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과 선거제도 개혁에 관한 모든 것'

 

붓다는 "공정심은 무엇이 옳고 그른지 살피는 마음에서 온다"고 했다. 그러나 '다원주의'를 표방하고 있는 현대사회는 하나의 중심이 사라지고 다양한 관점들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어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른지 쉽게 가치판단하기 어렵다. 책은 마음의 양식이라 했던가. 정보의 홍수 속에서 세상의 옳고 그름을 살피기 위해 격주 화요일과 목요일 번갈아 '화목한 책읽기' 코너를 운영한다. [편집자주]

 

《개헌과 선거제도 개혁에 관한 모든 것》 백상진·김예찬 지음∥루아크∥2018년 4월 25일∥정치/사회
《개헌과 선거제도 개혁에 관한 모든 것》 백상진/김예찬 지음ㆍ루아크ㆍ2018년 4월 25일ㆍ정치/사회

 

이 책의 한 단락 : 선거는 ‘투표’라는 행위를 통해 ‘당선’이라는 결과를 만들어내는 과정이다. 함수에 어떤 숫자를 대입하면 값이 도출되는 것과 비슷한 이치다. 이때 함수라는 룰이 달라지면 같은 숫자를 대입하더라도 다른 결과 값이 나올 수밖에 없다. 선거 또한 마찬가지다. 선거제도라는 룰이 달라지면 같은 투표 행위를 하더라도 다른 결과가 나온다.

[그린포스트코리아 박소희 기자] '촛불혁명'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되자 정치권 곳곳에서는 빠른 시일 안에 헌법을 개정하고 선거제도를 개혁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2017년 대선 전 본격적으로 불거진 개헌 논의는 여야의 정쟁으로 벌써 1년 넘게 함흥차사다. 문재인 대통령이 발의한 '대통령 개헌안'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폐기됐으며, 2018년 6·13 전국동시지방선거는 위헌 판결을 받은 국민투표법 조차 개정하지 못한채 치뤄졌다. 

헌법과 선거제도는 민주주의 국가의 핵심인데, 당리당략의 셈법에 따라 역사상 '개헌테이블'에 제대로 초대받은 적 없는 국민들. 30년만에 개헌 이야기도 본격화 됐겠다,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전백승. 그런데 분권형 대통령제? 대통령 중임제? 결선투표제? 그게 구체적으로 뭐지?

헌법 전문에 새로운 문구를 추가하는 것을 두고 왜 여야가 힘겨루기를 하는지, 정부 여당이 주장하는 대통령 중(연)임제의 장단점은 무엇인지, 야당이 주장하는 분권형 대통령제(이원정부제 혹은 내각책임제)가 무엇인지, 선거제도 개혁과 관련해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무엇이며 현행 제도와 어떻게 다른지 구체적인 내용을 잘 모르겠다면 이 책을 보자. 

철거농성 등 운동권 언저리에서 잔뼈가 굵은 백상진과 '날치기 국회사'의 김예찬이 공동으로 집필한 '개헌과 선거제도 개혁에 관한 모든 것'은 "앞으로 논의될 개헌이 '정치 엘리트들'만의 장치가 되지 않아야 한다"며 1부에서는 '개헌' 2부에서는 '선거제도 개혁' 문제를 속도감 있게 풀어내고 있다. 

2부로 구성된 이 책은 정말 개헌과 선거제도 개혁에 관한 '모든 것'이 담겨있지는 않지만 1부는 1987년 이후 30여 년 만의 헌법 개정과 관련해 현재 논의되고 있는 사항들을 정리하고, 새로운 헌법 개정안에 반드시 포함되어야 할 내용은 무엇인지 이야기한다. 2부는 현행 선거제도의 문제점을 살펴본 뒤 국민의 정치적 의사를 제대로 대의할 수 있는 선거제도는 어떤 방향이어야 하는지 그 방안을 제시한다.

현행 헌법인 '87헌법'은 이전 헌법에 비해 상당히 발전된 모습으로 개정됐지만 이른바 '8일 정치회담'에서 비공개로 타협이 이뤄졌다는 한계를 지닌다. 

이 책은 이같은 점을 지적하며 정치권이나 일부 언론이 국민을 배제하고 정부 형태나 권력구조 개혁 논의에만 관심을 두는 것을 비판적으로 바라본다.

저자는 "지난 헌법 개정의 역사를 돌아보면 권력구조 개혁이라는 쟁점에만 논의가 함몰돼 정작 다른 중요한 이슈는 성급하게 타협됐다"며 "새로 진행될 개헌 논의는 반드시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방향으로 진행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 연장성상에서 저자는 헌법 개정 역사에서 주변부로 밀려나곤 했던 여성·장애인·청소년 등 사회적 약자와 관련한 기본권 권·노동권 조항들을 비중있게 언급한다. 또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지방분권과 직접민주주의 관련 조항도 쉽게 설명한다. 

선거제도 개혁 없이 개헌은 그 의미가 퇴색할 수 밖에 없다. △연동형 비례대표 도입 △국회의원 정수 확대 △결선투표제 도입 △선거권 연령 하향 문제 등 선거 제도를 둘러싼 첨예한 사안들도 심도 있게 다루고 있으니 민주주의라는 밥상 스스로 차려보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  (백상진/김예찬 지음·루아크·18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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