 유기농법이 아니라는 건 알았다. 대부분은 아니더라도 많은 유기농부들이 땅을 갈아서 잡초를 없애고 농사를 준비한다. 사회가 집중해야 할 기본 문제는, 모든 부류의 농부들이 한 가지 작물을 심고 거둔 뒤에 땅을 갈던 관행을 멈추고, 흙이 더 나아지도록 내버려 두어야 하는 것임을 깨달았다.” 

[그린포스트코리아 권오경 기자] “기후변화와 자연재해의 근본 원인은 흙을 마구 파헤치는 현대 문명에 있다.”

인구 증가와 기후 변화로 인한 환경적 재난, 생태 위기가 바로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는 오늘날, 환경과 생태에 관해 낙관은 어디에 있을까. 농부들은 공통적으로 ‘흙의 건강’에서 그 희망을 찾는다. 그들은 비료와 농약, 종자까지 독점하고 있는 거대 자본과 농기계와 화석연료에 의존하는 기업농, 이 모든 것을 지원하는 각국 정부의 농업정책에 맞선다.

하지만 도시인들에게 흙은 따스한 봄볕을 앗아간 황사와 미세먼지의 근원이자 4대강 수질 오염의 원인인 기생충 알이나 중금속이 들어 있을 수 있는 골칫거리에 가깝다.

특히 우리나라는 산업화를 거치며 ‘성장’에 우선순위를 두고 급속도로 경제성장과 도시개발을 이뤄냈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흙을 파헤쳐 산을 관통하는 터널을 만들고, 국토를 가로지르는 고속도로를 건설했다. 논밭이었던 신도시에는 아파트와 쇼핑센터를 들여놓고. 도시 근교 흙길은 물론 농촌에서조차 트랙터로 논밭을 갈아엎는다.

미국의 지질학자 데이비드 몽고메리는 “흙을 침식시킨 모든 문명이 결국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면서 “우리 인류와 생태계와 문명의 존립은 지구의 살갗인 흙에 달려 있다”고 증언한다.

‘발밑의 혁명’은 트랙터로 땅을 갈아엎고 화학비료와 살충제로 흙을 착취하는 현대 농업에 맞서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책의 저자인 데이비드 몽고메리는 농업이야말로 현대사회를 위협하는 환경문제를 해결할 열쇠라고 말한다. 그는 우리 모두를 먹이고, 지구를 식히고, 땅의 생명력을 되살리는 데 도움이 되는 것은 결국 ‘흙’이라는 전망에 대해 탄탄한 근거를 펼쳐 보인다.

토양 황폐화와 흙의 몰락, 그로 인한 환경오염···. 몽고메리는 이 해묵은 악순환에서 벗어날 다섯 번째 혁명이 시작되고 있다고 말한다. 생명들이 자연의 방식에 맞춰 살아갈 수 있도록 흙 위와 흙 속을 가꾸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몽고메리는 농업에서 나타난 첫 번째 혁명을 '경작'이라고 본다. 경작을 위해 사람들은 쟁기로 흙을 들어냈고 가축 노동력을 도입했다. 두 번째 농업혁명은 돌려짓기, 사이짓기, 뿌리덮개, 두엄 등으로 토질을 획기적으로 높인 것이고 세 번째는 기계화와 산업화를 통해 값싼 화석연료와 비료를 과다사용한 것이다. 기술 진보를 배경으로 생명공학이 급성장해 수확량이 증대되고 식품산업에 대한 기업의 지배가 강화된 것이 네 번째 혁명이다.

그리고 ‘발밑의 혁명’에서 말하는 다섯 번째 농업혁명은 토양화학과 토양물리학에 좌우되어 온 농업분야에서 이제 ‘토양생물학’의 원리를 근본으로 삼아 흙을 되살리는 길이라고 그는 말한다.

데이비드 몽고메리가 기름진 흙을 만들어 가야한다고 역설하는 이유는 뭘까. 그것은 미래 인류의 먹을거리와 번영의 열쇠가 바로 지금 우리 발밑의 흙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몽고메리가 아프리카, 북아메리카, 남아메리카의 여러 농장을 직접 찾아가서 만난 농부들은 보존농업의 원리에 따라 농사지으며 비가 퍼붓든 가물든 흙의 생명력을 통해 꾸준히 수확하고 있다.

지역과 기후, 농장의 조건이 저마다 다른 그들이 오랜 경험을 통해 깨닫고 시행착오를 거쳐 얻어 낸 가르침은 놀랍게도 같은 줄기로 모여 흐른다. ‘발밑의 혁명’은 바로 그 줄기에 대해 설명하고 실제로 거둘 수 있는 희망을 이야기한다. (《발밑의 혁명》 데이비드 몽고메리 글 · 이수영 · 삼천리· 2018년 7월 13일 · 생태/환경 · 416쪽)

planettto1@greenpost.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