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활용 쓰레기 대란' 두 달여 지나…포장재 줄이기 노력은 아직

 
 
대형마트 신선식품 매장에서는 플라스틱 포장재를 쉽게 볼 수 있다. (서창완 기자) 2018.6.7/그린포스트코리아
대형마트 신선식품 매장에서는 플라스틱 포장재를 쉽게 볼 수 있다. (서창완 기자) 2018.6.7/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서창완 기자] 마치 플라스틱을 전시하고 있는 느낌이었다. 대형마트에서 판매되고 있는 신선식품 대부분은 플라스틱과 비닐에 담겨 있다. 수박, 포도, 각종 채소류 등 플라스틱과 비닐이 담지 못할 것은 전혀 없어 보였다.

7일 오후 찾아간 서울 한 지역의 대형마트 신선식품 코너. 지난 4월 ‘재활용 쓰레기 대란’이 전국을 휩쓴 지 두 달여가 지났지만 플라스틱과 비닐 줄이기 노력을 체감하기는 힘들었다. 소포장재나 플라스틱 용기를 두고 대형마트들이 소비자 ‘편의’를 위한 포장 혁신임을 내세우는 한편에는 불만을 토로하는 소비자들도 많았다.

◇과일·채소 대부분 플라스틱에 담겨

토마토, 방울토마토, 체리, 감귤 등 대부분의 과일은 투명한 플라스틱이나 비닐 안에 담겨 있다. 직접 포장재 없이 낱개로 골라 구입할 수 있는 경우는 드물었다. 사과는 1개부터 2개, 4개 등 개수 별로 담겨 있었다. ‘바로 먹어도 되는 사과’는 낱개로 비닐포장 돼 팔렸고, ‘갓 따온’ 사과 2개는 플라스틱 용기 안에 담겨 진열대에 올라 있었다. 사과뿐 아니라 배, 망고 등도 2개씩 플라스틱 용기에 담겨 판매됐다.

직장인 안효주(28)씨는 “포장지가 너무 많아 쓰고 나면 비닐과 플라스틱이 수북히 쌓인다”면서 “마트에서 이렇게 팔아버리니까 어쩔 수 없이 선택하는 측면이 있다”고 아쉬워했다. 안씨는 신선식품만큼이라도 비닐이나 플라스틱이 아닌 대체 포장재를 사용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했다.

각종 채소류들이 플라스틱에 담겨 판매되고 있다. (서창완 기자) 2018.6.7/그린포스트코리아
각종 채소류들이 플라스틱에 담겨 판매되고 있다. (서창완 기자) 2018.6.7/그린포스트코리아

샐러드, 페퍼민트, 로즈마리, 새송이 버섯 등 채소류도 마찬가지였다. 깐양파와 깐마늘 등이 진공포장돼 팔렸고, 조각조각 잘려서 판매되는 파인애플도 있었다. 개별 포장된 일부 상품들 중에는 양에 비해 비싸게 느껴지는 것들도 있었다. 한 조각짜리 수박은 수박 한 통(7kg·1만5000원)에 비해 대략 10분의 1 정도 크기로 보였지만, 가격은 3000원에 팔렸다. 사과 역시 같은 브랜드 상품이지만 비닐에 담긴 6개짜리 상품과 플라스틱에 담긴 2개의 가격 차는 2000원밖에 나지 않았다.

키위, 참외 등을 카트에 담고 쇼핑을 하던 박모(70세)씨는 플라스틱 포장만큼은 자제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부피가 커 분리수거가 힘들다고 했다. 비닐포장에도 불만이 많았다. 그는 “비닐로 포장돼 있는 건 물건을 사면 상한 게 섞여 있다”면서 “과일 같은 것들은 개수가 더 많은 것 같아도 2개 정도는 안 좋은 게 들어 있으니 차라리 골라서 담아가는 게 낫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아직 갈 길 먼 '플라스틱 제로'

환경부는 지난달 10일 ‘재활용 폐기물 관리 종합대책’을 마련했다. 2030년까지 플라스틱 폐기물 발생량을 절반으로 줄이고, 재활용 비율도 기존 34%에서 70%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이중에는 과대포장 규제 강화와 대형마트·슈퍼마켓 비닐봉투 사용 금지 등도 포함돼 있다.

롯데마트, 이마트, 홈플러스, 하나로마트, 메가마트 등 국내 대형마트 5곳은 그보다 앞선 지난 4월 26일 환경부와 협약을 맺었다. 이에 따라 이달부터 행사상품의 이중포장을 없애고, 제품 입점 전 포장검사 성적서를 확인해 과대포장 제품의 입점을 막겠다고 했다.

