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휴대폰 재생기업 '에코T&L' 한상무 대표이사 인터뷰

우리 사회는 몇 차례 환경의 역습을 당했다. 가습기 살균제, 여성용품, 화장품, 물티슈 등 일상 용품에서 유해물질이 발견됐다. 다중이용시설, 회사 사무실, 심지어 아이들의 교실에서도 반(反) 환경 물질들이 검출된다. 여기에 바깥으로 나가면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는 등 곳곳에서 반환경적인 것들과 마주한다. 어느 때보다 많은 사람들이 친환경을 추구하는 이유다. 이에 <그린포스트코리아>는 친환경 기업과 친환경 현장에서 직접 뛰고 있는 이들을 찾아 나섰다. 그리고 그들이 추구하는 가치를 함께 공유해본다. [편집자주]

지금 책상 서랍을 열어보자. 어릴 때 사용했던 폴더폰, 생애 첫 스마트폰, 설레는 마음으로 새로 장만했던 한 때 최신 스마트폰까지. 그간 손을 스쳐갔던 몇 개의 휴대폰이 잠들어 있지 않은가. 

그 중에는 더 이상 사용할 수 없는 것도 있고, 아직은 제 기능을 하는 것도 있다. 어느 쪽이든 처리에 애를 먹고 있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휴대폰을 버리려 해도 어디에 어떻게 버려야 할지 모르고, 잘못 버렸다가 개인정보가 유출되는 게 아닌지 의심스럽기 때문이다. 

폐휴대폰 재생기업 에코T&L(대표 한상무)은 그런 이들을 위해 탄생했다. 단순한 재활용 기업을 넘어 사회적 기업으로 이끌고 있는 한상무 대표이사를 만났다.

에코T&L 한상무 대표이사. (그린포스트코리아 촬영)
에코T&L 한상무 대표이사. (그린포스트코리아 촬영)

에코T&L은 중고 휴대폰을 매입해 통신기기로 재생시키는 업체다. 한상무 대표이사의 말을 빌리자면 이쪽 업계에서는 '손에 꼽히는' 곳이다. 

창립된 지는 5년이 지났고 사회적 기업으로 인증 받은 지도 이제 3년이 흘렀다. 5명의 직원들이 매일 바쁘게 일하며 연간 25톤의 폐휴대폰을 처리한다. 

조만간 회사 이전을 계획 중인데 2명의 직원이 더 합류할 예정이다. 직원들은 모두 취약계층의 사람들이다. 사업을 통해 폐휴대폰을 재생하면서 지역사회의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하는 사회적 기업이 되는 게 이들의 목표다. 

한 대표가 일을 시작한 계기는 의외로 단순하다. 그는 원래 휴대폰 판매 매장을 운영했다. 5년 정도 했는데, 그 과정에서 아직 사용할 수 있는 ‘멀쩡한’ 휴대폰이 매년 엄청나게 버려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이 일을 떠올렸다고. 

폐휴대폰의 99%는 내부의 금속 물질만 추출돼 ‘물질 재활용’ 된다. 이렇게 재활용된 휴대폰의 가격은 대당 900~1000원 선에 거래된다. 그러나 휴대폰 자체의 기능을 되살려 통신기기로 재활용하면 1만~10만원까지 가격이 올라간다. 쓰임이 생기자 부가가치가 증가하는 것이다. 

'휴대폰은 2년 쓰고 버리는 소모품이 아니다'라는 게 한 대표의 지론. 그는 더 이상 쓸모 없는 것 같은 폐휴대폰도 몇 번이고 재활용할 수 있는 소중한 자원이란 사실을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싶다고 말한다.

에코T&L의 내부 전경. (그린포스트코리아 촬영)
에코T&L의 내부 전경. (그린포스트코리아 촬영)

에코T&L에서 폐휴대폰이 새롭게 태어나는 과정은 의외로 간단하다.

우선 고물상, 폐가전업체, 개인을 통해 폐휴대폰을 매입한다. 이렇게 거둬들인 폐휴대폰을 1차 선별한 후 이 중 80~90%는 물질 재활용을 한다. 나머지 10~20%만이 초기화 과정을 거쳐 중고 휴대폰으로 다시 판매된다.

