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서해 최북단 대기질 관측소 '백령도 측정소' 방문기

[그린포스트코리아 주현웅 기자] 미세먼지가 사회문제로 부각되면서 미세먼지 관측 시설의 역할도 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국내에서 가장 규모가 큰 ‘백령도 대기오염 집중측정소(백령도 측정소)’가 미세먼지 관측의 전초기지로 거듭나고 있어 관심을 모은다.

지난 1일 <그린포스트코리아>는 백령도 측정소를 직접 살펴보았다. 국토 서해 최북단에서 대기질 관련 주요 연구 및 관측 자료 확보에 힘쓰는 이곳은 중국 등 외부로부터 유입되는 장거리 이동대기오염물질을 감시하는데 이상적인 측정 장소로 꼽힌다.

서해 최북단에는 중국발 대기와 처음 마주하는 백령도 대기질 측정소가 있다.(주현웅 기자)2018.6.3/그린포스트코리아
서해 최북단에는 중국발 대기와 처음 마주하는 백령도 대기질 측정소가 있다.(주현웅 기자)2018.6.3/그린포스트코리아
백령도 측정소에는 다양한 대기질 관측 장비들이 구축돼 있다.(주현웅 기자)2018.6.3/그린포스트코리아
백령도 측정소에는 다양한 대기질 관측 장비들이 구축돼 있다.(주현웅 기자)2018.6.3/그린포스트코리아

경도 상으로 중국 산둥반도 끝으로부터 약 180㎞, 인천으로부터 약 170㎞ 떨어진 거리에 위치한 백령도 측정소는 국외 유입 대기오염물질 측정에 지리적으로 유리한 조건을 가지고 있다. 섬 자체에서 발생하는 유해물질 배출원의 영향이 적어 인위적 오염원을 배제한 오염 대기질의 배경농도를 측정할 수 있어서다.

측정소의 넓이는 662㎡로 전체 2층 규모다. 거대한 크기를 자랑하진 않지만 내부에는 다양한 장비들이 구비돼 있었다. 이곳 관계자에 따르면 백령도 측정소에는 미세먼지의 입경크기 분포, 미세먼지 연직분포 및 가스상 대기오염물질 등을 측정하는 장비가 총 29억원어치 36종이 구축돼 있다.

이상보 국립환경과학원 대기환경연구과장에 따르면 백령도 측정소는 국제공동연구를 통해 대기질을 관측하고 및 연구결과를 내놓음으로써 미세먼지의 국외 유입 영향 등을 분석하는데 힘쓰고 있다. 2012년과 2013년, 2016년에는 미항공우주국 등 국제 전문기관들과 대기질 공동 관측 연구를 시행하기도 했다.

백령도 측정소 내부의 벽면에는 댁질 관련 정보를 실시간으로 전달하는 모니터가 설치돼 있다.(주현웅 기자)2018.6.3/그린포스트코리아
백령도 측정소 내부의 벽면에는 댁질 관련 정보를 실시간으로 전달하는 모니터가 설치돼 있다.(주현웅 기자)2018.6.3/그린포스트코리아
백령도 측정도 연구원이 연구에 몰입하고 있다.(주현웅 기자)2018.6.3/그린포스트코리아
백령도 측정도 연구원이 연구에 몰입하고 있다.(주현웅 기자)2018.6.3/그린포스트코리아

취재진이 방문한 이날 백령도 측정소 대기 상황판이 말해준 초미세먼지(PM2.5) 농도는 1㎥당 12마이크로그램(㎍)으로 '좋음' 수준이었다. 이민도 연구관은 “하늘이 특히 맑은 날에 온 것”이라며 “미세먼지가 심한 날에는 근방의 섬들도 잘 안 보인다”고 설명했다.

백령도 측정소는 미세먼지 측정 외에도 불화수소, 염화수소, 시안화수소 등 유해한 가스상 물질을 측정하기 위한 장비를 추가로 구축하고 있다. 국외에서 화학사고가 발생할 경우 이러한 유해 물질의 국내 유입 가능성에 대한 관측 필요성이 제기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2004년 중국 충칭시 화학사고로 염소 가스가 누출된 바 있다. 이어 2015년에는 중국 산둥반도 화학사고로 시안화합물의 아디포니트릴이 누출됐고, 같은 해 중국 텐진 폭발사고 당시에는 시안화나트륨 등 약 40종이 유출돼 주변국에 위협을 준 사례가 있었다.

이 과장은 “해외에서 화학사고가 발생할 시 백령도 측정소가 전초기지로서의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며 “미세먼지와 함께 해외에서 유입되는 여타 유해물질에 대한 연구를 바탕으로 대기질과 관련한 정책 효과 분석에도 지원에 나설 예정”이라고 말했다.

 

백령도 측정소 옥상에 설치된 장비들은 대기질 채집 역할을 한다.(주현웅 기자)2018.6.3/그린포스트코리아
백령도 측정소 옥상에 설치된 장비들은 대기질 채집 역할을 한다.(주현웅 기자)2018.6.3/그린포스트코리아
 

백령도 측정소 옥상에는 대기를 채집해 분석할 수 있는 장비가 설치돼 있었다. 이 장비들은 종류 별로 자동 방식과 수동 방식으로 나뉜다. 이곳 연구원들은 수동식 장비가 샘플링한 대기질을 자동식 장비의 그것과 비교해 대기 오염물질에 대한 전반적인 분석을 실시한다.

이를 통해 대기오염물질의 거동 파악 및 오염원인 규명이 가능하다고 이곳 직원은 설명했다. 또한 여기에서 고농도 미세먼지가 발견됐을 시에는 비상대책 마련 및 대기오염 저감을 위한 정책 지원에 보다 효과적으로 나설 수 있어 매우 중요한 장비라고 한다.

때문에 백령도 측정소 연구진들은 한 밤 중에도 이 장비들로 대기질을 관측하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이민도 연구관은 “서해 최북단인 백령도에서 관측된 미세먼지는 대체로 반나절이 채 안 돼 수도권까지 날아간다”며 “꾸준한 관측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말했다.

국립환경과학원은 현재 전국 권역별로 대기오염집중측정소 6곳(백령도, 수도권, 중부권, 호남권, 영남권, 제주권)을 운영하고 있다. 2019년에는 경기권과 충청권에도 측정소를 추가 설립해 총 8개소를 운영할 계획이다.

chesco12@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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