대형마트에서는 소분된 과일 등을 플라스틱에 포장한 제품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서창완 기자) 2018.6.7/그린포스트코리아
대형마트에서는 소분된 과일 등을 플라스틱에 포장한 제품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서창완 기자) 2018.6.7/그린포스트코리아
 
대형마트에서는 소분된 과일 등을 플라스틱에 포장한 제품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서창완 기자) 2018.6.7/그린포스트코리아
대형마트에서는 소분된 과일 등을 플라스틱에 포장한 제품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서창완 기자) 2018.6.7/그린포스트코리아

대형마트 한 관계자는 “비닐 롤백 사용을 자제하고 1+1 행사 상품 포장을 최소화하는 식으로 노력하고 있다”면서 “애초 생산 단계부터 포장재를 줄이는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비닐 롤백 사용을 줄이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종착점은 불필요한 포장재의 최소화지만 이와 함께 소비자 인식이 바뀌는 것도 필요해 시간이 좀 걸릴 것 같다”고 답했다.

포장 제품을 선호하는 소비자들도 있었다. 부인과 함께 매장을 찾은 안모(56)씨는 “사실상 지금 플라스틱과 비닐을 대체할 만한 수단이 없지 않느냐”라며 “환경 오염에 대한 생각도 해야겠지만 편리한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장을 보러 나온 서모(67)씨가 “편하긴 하지만 우리나라 포장이 너무 과대해서 환경오염 문제가 심각하다”고 말하자, 주변에 있던 다른 이들이 “그럼 뭐에 담을 거야”라고 말하기도 했다.

◇’플라스틱 프리‘는 불가능한가

플라스틱 등 쓰레기 재활용 문제는 비단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지구적인 고민이다. 스위스에서는 오는 2019년 1월부터 카페, 레스토랑, 바 등에서 플라스틱 빨대 사용을 금지하기로 했다. 대체품으로 재활용이 가능하거나 생분해가 되는 '친환경 빨대'를 사용하겠다는 계획이다. 캐나다 밴쿠버시 역시 오는 2019년 6월부터 플라스틱 빨대 사용을 금지한다.

네덜란드 슈퍼마켓 브랜드인 에코플라자는 올해 초 ’플라스틱 프리‘ 통로를 만들었다. 이곳에서는 플라스틱 포장 없는 고기, 살, 소스, 과일, 야채 등을 만날 수 있다. 에코플라자는 암스테르담에서 시작한 이 매장을 올해 연말까지 74개로 확대할 계획이다. 환경단체 ’플라스틱 플래닛‘의 제안을 현실화한 것이다.

'더 피커'에서는 플라스틱이나 비닐 포장된 식료품을 볼 수 없다. (서창완 기자) 2018.6.7/그린포스트코리아
'더 피커'에서는 플라스틱이나 비닐 포장된 식료품을 볼 수 없다. (서창완 기자) 2018.6.7/그린포스트코리아

국내에도 비닐과 플라스틱을 거부한 매장이 있다. 규모는 작지만 서울 성동구 서울숲 인근 ’더피커‘에서는 소비자가 직접 장바구니나 용기를 들고 방문해 식료품을 사간다. 어쩔 수 없는 포장에도 옥수수 추출물로 만든 생분해성 용기를 사용하거나 대나무로 만든 음식용 포장 용기가 준비돼 있다.

송경호 더피커 대표는 “세척까지 거친 제품도 결국 집에서 한 번 씻고 먹게 된다”면서 “위생적이고, 쉽고, 준비돼 있어야 한다는 대형마트들의 방식을 경계해야 한다”고 말한다.

대형마트에서는 껍질을 까고 세척까지 한 제품이 진공포장돼 판매된다. (서창완 기자) 2018.6.7/그린포스트코리아
대형마트에서는 껍질을 까고 세척까지 한 제품이 진공포장돼 판매된다. (서창완 기자) 2018.6.7/그린포스트코리아

배선영 녹색연합 활동가는 “환경부와 대형마트들이 자발적 협약을 맺었다고 하는데, 그런 식으로 근본적 해결을 할 수는 없다”면서 “쓰레기 대란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정책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배 활동가는 “소비자들에게는 재활용 분리수거를 열심히 하라고 독려하면서 마트에서 장을 보면 사실 비닐이 폭탄 수준”이라며 “쓰레기를 줄이는 삶을 추구해도 장을 보러 마트에 가면 좌절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소비자 편의를 내세우지만, 쓰레기 대란 이후 포장재를 원하지 않는 소비자들도 많아지는 추세”라며 “소비자가 요구할 때 제공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seotive@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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