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규 중수부장 "언론에 흘려 망신주자 했다"

故 노무현 전 대통령 사건 수사를 지휘했던 이인규(60·사법연수원 14기) 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YTN)/그린포스트코리아
故 노무현 전 대통령 사건 수사를 지휘했던 이인규(60·사법연수원 14기) 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YTN)/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박소희 기자] "논두렁시계 밝히면 다칠 사람 많다."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이 검찰총장에게 '논두렁 시계' 보도를 회유했다가 거절당한 사실이 사건 수사를 맡았던 이인규 중앙수사부장에 의해 다시 폭로됐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사건 수사를 지휘했던 이인규(60·사법연수원 14기) 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은 25일 오전 법조기자단에게 보낸 4장 분량의 입장자료를 통해 이같이 밝히며 “노 전 대통령의 고가 시계 수수 관련 보도는 유감스러운 일이나 저를 포함한 검찰 누구도 이와 같은 보도를 의도적으로 계획하거나 개입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 전 중수부장은 지난해 11월 '논두렁 시계' 보도에 노 전 대통령 수사를 지휘했던 이 전 중수부장이 개입됐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당시 “이 같은 보도 배경에 국정원이 있다”고 해명한 바 있다. 

이 전 중수부장의 말에 따르면 2009년 4월14일 퇴근 무렵 국정원 전 직원 강모 국장 등 2명이 그의 사무실로 찾아왔다. 이들은 원 전 원장의 뜻이라며 “노 전 대통령을 불구속하되 시계 수수 사실을 언론에 흘려 노 전 대통령에게 도덕적 타격을 가하는 것이 좋겠다”는 뜻을 비췄다. 

이 전 중수부장은 또 “원 전 원장이 임채진 전 총장에게도 직접 전화를 걸어 ‘노 전 대통령의 시계 수수 사실을 언론에 흘려 망신 주는게 좋을 것 같다’고 제안했다가 거절을 당한 적도 있다”고 폭로하며 “이후 일주일쯤 지난 4월22일 KBS 저녁 9시 뉴스에서 노 전 대통령의 시계 수수 사실이 보도됐다”고 설명했다. 

이전 중수부장은 "보고를 받는 순간 원 전 원장의 소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그동안 국정원의 행태가 생각나 도저히 화를 참을 수 없었다"고 전했다.

같은 해 5월13일 '논두렁에 시계를 버렸다'는 내용이 SBS에서 다시 보도됐다. 

이에 대해 "여러 경로를 통해 그 동안의 보도 경위를 확인해본 결과 KBS 보도는 국정원 대변인실이 개입해 이뤄진 것을 확인했다"며 "그간 국정원의 행태와 SBS 보도 내용, 원 전 원장과 SBS와의 개인적 인연 등을 고려해볼 때 SBS 보도의 배후에도 국정원이 있다는 심증을 굳히게 됐다"고 밝혔다.

논두렁 시계 사건 등에 대한 검찰 재수사가 임박하자 해외 도피를 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일하던 로펌을 그만둔 후 미국으로 출국해 여러 곳을 여행 중"이라며 "노 전 대통령 수사와 관련해 조사 요청이 오면 언제든지 귀국해 조사를 받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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