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25일 동물체험시설 실태조사 보고서 발표
동물복지·공중보건 위협하는 동물체험시설 등록제→허가제로 전환해야

이형주 어웨어 대표가 25일 환경재단 레이첼 카슨홀에서 동물체험시설 실태조사 보고서를 발표중이다(권오경기자).2018.6.25/그린포스트코리아
이형주 어웨어 대표가 25일 환경재단 레이첼 카슨홀에서 동물체험시설 실태조사 보고서를 발표중이다(권오경기자).2018.6.25/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권오경 기자] “정부는 동물체험시설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동물복지를 고려한 사육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대표 이형주)는 25일 오후 서울 중구에 위치한 환경재단 레이첼카슨홀에서 ‘동물체험시설 실태조사 보고서’ 발표 기념 기자회견을 갖고 이같이 밝혔다.

어웨어는 이날 동물복지와 공중보건 향상을 위해 △현행동물원 등록제를 허가제로 전환 △동물 종 별 서식환경 및 관리 기준 제시 △불필요한 동물-관람객 접촉 원칙적 금지 및 동물체험 시 준수해야 할 기준 마련 △동물원법 내 금지행위 조항 강화 △동물질병관리 및 치료기록 유지 의무화 △동물원에서 동물 판매 금지 △야생동물 거래 규제 및 개인소유 제한 방안 마련 등 7가지 정책 제안을 했다.

어웨어는 지난 3월 1일부터 6월 16일까지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검색 가능한 동물체험시설 중 20개 업체를 선정해 시설현황, 사육환경, 관람객과 동물의 접촉 형태, 동물복지 상태, 안전과 위생 관리 등을 조사했다.

지역별로 서울 1곳, 경기 12곳, 인천 1곳, 대구 3곳, 울산 2곳, 제주 1곳 등 20곳에 대해 업체 당 1~3회 방문조사를 실시했다. 조사대상 선정에는 포털사이트 노출 빈도, 야생동물 전시 여부, 지역적 안배 등이 고려됐다.

조사 당시 20개 업체 가운데 동물원으로 등록된 업체는 16곳이었고, 3곳은 등록을 진행 중이었다. 미등록 상태인 업체는 1곳이었다.

어웨어의 조사결과, 동물체험시설 가운데 많은 곳이 동물뿐만 아니라 사람들의 안전까지 위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일부의 경우 공중보건을 심각하게 위협할 수 있는 형태로 사람과 동물간 접촉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체험에 사용되는 동물은 설치류부터 영장류까지 다양했으며 국제적 멸종위기종이 동원된 경우도 많았는데, 상당수 동물체험시설이 생태적 습성을 고려하지 않은 사육환경과 관람객과 동물간 거리를 좁힌 근거리 전시형태로 인해 동물들은 기본적인 복지도 보장받지 못했다. 

동물체험시설 운영모습(어웨어 제공).2018.6.25/그린포스트코리아
동물체험시설 운영모습(어웨어 제공).2018.6.25/그린포스트코리아

어웨어의 조사 결과, 동물을 사육장 안에서 전시하는 대신 관람객이 있는 공간에 자유롭게 돌아다니게 하는 무경계 전시 형태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었다.

사육장이 있더라도 완전히 분리되지 않고 높이가 낮은 펜스, 유리벽, 울타리 등 분리벽을 사용해 구획만 되어 있는 경우가 많았다. 분리벽 높이가 낮아 사육장 안으로 손을 뻗으면 동물과 쉽게 접촉이 가능한 사육장이 다수 관찰됐다.

사육장 안으로 관람객 출입이 가능한 경우도 있었다. 20개 업체 중 13개 업체에서 △별도의 사육공간이 없는 동물이 존재하거나 △사육장이 있어도 동물을 사육장 외부로 옮겨 전시하거나 △동물 사육장 안에 관람객이 출입이 가능해 관람객과의 경계가 없는 상태로 동물을 전시했다.

사육장 밖에서 전시되는 동물은 알락꼬리여우원숭이, 왈라비, 카피바라, 페럿 등 포유류부터 설가타육지거북, 파이톤, 블루텅스킨크, 비어디드래곤 등 파충류까지 다양했다.

또한 11개 업체에서 사육장 대신 통로나 전시장에 놓여진 상자, 나무통, 선반이나 나무기둥 형태의 구조물 위에 동물을 올려놓고 전시하는 모습이 관찰됐다.

이밖에 15개 업체에서 사육사가 사육장 외부로 동물을 꺼내 관람객에게 보여주고 접촉을 유도하는 형태로 운영했다. 접촉 체험에 사용되는 동물 중에는 일본원숭이, 사막여우, 청금강앵무, 사바나모니터, 그린이구아나 등 국제적 멸종위기종도 포함돼 있었다.

이종 동물의 부적절한 합사현장도 확인됐다. 14개 업체에서 2종 이상의 야생동물을 합사하거나 공간의 구분 없이 전시했다. 많게는 6종의 동물을 한 사육장에 전시하고 있는 경우도 있었다. 뿐만 아니라 야생동물과 가축화된 동물을 한 공간에서 사육하는 경우도 있었다.

사육공간이 있더라도 관람객이 있는 공간으로 여러 종의 동물을 이동해 같은 공간에 전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원숭이와 파이톤, 개와 파충류 등 다른 종의 동물을 함께 꺼내 보여주거나 심지어 재미를 위해 동물끼리 접촉하도록 유도까지 했다.

