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밴드 '요술당나귀' 리더 '라마' 인터뷰

우리 사회는 몇 차례 환경의 역습을 당했다. 가습기 살균제, 여성용품, 화장품, 물티슈 등 일상 용품에서 유해물질이 발견됐다. 다중이용시설, 회사 사무실, 심지어 아이들의 교실에서도 반(反) 환경 물질들이 검출된다. 여기에 바깥으로 나가면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는 등 곳곳에서 반환경적인 것들과 마주한다. 어느 때보다 많은 사람들이 친환경을 추구하는 이유다. 이에 <그린포스트코리아>는 친환경 기업과 친환경 현장에서 직접 뛰고 있는 이들을 찾아 나섰다. 그리고 그들이 추구하는 가치를 함께 공유해본다. [편집자주]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에 있는 연구소에서 만난 라마(에코밴드 '요술당나귀' 리더).2018.6.17/그린포스트코리아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에 있는 연구소에서 만난 에코밴드 '요술당나귀' 리더 라마(권오경 기자).2018.6.17/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권오경 기자] 환경을 노래하는 에코밴드 ‘요술당나귀’의 리더 ‘라마’는 자연과 가까이 살아가고자 한다.

라마는 노래로써, 혹은 불편하지만 단순한 삶으로써 자연과 일상의 간극을 좁히려 한다. 그는 우리 사회가 이토록 복잡한 구조로 변화한 것은 인간이 편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라고 말한다. 이 거대하고 복잡한 인공숲에서 탈출해 자연친화적인 삶을 살기 위해 그는 오늘도 노래하며 불편하고 단순하게 사는 중이다.

◇ “우리 집이 지구라면 사람들이 이렇게 자원을 낭비할까요?”

14일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에 위치한 작은 연구소(?)에서 만난 라마(‘요술당나귀’ 리더)는 “집 밖으로 쓰레기 배출이 불가능한 사회라면 과연 사람들이 이렇게 많은 일회용품을 사용하고 음식물쓰레기를 만들까”라는 의문을 제기하며 “지구가 곧 우리의 집”이라고 말했다.

어쩌다 그는 ‘산과 바다를 여행하며 자연을 노래하는 삶’을 살게 됐을까.

2010년, 그는 서울 서초구의 어느 건물에 들어갔다가 휴지를 일체 사용하지 않는 곳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충격을 받았다. 그후로 ‘휴지를 안 쓰면 어떻게 될까’라는 호기심에 휴지대신 손수건을 사용하게 됐고 '위생'에 대한 관념도 바뀌었다고 한다.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에 위치한 그의 '연구소'(권오경 기자).2018.6.17/그린포스트코리아​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에 위치한 그의 '연구소'(권오경 기자).2018.6.17/그린포스트코리아​

그가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에 일명 ‘연구소’를 열고 시도해보려는 실험도 바로 이 같은 환경적인 호기심을 사람들에게 던져주고 인식의 전환을 이끌어내는 것이다.

오는 7월부터 그는 ‘어떻게 환경친화적으로 살 수 있을까?’, ‘당장 플라스틱없이 어떻게 살지?’와 같은 사람들이 미처 생각지 못했던 환경적인 물음을 던지고 그 가능성을 실험해보는 시도를 해볼 계획이다.

그는 가장 먼저 우리의 일상과 가장 밀접한 먹거리를 직접 만드는 일부터 시작해 공장에서 나오는 제품들을 사용하지 않는 일로 확대해나갈 생각이다.

◇ “저는 ‘환경’을 노래하는 것이 아닌 ‘우리’의 이야기를 하는 것 뿐이에요.”

라마는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것, 이루고자 하는 것은 결코 대단한 것이 아니라고 얘기했다. 그는 “자연과 환경은 우리 삶과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이기에 늘 생각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에 있는 연구소에서 만난 라마(에코밴드 '요술당나귀' 리더).2018.6.17/그린포스트코리아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에 있는 연구소에서 만난 에코밴드 '요술당나귀' 리더 라마.(권오경 기자).2018.6.17/그린포스트코리아

그의 노래를 들어보면 자연과 멀어진 일상을 슬퍼하고 환경과 어우러져 살고 싶어하는 마음이 보인다. 아직 제목을 붙이지 않은 ‘지렁이와 감자’에 대한 노래를 부르며 그는 지렁이와 감자에 대한 미안함을 드러냈다.

그는 “아침마다 자전거를 타고 나가며 아스팔트에서 처참히 죽어가는 지렁이를 만난다”면서 “지렁이가 결코 많은 것을 바라는 게 아닌데...”라고 말을 줄였다.

“내 이름은 감자. 싹이 났다고 버리지 마세요. 양지바른 곳에 묻어주면 친구들과 함께 다시 돌아올게요. 내 이름은 지렁이 아스팔트 위에서 구해주세요. 촉촉한 땅위에 올려주면 평생동안 그댈 위해 농사 지을게요.”

그의 또 다른 노래 ‘넌 어디에서 왔니?’는 자연과 동떨어진 도시에 살면서 순환의 개념을 배우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깨달은 후 만든 노래다.

그는 “복숭아는 마트에서 온 것이 아니라 자연으로부터 왔다는 당연한 사실마저 흐려지고 있는게 현실”이라면서 “지금 사는 세대들은 적당히 살다 가겠지만 그 다음 세대들이 고스란히 다 돌려받게 될텐데 눈 앞에 닥친 위험에만 예민한 현실이 안타깝다”고 전했다

“고구마야 고구마야 어디에서 왔니, 나는 땅 속 깊은 곳에서 널 찾아 왔단다, 내게 와줘서 고마워 이제는 너와 함께 향기로운 흙처럼 예쁘게 살아갈게. 복숭아야 복숭아야 넌 어디에서 왔니, 나는 키 큰 나무에서 널 찾아왔단다, 내게 와줘서 고마워 이제는 너와 함께 착한 마음 나무처럼 예쁘게 살아갈게.”

그는 옥상텃밭에서 채소를 길러 먹는다고 한다. 그는 직접 만들어 먹는 일이 최대한 이 도시에서 자연과 가까워질 수 있는 일이라고 말한다.(라마 페이스북).2018.6.17/그린포스트코리아
그는 옥상텃밭에서 채소를 길러 먹는다고 한다. 그는 직접 만들어 먹는 일이 최대한 이 도시에서 자연과 가까워질 수 있는 일이라고 말한다.(라마 페이스북).2018.6.17/그린포스트코리아

라마는 자신의 노래가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단지 ‘돈을 주고 구매한 상품’을 먹고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그의 노래 ‘넌 어디에서 왔니?’ 속 노랫말처럼, 적어도 어디에서 온 먹거리인지는 알고 먹었으면 하는 것이 그의 바람이다.

그는 “인간중심적 사고에서 벗어나 음식을 식재료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로서, 감자를 있는 감자로서, 복숭아는 복숭아로서 봐준다면 좋겠다”면서 “사람들이 시간적 여유가 없어서 미처 생각하지 못하고 지나치고 있는데 제가 하고 싶은 건 바로 그들의 빈틈없는 일상에 조금씩이나마 균열을 내고, 삶의 패턴을 변화시킬만한 전환점을 만들어주는 일”이라고 말했다.

roma2017@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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