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재활용법에 따라 금지돼 있는 ‘매장 내 일회용컵 사용’은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서창완 기자) 2018.6.20/그린포스트코리아
자원재활용법에 따라 금지돼 있는 ‘매장 내 일회용컵 사용’은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서창완 기자) 2018.6.20/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서창완 기자] 환경부는 지난달 24일 16개 커피전문점, 5개 패스트푸드점 등과 ‘일회용품을 줄이고 재활용을 촉진’하기 위한 자발적 협약을 맺었다. 협약에는 텀블러 사용에 따른 혜택과 머그컵 등 다회용컵 우선 제공 등의 내용이 담겼다. 지난 2013년 협약 때보다 정책도 강화되고, 업체도 4개 더 늘었다. 

협약을 맺은 지 한 달 남짓 지난 20일 환경부는 전국 지자체 및 시민단체와 일회용컵 사용에 대한 집중 점검을 시작했다. 자발적 협약을 맺은 업체들의 이행 여부 평가와 현장 계도가 목적이다.

◇머그잔·텀블러보다 ‘일회용컵' 편한 소비자들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의 커피전문점 7곳을 찾았다. 모두 환경부와 자발적 협약을 맺은 업체들이다. 점심시간에 들른 카페에서는 테이블, 분리수거함 등 곳곳에서 여전히 많은 일회용컵을 볼 수 있었다. 머그잔 이용률이 높은 매장도 있었지만, 변화를 체감하기에는 미흡했다. 자원재활용법에 따라 ‘매장 내 일회용컵 사용’은 금지돼 있다.

개인용 텀블러를 구비해 주문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7개 매장의 손님 중 1명 만이 텀블러를 이용해 음료를 마셨다. 개인용 텀블러 사용 혜택을 알 수 있도록 매장 내 설치해야 하는 안내문도 눈에 띄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머그잔 이용은 텀블러 정책에 비하면 조금 더 나았다. 이용 여부를 묻는 매장이 꽤 있었다.

히지만 대부분 소비자들은 일회용컵을 선호했다. 매장에서 공부하거나 대화를 나누며 오래 머무는 경우에도 테이블에는 일회용컵이 놓여있었다. 남자친구와 매장을 찾았다는 주모(20대)씨는 “마시다가 나갈 경우 들고 다니기 편하기 때문에 일회용컵을 이용한다”고 말했다.

주씨의 남자친구는 “머그잔의 위생을 확신할 수 없다”며 “아무래도 일회용컵을 쓰는 게 마음이 더 편하다”고 했다.

김은경 환경부 장관은 자발적 협약식에서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기 위해서는 일회용품 사용 문화를 바꾸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단순 캠페인이나 자율만으로 문화를 바꿀 수 있느냐는 질문이 남는다. 손님이 “일회용컵에 주세요”라고 말할 경우 업체는 머그잔 이용을 강제할 수는 없다.

◇자발적 협약만 반복… 일회용 용기 비용 부과 등 실효성 있는 대책 필요

매장에 따라 머그잔과 일회용컵 이용률은 차이를 보였다. (서창완 기자) 2018.6.20/그린포스트코리아
매장에 따라 머그잔과 일회용컵 이용률은 차이를 보였다. (서창완 기자) 2018.6.20/그린포스트코리아
매장에 따라 머그잔과 일회용컵 이용률은 차이를 보였다. (서창완 기자) 2018.6.20/그린포스트코리아
매장에 따라 머그잔과 일회용컵 이용률은 차이를 보였다. (서창완 기자) 2018.6.20/그린포스트코리아

환경부와 커피전문점의 자발적 협약은 이미 10년 넘게 비슷한 방식으로 반복돼왔다. 환경부가 텀블러 할인과 머그잔 이용 유도를 시민과 업계에 오랫동안 맡겨온 셈이다. 그동안 일회용컵 사용은 꾸준히 늘어났다. 환경부에 따르면 지난 2016년 17개 커피전문점과 패스트푸드점의 일회용컵 사용량은 7억6000만여개였다. 3년 새 1억2000만여개가 늘어난 수치다.

양이원영 환경운동연합 처장은 “업소가 일회용컵을 남용하는 것도 문제이지만 소비자의 행동변화도 필요하다”면서 “일회용 용기에 대해 비용을 높게 부과하면 사용은 급격히 줄어들 수 있다”고 방안을 제시했다. 

양 처장은 “2007년 독일에서는 생수병 가격이 0.25유로고 생수 전체 가격은 0.5유로였고, 생맥주 가격 7유로 중 플라스틱컵 가격이 3~4유로였다”며 “우리나라의 현재 음료가격엔 일회용 용기를 당연히 사용하던 비용이 이미 포함돼 있어 할인 잠재량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양 처장은 텀블러 이용 할인율을 정할 때도 사람들의 행동 변화를 이끌어낼 만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소비자들이 이용 유인을 느낄만한 적절한 할인률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실제 직장인 정모(40대)씨는 "불편함에 비해 얻는 점이 크지 않아 텀블러를 들고 다니지 않는다"고 말했다.

스타벅스의 경우를 봐도 현행 할인율의 실효성은 의문 부호가 남는다. 스타벅스에서는 지난 11년간 300원의 할인율을 유지해 온 결과 총 2000만여건의 할인이 있었다고 밝혔다. 연 평균 약 180만건이다. 스타벅스가 연간 약 1억5000만잔의 음료를 판매하는 것을 감안하면 텀블러 할인 건수 비중은 미미하다. 

배선영 녹색엽합 활동가는 “자발적 협약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 10년도 넘게 계속돼온 것”이라며 “기존에 없던 프랜차이즈가 추가되고 있지만, 시민들이 여전히 제도에 대해 잘 인식하지 못하고 있고 홍보도 제대로 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컵파라치 제도 도입이나 환경부가 내년부터 도입하겠다고 한 일회용컵 보증금 제도가 도움이 될 수 있다”며 “자발성에만 맡기지 않고 적극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seotive@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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