2개 업체에서는 미어캣과 앵무가 같은 방에서 사육되면서 미어캣이 앵무가 내는 소음에 불안감을 보이는 장면이 목격되기도 했다.

또한 토끼, 산양, 닭, 육지거북, 미니돼지를 합사한 사육장에서 토끼가 다른 동물을 과격하게 공격하는 행동을 보였다.

이종 간의 합사는 생태계에서 같은 서식지에 서식하는 동물에 한해 행동학적 습성과 질병 등을 고려해 교육과 행동풍부화 등의 효과가 있는 경우에만 시도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렇지 않을 경우 동물들이 영역과 먹이를 놓고 경쟁하면서 받는 스트레스, 공포심 등을 느낄 수 있다.

또한 여러 동물을 합사하는 경우 각 동물이 보유한 병원체에 서로를 노출시켜 질병 전파를 촉진시킬 수 있다. 먹이그릇과 식기를 공유하면서 서로의 타액과 비말 등에 노출되면서 병원체가 전파될 가능성도 있다.

일본원숭이, 다람쥐원숭이, 미어캣 등 사회적 집단화가 필요한 종의 동물임에도 불구하고 한 마리씩 단독으로 사육하는 경우가 있었다.

반려동물인 개와 고양이를 전시한 경우도 14개 업체였는데, 업체의 규모가 크고 전시하는 동물 종의 숫자가 많은 곳일수록 이들 개와 고양이는 다른 종 동물에 비해 복지상태가 낮고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는 모습이었다.

2개 업체는 정해진 시간마다 사육장 밖으로 대형견을 데리고 나와 관람객이 만지는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했는데 △정형행동(5곳) △털 및 발톱 관리상태 불량(4곳) △뜬장 전시(1곳) △고양이 모래상자 없음(2곳) △개체 당 집(shelter) 없이 울타리 안에 전시(3곳) △임신하거나 수유 중인 개체 전시(2곳) △생후 3주에서 2개월 미만의 어린 개체 전시(2곳) 등의 문제점이 발견됐다.

어웨어 이형주 대표(오른쪽)와 임수빈 활동가.
어웨어 이형주 대표(오른쪽)와 임수빈 활동가.

이밖에 현장 조사에서는 질병 감염이 의심되는 동물이 있어도 격리시키지 않고 있었다. 관람객이 손을 씻지 않은 채로 여러 종의 동물을 연속적으로 만지는 행동, 먹이주기 체험 시 동물에게 먹이던 당근을 다른 동물 사육장에 집어넣는 행동 등도 목격됐다. 이는 동물 간의 질병을 전파시키는 원인이 될 수 있다.

관람객이 관리인원의 감독 없이 다양한 종의 동물을 만지고 손으로 먹이를 주는 체험동물원에서는 동물에게 물려 교상을 입을 위험이 높다. 원숭이, 돼지, 페럿, 토끼 등 다양한 종의 동물에게 관람객이 얼굴을 가까이 대거나 입을 맞추는 행동, 먹이를 사용해 약을 올리는 행동 등을 볼 수 있었는데 이런 행동 역시 물릴 위험성이 있는 행동이다. 

실제로 조사 과정에서 돼지에게 먹이를 주다가 손가락을 물려 소독약을 바르는 관람객을 목격하기도 했다. 

또 어린 관람객들이 관리인원이 없는 상태에서 버미즈파이톤을 손으로 만지고 얼굴을 가까이 대는 행동을 하는 것을 쉽게 관찰할 수 있었는데, 비단구렁이과(Pythonidae)는 독성이 없다고 해도 사람을 감아서 공격하는 사고가 발생하고 있다. 

2009년 미국 플로리다에서는 애완용 버미즈파이톤이 2세 아기를 감아서 죽이는 사고가 발생했고, 2013년 캐나다에서는 7세와 4세 어린이가 아프리카비단구렁이에게 감겨 목숨을 잃었다.

이처럼 일부 동물체험시설의 경우 공중보건을 심각하게 위협할 수 있는 형태로 사람과 동물간 접촉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체험에 사용되는 동물은 설치류부터 영장류까지 다양했으며 국제적 멸종위기종이 동원된 경우도 많았다. 

또한 생태적 습성을 고려하지 않은 사육환경과 관람객과 동물간 거리를 좁힌 근거리 전시형태로 인해 동물들은 기본적인 복지도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형주 어웨어 대표는 “‘무경계 근거리 전시‘의 경우 생물 종 별 적절한 사육환경 제공이 불가능하며 과도한 접촉에 의해 동물들이 스트레스를 받아 이상행동을 보일 수 있다”면서 “동물복지와 관람객 안전을 위협하는 체험동물원을 관리하기 위해서는 동물원·수족관법 개정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어 “미래의 이상적인 동물원의 모습은 각 지역에 서식하는 종에 대한 생태구조와 연구, 종 보전을 우선하는 동물원이다. 지역에 서식하는 동물의 생태구조 위조로 전시하고 교육, 보전하는 것이 세계적 추세인 만큼, 우리도 동물원 허가제를 통해 사육시설 환경을 개선하고 멸종위기 동물종에 위한 보전연구를 시행해야 한다”면서 “이를 위해서는 환경부와 해수부의 역할이 분명히 명시돼야 한다”고 밝혔다.

roma2017@greenpost.kr

저작권자 © 그린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