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차‧비용 문제로 ‘동물 유기’ 늘어
5마리중 1마리 가족 품으로 돌아가

유기동물 입양 홍보 애플리케이션 '포인핸드' 메인 화면. 하루에도 수 십 건씩 입양 홍보 및 임시보호 홍보글이 올라온다. (포인핸드 제공) 2018.07.16/그린포스트코리아
유기동물 입양 홍보 애플리케이션 '포인핸드' 메인 화면. 하루에도 수 십 건씩 입양 홍보 및 임시보호 홍보글이 올라온다. (포인핸드 제공) 2018.07.16/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홍민영 기자] 지방에 거주하는 A모씨(50대)는 여름휴가를 안간 지 오래다. 함께 살고 있는 고양이 두 마리 때문이다.

A씨는 “휴가를 떠나려면 고양이를 보살펴줄 사람이 필요한데, 찾기도 마땅치 않고 동물병원에 맡기자니 아이들 성격이 예민해 쉽지 않다”며 “몇 년 전부터 휴가철이 되면 경치가 좋은 곳에 드라이브를 다녀오는 정도로 만족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유명 휴양지에 거주하는 B모씨(30대)는 휴가철이 되면 한숨이 늘어난다. 휴가를 즐기러 왔다가 반려동물을 버리고 가는 사람들 때문이다.

B씨는 “6~8월이면 한 눈에 봐도 일명 ‘품종견’이나 ‘품종묘’가 동네 이곳저곳을 배회하고 있는 모습이 자주 눈에 띈다”며 “이런 동물들은 보통 며칠 보이다 금세 사라지는데, 다 어디로 가는 걸까 생각하면 우울해진다”고 말했다.

휴가철이 되면서 가족에게 버림받는 유기동물이 늘어나고 있다. 

실시간 유기동물 통계 애플리케이션 ‘포인핸드(Paw in Hand)’에 따르면 이달 3~10일 전국 각지 보호소에 입소한 동물은 3336마리였다. 지난달 13~23일 1669마리에서 20일 만에 2배로 늘어난 것이다. 

반면 주인이 되찾아간 동물은 513마리에서 332마리까지 줄었다. 입양된 동물도 751마리에서 29마리로 급감했다. 

사정은 지난해에도 비슷했다. 지난해 1년 동안 유실‧유기동물 10만2593마리 중 휴가철인 6~8월에 유기된 동물 수가 전체의 32.3%를 차지했다. 월별로는 7월이 1만1260마리, 8월이 1만1259마리였다. 

이렇게 버려진 동물들은 대부분 유기동물보호소에 입소해 가족이 찾아오길 기다리거나, 새로운 가족을 찾는다. 정해진 기간 내에 가족을 찾지 못하면 안락사 당하는 경우도 많다. 지난해 안락사 당한 동물은 전체의 20.2%였다. 반면 가족 품으로 돌아간 동물은 14.5%에 그쳤다. 

매년 휴가철이 되면 유기동물 문제가 제기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반려동물을 데리고 휴가를 떠나려면 절차가 까다롭고 비용도 비싸지기 때문이다. 최근 반려동물과 함께 묵을 수 있는 숙소 등도 늘어나는 추세지만 방을 잡기가 쉽지 않다. 그렇다고 동물병원이나 지인 등에게 맡기자니 비용이 든다. 그러다 보니 ‘걸리지만 않으면 공짜인’ 유기를 택한다는 것이다.

동물보호단체는 ‘단속의 부재’와 ‘솜방망이 처벌’이 이 같은 문제를 부채질한다고 말한다.

동물 유기를 적발하고 과태료를 부과하는 일은 각 시‧군‧구 등 지자체의 업무다. 그러나 전담 부서가 없는 지자체도 많고, 실시간 단속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라 적발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CCTV 등을 활용하려 해도 이를 피하기 위해 도서지역이나 심지어 고속도로에 유기하는 경우도 있기에 단속이 어렵다. 

어렵게 적발한다 해도 과태료가 1회 100만원, 2회 200만원 등 최대 300만원에 불과하며 이마저 고의에 의한 유기행위에만 부과된다. 유기한 사람이 유실이라 우기면 그만인 것이다. 

이에 대해 동물보호단체는 “과태료를 벌금으로 바꾸고 금액도 좀 더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일본의 경우 동물을 유기할 경우 벌금 100만엔(1000만원)을 부과 받는다. 미국의 메사추세츠주는 2년 6개월 이하의 징역 또는 2500달러(282만원)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국내 법률도 그에 맞춰 강력하게 바꾸고 단속 전담팀을 꾸려야 한다는 설명이다.

한편 유기된 동물을 주인에게 찾아주는 절차도 좀 더 홍보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지난해 웰시코기종의 강아지를 ‘멍줍’한 지방 거주자 C모씨(30대)는 “강아지를 주웠는데 주인을 찾아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몰라 당황스러웠다”며 “인근 동물병원에 물어봤지만 유기동물보호소에 연락하라는 말뿐이었다. 보호소에 가면 일정 기간 후 안락사되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그렇다고 대답했다. 그런 상황을 알면서 어떻게 보내겠느냐”고 하소연했다.

그 웰시코기는 다행히 주인을 찾아갔지만, C씨는 “일반인이 유기동물 관련 소식을 올릴 수 있는 통합 애플리케이션 등 좀 더 강력한 홍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동물 유기가 ‘무거운 범죄’라는 경각심을 일깨우는 점이다.

동물보호단체는 “동물을 키우는 것은 살아있는 생명을 책임지는 막중한 일이라는 것을 깨닫고 함부로 유기하지 않는 사회적 인식을 키워야 한다”며 “장기적으로는 누구나 쉽게 동물을 ‘구입해’ 키울 수 있는 환경을 바꿔야 한다”고 지적한다.   

hmy10@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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