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세대 청년 건설 노동자들 호소

청년 건설노동자들이 기자회견을 열었다.(주현웅 기자)2018.7.12/그린포스트코리아
청년 건설노동자들이 기자회견을 열었다.(주현웅 기자)2018.7.12/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주현웅 기자] “어느 날 어머니가 제가 일하는 곳으로 오신다더군요. 저는 극구 말렸습니다. 냄새나는 화장실, 부실한 식단, 흙과 먼지로 뒤덮인 제 모습이 실은 창피했거든요. 언제까지 이래야 하나요. 이런 곳에서 어느 청년이 일을 할까요.”

건설현장 노동자인 박철진(27) 전북건설지부 청년단장이 들려준 자신의 일화다. 그는 국내 건설업의 발전을 위해 마이크를 들었다고 말했다. 부모에게조차 보이기 싫은 게 공사현장에서 일하는 모습인데, 이런 곳에 혈기왕성한 청년들이 유입될 수 있을까.

건설노조가 총파업하는 12일 오전 2030세대의 청춘 건설 노동자들이 서울 광화문광장에 모였다. 하루 전부터 ‘건설노조 청춘버스’에 몸을 싣고 국회 등 곳곳을 돌고 있는 이들은 "인간답고 살맛 나는 건설현장을 만들어 달라"고 정부에 호소했다.

총파업에 참여하기로 한 박 단장은 “이번 투쟁은 건설현장 청년들의 비전을 만들기 위한 싸움”이라고 운을 뗐다. 그는 “건설현장 청년들의 처우 개선을 요구하기 위해 정치인들을 만났고, 최선을 다하겠다는 대답도 들었었지만 변한 게 없다”며 “직접 나서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는 “2030세대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비전’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지금의 건설현장은 청년들에게 어떠한 비전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장기적인 관점에서 오늘날 젊은 세대의 유입 없이 어떻게 건설현장이 운영되겠느냐”고 덧붙였다.

건설목수인 김현성(20대)씨는 이날 하늘을 원망했다.

그는 “하느님이 틀렸다. 선악과를 따먹지 말라는 말씀을 어긴 아담에게 그는 ‘너는 평생을 수고하고 땀을 흘리면서 먹고 살 것이다’라고 했다. 수고하고 땀은 흘린다. 하지만 먹고 살길은 없다. 땀 흘린 만큼의 임금이 지급되질 않는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시공사와 하청업체로부터 떼어지는 임금이 건설현장 노동자들의 삶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면서 “발주자가 임금을 직접 내는 길이 해결의 첫걸음”이라고 주장했다.

경기 시흥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김정남(20대)씨는 “‘이판사판공사판’이란 말이 있는데 그 말이 딱 맞다”며 “말뜻 그대로 공사판이 이판사판이란 의미다. 공사현장에서 하루 2명씩 사망한다는 통계의 현실이 이렇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청년 건설노동자들의 성토에 이영철 건설노조 위원장 직무대행은 “건설노조의 총파업은 집단의 이익이 아닌 생명과 의식주를 보장해달란 것”이라고 밝혔다. 건설현장은 '불법과 편법이 난무하는 무법천지'라는 게 그의 말이다.

이 직무대행은 “혹자는 요즘 젊은 청년들이 힘든 일을 기피한다고 말하지만 그렇지 않다”며 “장시간 중노동에 시달리지만 불법도급이 넘쳐나고, 적정 임금이 보장되지 않아 청년들에 상처만 남기는 곳이 건설현장”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청년들을 비롯한 많은 건설노동자의 기본권을 얻기 위해 몸소 나서겠다”며 건설노조 총파업 동참을 선언했다. 이날 오후 4시부터 광화문광장에서 열리는 총파업 결의대회에는 주최 측 추산 3만명이 모일 예정이다.

한편, 이날 청년 노동자들은 지난 8일부터 이틀간 20대 노동자 59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주52시간 근무 및 주휴수당 지급 등의 처우개선이 이뤄질 시 건설현장에서 계속 일하겠다고 답한 청년 노동자들은 76.3%에 달했다.

또한 건설현장에 더 많은 청년들이 유입되기 위해 가장 개선이 시급한 사항으로는 ‘부정적인 사회적 인식 개선’(24%)을 첫 손에 꼽았다.

경기 시흥의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2년 4개월차 건설목수 김현성씨.(주현웅 기자)2018.7.12/그린포스트코리아
경기 시흥의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2년 4개월차 건설목수 김현성씨.(주현웅 기자)2018.7.12/그린포스트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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