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단체 “군형법 92조 6항은 동성애 처벌법”

(픽사베이제공)2018.7.2/그린포스트코리아
(픽사베이제공)2018.7.2/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권오경 기자] 헌법재판소가 대체 복무제를 규정하지 않은 병역법에 대해 '헌법불합치'라는 전향적 판단을 내리면서, 성소수자들과 인권단체들은 ‘군형법 92조 6항’에 대한 헌재의 판단에도 관심을 갖고 있다.

‘군형법 92조 6항’은 ‘군인, 준군인에 대해 항문성교나 그 밖의 추행을 한 사람은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는 추행죄다. 이같은 조항은 군 내 성폭력을 처벌하고, 군 기강 저해를 방지한다는 명목으로 제정됐으나 성소수자들로부터 ‘동성애 처벌법’이라는 지적을 지속적으로 받고 있다.

그동안 법조계 안팎에서도 군형법 조항이 위헌이라는 비판이 수차례 나왔으나 헌재는 2002년과 2011년, 2016년 3차례 모두 합헌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합헌 결정이 난 지 1년도 안된 지난해 2월 인천지법 이연진 판사는 "군형법의 적용을 받는 사람의 항문성교 및 그 밖의 성적 행위를 처벌하는 것은 과잉금지원칙에 반해 성적 자기결정권,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신체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고, 현재 1년 넘게 헌재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이와 함께 서울북부지법 양상윤 판사는 지난 2월 군형법상 추행 혐의로 기소된 예비역 중위에게 무죄를 선고하면서 "이 조항을 상대방 군인의 의사에 반하지 않는 (합의된) 항문성교 등을 금지하고 징역형으로 처벌하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은 군인의 성적 자기결정권,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하는 헌법에 위배되는 결정"이라고 판시한 바 있다.

이같은 움직임은 헌재가 병역법을 합헌으로 본 과거의 판단을 뒤집고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과정과 비슷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동성애 처벌 조항 폐지를 주장해온 인권단체 등이 헌재의 행보에 주목하는 이유다.

인권단체 회원들은 군형법 92조 6항을 두고 “조직적으로 소수자를 색출해내겠다는 발상에 지나지 않는다”고 비판하고 있다.

성폭력 방지를 위한 것이라면 성폭력 가해자에 대한 규정 등이 명시돼야 하는데 92조 6항에는 이같은 규정 내용이 전무하기 때문이다.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 한가람 변호사는 “직속상관인 대위가 동성애자인 병사를 협박해 강제로 구강성교를 하게 했지만 ‘동성애자인 병사도 성적 만족 행위를 했다’면서 피해자까지 처벌받았다”면서 “피해자를 처벌하는 조항으로 성폭력 예방이 가능한가”라고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한 변호사는 또한 “이 조항이 없어도 군형법에는 강간, 유사강간, 강제추행 조항이 있을뿐더러 군형법에 설령 성폭력 처벌 조항이 없더라도 일반 형법이나 성폭력 특별법과 같은 조항을 적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roma2017@greenpost.kr

저작권자 © 그린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