소문이 나서 업체에서 직접 구매를 원하는 이들도 늘었다. 중고나라나 네이버 등과 같은 오라인 사이트를 통해서도 판매되고 있다. 

한 대표의 사업이 지금처럼 탄탄대로만 걸어온 것은 아니다. 난관에 부딪힌 적도 많았다. 그 난관이란 게 다름 아닌 개인정보 처리 문제다. 휴대폰에는 통장 번호, 은행 계좌 비밀번호, 연락처 등 유출되면 위험한 개인정보가 가득하다. 이 개인정보를 어떻게 완전히 소멸시킬 것이냐가 가장 큰 고민이다.

"사실 공장 초기화를 2회 정도 하면 99%의 개인 정보는 소멸합니다. 그렇게 말해도 불안해하는 사람들이 많죠. 이 때문에 휴대폰의 재생 과정을 추적 관리할 수 있는 ELP시스템을 도입할 계획입니다. 어디서 판매되고 어떤 작업을 거쳐 판매되는지 추적, 관리할 수 있도록 하면 폐휴대폰 판매자들을 조금이나마 안심시킬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직원들이 폐휴대폰 재생 작업에 열중하고 있다. (그린포스트코리아 쵤영)
직원들이 폐휴대폰 재생 작업에 열중하고 있다. (그린포스트코리아 쵤영)

한 대표의 말처럼 개인정보를 '소멸'시킨 뒤 만들어지는 재생 휴대폰은 매달 2000~2500대에 달한다. 그중 재고는 200대 정도. 그만큼 수요가 많다는 뜻이다. 

특히 인기가 많은 것은 학생용 폴더폰이다. 공부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카카오톡, 인터넷 웹서핑 등을 제한한 것들이다. ‘효도폰’ 역시 찾는 어르신들이 많다.

때문에 에코T&L에 중요한 것은 매입이지 판매가 아니다. 수요는 언제나 존재한다. 휴대폰을 하는 사람들, 즉 매입처가 더 절실한 상황이다. 아직은 개인 매입에 의존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지자체, 단체, 종교기관, 교육기관 등과 연계해 더욱 양질의 폐휴대폰을 대량 매입할 예정이라고 했다.

작업 중인, 또는 작업이 끝난 폐휴대폰들. (그린포스트코리아 촬영)
작업 중인, 또는 작업이 끝난 폐휴대폰들. (그린포스트코리아 촬영)

에코T&L의 존재 가치와 목표는 두 가지다. 

우선 폐휴대폰을 재생, 판매해 환경보호에 일조하는 것이다. 폐휴대폰은 매립해도 썩지 않는다. 내부 중금속이 흘러나와 토양을 오염시킬 뿐이다. 그렇다고 소각하면 어마어마한 양의 다이옥신과 유해물질이 나온다. 그렇기 때문에 폐휴대폰은 그 수명이 다할 때까지 재생하고, 또 재생해서 계속 사용하는 게 정답이라고 한 대표는 강조했다.

에코T&L 또한 ‘사회적 기업이 가야 할 길’을 제시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사회적 기업의 역사는 짧다. 그러다보니 아직 잘 알려지지 않은 데다 일종의 선입견이 있는 게 사실이다. 한 대표는 그런 선입견을 극복하는 방법이 '사회적 기업'이라고 말한다.

“사회적 기업? 그거 어차피 국가에서 지원 받는 거 아냐? 너희가 만드는 물건 어차피 형편없는 거 아냐?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지역사회에 대한 공헌을 통해서 그런 분들의 선입견을 타파하고 싶습니다. 사회적 기업의 미래는 버라이어티 할 겁니다. 사회적 기업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어떤 길을 걸어가며, 어떤 곳에 정착할지, 많은 분들이 지켜봐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재생된 폐휴대폰들. (그린포스트코리아 홍민영 기자)
재생된 폐휴대폰들. (그린포스트코리아 홍민영 기자)

 

hmy10@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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