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측 변호인, 경선캠프서 함께 일했던 성씨와의 메시지 증거 제출

'비서 성폭행'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안희정 전 충남지사(53·불구속)가 2일 오전 첫 정식 재판을 위해 법정에 직접 출석했다. (SBS캡처)/ 그린포스트코리아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수행비서 성폭력 혐의 재판에 원고 김지은 씨 지인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SBS캡처)/ 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박소희 기자]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수행비서 성폭력 혐의 재판에 원고 김지은씨 지인이 증인으로 출석해 피고측에 유리한 증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13일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판사 조병구) 심리로 열린 안 전 지사 사건 제5회 공판기일에는 안 전 지사의 대선 경선캠프 청년팀에서 일했던 성모(35)씨가 안 전 지사측 증인으로 나왔다.
 
안 전 지사 측 변호인은 김씨가 지난해 9월부터 11월까지 성씨에게 보낸 메시지를 증거로 제출하며 안 전 지사의 무죄를 입증하려 했다.

변호인단이 증거로 제시한 두 사람 사이 카카오톡 대화에는 '이용당하다 버려질 것 같다. 지사님 위해 일하는 게 행복해서 하는 건데 지사님 말고는 아무것도 날 위로하지 못한다' '새 업무를 맡게 됐다. 지사님을 더 알아가게 될 것 같기는 하지만 서운하다. 거리감이 멀어지니까' '잔바람이 날 찌른다. 맘에 안들지만 큰 하늘이 날 지탱해준다' '지사님 하나 보고 달리는데 멀어지니까 서운하다' 등의 내용이 담겼다. 

성씨는 김씨가 지난해 7월 러시아, 9월 스위스 등 안 전 지사의 외국 출장 수행 도중 자신에게 보낸 문자에 대해 “진지한 이야기를 할 때는 쏘아붙이는 말을 쓰고, 평소에는 ‘ㅋ'이나 'ㅎ'을 많이 쓴다. 이때는 'ㅋㅋㅋ' 등 웃음 표시가 많았다고 증언했다. 안 전 지사는 이들 2차례 출장에서 김씨에게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씨는 스위스에서 돌아온 9월 중순에는 '내 사장(안 전 지사)은 내가 지킨다', 수행비서에서 정무비서로 보직이 바뀐 12월 중순에는 '큰 하늘(안 전 지사)이 나를 지탱해주니까 그거 믿고 가면 된다' 등 메시지를 보냈다고 성씨는 전했다. 

그러면서 성씨는 "피해자의 폭로 다음 날(3월6일) 인터뷰를 보게 됐는데, 피해자가 평소 사용하던 단어들이 이상하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성씨는 이어 "인터뷰에서 피해자는 '지사는 하늘과 같은 존재였다'는 말을 한 것으로 기억하는데, 평소 피해자는 '하늘'이라는 표현을 인터뷰 때처럼 '절대 권력'이 아닌 '기댈 수 있고,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곳'이라는 의미로 써왔다"고 설명했다. 

김씨가 안 전 지사를 이성으로 바라봤느냐는 변호인 질문에 성씨는 "그렇다기보다는, 아이돌을 바라보는 팬심이나 존경심이 있었던 것 같다"고 답했다.

반대신문에서 검찰은 김씨가 도청 운행비서(운전담당) 정모씨의 성추행을 성씨에게 호소하자 성씨가 '네 성격에 불편한 기색을 보이지도 못하겠구만'이라고 답한 것이 무슨 의미인지 물었다.

성씨는 "김씨는 경선캠프에서 묵묵히 일만 하는 모습이었으므로 그럴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신문 종료 후 조 부장판사가 "연락 빈도 등으로 봐서 증인은 피해자와 가장 가까운 사이였고 든든한 멘토이기도 했는데 지금은 약간 대척점에 있는 것 같다"며 발언 기회를 주자 성씨는 "안타까운 일이다. 평소의 어려움이든 이런 남녀문제였든 제가 도움이 됐는지 억압이 됐는지 김씨에게 묻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신문에 앞서 김씨측 변호사는 재판부에 "피고인측의 증언이 노출되면서 2차 피해가 심각하다"며 "주변의 평가 등을 묻는 방식으로 사실이 왜곡된 채 피해자에 대한 악의적 이미지가 만들어지고 있으니 소송지휘권을 엄중히 행사해달라"고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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