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공존·균형·분권 등 새로운 시대가치 반영 결과

[그린포스트코리아 박소희 기자] 더불어민주당에 ‘민심 몰아주기’로 끝난 6·13 지방선거. 집권 여당의 유례 없는 ‘압승’, 야권 진영의 전례 없는 ‘참패’로 끝난 선거가 야권발 정계 개편으로 이어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압승은 잇단 남북·북미 정상회담으로 조성된 '북한 비핵화 및 한반도 평화' 이슈가 지방선거 전체를 관통한 데 따른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반면, 최악의 성적표를 받은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지도부는 책임론에 휘말렸다.

이른바 보수의 2016년 총선 패배,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및 대선 패배, 2018년 지방선거 패배가 계속된 것은 단순한 우연이 아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촛불민심’이 반영된 유권자 지형 변화를 감지하지 못한 게 이번 참패의 가장 큰 원인이란 지적이 나온다.

절대 무너지지 않을 것 같던 PK 표심까지 완전히 이탈한 민심은 문재인 정부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는 얘기다. 

이에 유승민 바른미래당 대표는 14일 “선거패배의 책임을 지고 사퇴한다”고 밝혔다. 지방선거를 넉 달 앞두고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합쳐질 때부터 이 같은 난파가 예상된 만큼 바른미래당의 지도부 사퇴는 불가피해 보인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 역시 이날 “당대표직을 내려놓는다”는 공식 입장을 내놓았다. 자유한국당은 김성태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비상대책위를 꾸려 환골탈태를 꾀한다는 방침이지만 이번 선거 참패가 몰고 온 위기는 당분간 회복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보수 부활을 위해서 어떻게든 대통합을 이루는 것이 지금으로써는 차선으로 보이지만 현실적으로는 여의치 않다. 유승민 바른미래당 대표는 자유한국당과의 당대당 통합 가능성에 대해 “폐허 위에서 적당히 가건물을 지어 보수의 중심이라고 얘기해서는 국민이 납득하지 않을 것”이라며 “백지 상태에서 시작하겠다”고 선을 그었다.

자유한국당과의 통합이 자칫 중도보수라는 바른미래당의 정치기조를 버리는 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가만히 있으면 ‘식물정당’ 움직이면 ‘갈대정당’이 되는 바른미래당은 현재 진퇴양난이다. 하지만 2020년 총선에서의 ‘구사일생’을 위한 보수통합 움직임은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더불어민주당은 자축을 자제하고 겸손하게 승리를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지방선거와 함께 12곳에서 치러진 재보선에서 후보를 내지 않은 경남 김천을 제외한 11곳을 싹쓸이하며 의석수 130석이 됐지만 이번 선거에서 나타난 민심은 당이 아닌 문재인 정부에 힘을 실어준 것이라는 게 지배적인 분석이다.

이번 선거 결과를 두고 더불어민주당의 승리가 아닌 야권 진영의 참패로 봐야한다는 것도 같은 이유다. 당내 최대 관심은 현재 8월 전당대회에 쏠릴 것으로 예상된다. 

새로 선출되는 대표의 임무는 국회에서 개혁 입법을 관철시키는 것이다. 그러나 집권여당이 국회 의석 과반수를 넘지 않는 상황에서 야당과의 통합이나 연정이 거론될 가능성이 크다. 전당대회 과정에서 더불어민주당이 현 정부에 우호적인 민주평화당이나 정의당과 어떤 관계를 이뤄나갈지 주목된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연정이나 연대가 자칫 야합으로 비칠 수 있는 만큼 소극적 자세를 취하고 있다. 

한편 중앙선관위 개표 결과 더불어민주당은 △서울 박원순(52.8%) △인천 박남춘(57.7%) △경기 이재명(56.4%) 등 수도권 광역단체장 3곳도 싹쓸이했다. 역대 수도권 전체에서 승리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최대 승부처로 꼽힌 부산·울산·경남에서도 △ 부산 오거돈(55.2%) △ 울산 송철호(52.9%) △경남 김경수(52.8%) 등이 승리했다.

더불어민주당이 부·울·경 광역단체에서 완승을 거둔 것도 최초로 그간 진보 정권의 동진(東進) 좌절 역사에 비춰볼 때 일대 '사건'으로 평가된다.

이밖에 △ 광주 이용섭(84.10%) △ 대전 허태정(56.4%) △ 세종 이춘희(71.3%) △ 강원 최문순(64.7%) △ 충북 이시종(61.2%) △ 충남 양승조(62.6%) △ 전북 송하진(70.6%) △ 전남 김영록(77.1%) 등 호남과 충청·강원 등 사실상 전국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지방권력을 거머쥐었다.

자유한국당은 △ 대구 권영진(53.7%) △ 경북 이철우(52.1%)만 승리했다. 지난 2006년 지방선거에서 압승을 거뒀던 자유한국당이 10년 만에 사실상 'TK(대구·경북) 정당'으로 쪼그라든 모양새다.

제주에서는 무소속 원희룡 후보가 51.7%의 득표율로 당선을 확정지었다.

국회의원 재보선도 사실상 여당의 일방적 승리로 끝났다.

더불어민주당은 △노원병 김성환(56.4%) △송파을 최재성(54.4%) △부산 해운대을 윤준호(50.2%) △인천 남동갑 맹성규(61.6%) △ 광주 서갑 송갑석(83.5%) △ 울산 북구 이상헌(48.5%) △ 충북 제천·단양 이후삼(47.7%) △ 충남 천안갑 이규희(57.8%) △ 충남 천안병 윤일규(62.2%) △ 전남 영암·무안·신안 서삼석(68%) △ 경남 김해을 김정호 후보(63%) 등이 당선을 확정했다.

경북 김천은 경합 끝에 자유한국당 송언석 후보(50.3%)가 무소속 최대원 후보(49.7%)를 493표차로 어렵게 이겼다.

기초단체장 선거 역시 총 226곳 가운데 현재 더불어민주당이 151곳에서 승리해 자유한국당 53곳, 민주평화당 5곳, 무소속 17곳 등을 압도했다.

특히 서울시 25개 구청장의 경우 서초구를 자유한국당 조은희 후보(52.4%)에게 내준 것을 제외하고는 24곳을 더불어민주당이 모두 가져갔다.

이에 따라 더불어민주당은 '여당의 무덤'으로 여겨진 지방선거에서 1998년 이후 첫 승리를 올리는 것은 물론, 2006년 새누리당의 전신 한나라당의 대승(광역 12곳·기초 155곳)을 뛰어넘는 기록적 완승을 거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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