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거주 영국인 리차드 아담스, 국내에서 2주간 '나홀로 동물보호 캠페인'
진돗개 반려견 '킹콩' 사랑 남 달라…거리서 개 10마리 구조해 입양까지 약속

비전동 퀵보드를 타고 630㎞가 넘는 한반도 남녘 땅을 누비며 "동물보호"를 외친 영국인 리차드 아담스(38).
비전동 퀵보드를 타고 630㎞가 넘는 한반도 남녘 땅을 누비며 "동물보호"를 외친 영국인 리차드 아담스(38).

'633,000m.' 14일간 비전동 퀵보드를 타고 한반도 남녘 땅 곳곳을 누빈 외국인이 있다.

캐나다 거주 영국인 리차드 아담스(38). 그는 이달 초 캐나다 로키산맥 기슭 보강과 앨보강이 합류하는 앨버타 평원 남서쪽 끝에 있는 캘거리에서 대한민국 제2의 도시 부산으로 들어왔다.

17시간 가량 비행기를 타고 머나먼 이국 땅에 온 그는 캠핑 장비를 챙겨 작은 퀵보드에 몸을 싣고 달리기 시작했다.

낙동강 하구둑을 출발해 낙동강 자전거길(320㎞)~새재 자전거길(100㎞)~한강 자전거길(192㎞)~아라 자전거길(21㎞)~아라 서해갑문까지 2주간 내달렸다.

그동안 몇 차례 방한 경험이 있는 리차드가 이번에 다시 한국을 찾은 이유는 '나홀로 동물보호 캠페인'을 위해서였다.

강을 따라 펼쳐진 자전거도로 위를 큰 배낭을 짊어진 채 퀵보드를 몰다가 마주한 바이커족과 촌로(村老)들에게 그가 한결같이 얘기한 것은 '동물권과 비거니즘'이었다.

벽안(碧眼)의 이방인은 왜 이런 행동을 한 것일까.

사실 그는 한국의 매력에 푹 빠진 지한파다. 토종개인 진돗개 '킹콩(6)'을 반려견으로 두고 있을 정도다.

친구에게서 6년전 처음 새끼 강아지를 입양했을 때부터 그는 영민한 진돗개를 사랑하게 됐다. 그만큼 주변 사람들이 '한국은 개을 잡아먹는 나라'라고 말할 때마다 킹콩이를 더 사랑하게 됐고, 차츰 한국의 개들과 동물보호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했다.

 

그의 직업은 아보리스트(arborist)다. 캐나다에서 수목관리전문가로 일하고 있다. 평소 수목을 관리하는 일을 하면서도 마음은 항상 '동물'로 향해 있다.

인간들에 의해 고통받는 동물들을 생각하고, 또 그런 동물들을 위해 선택한 비거니즘을 생활 속에서 실천한다. 낯선 땅에서 캠페인을 벌인 이유도 생활 속 작은 실천 중 하나라고 말한다.

그가 처음 한국에서 캠페인을 해야겠다고 생각한 이유는 '킹콩'이를 너무 사랑해서다. 그리고 한국에 있는 또 다른 킹콩이들을 만나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2주간 이동하며 그는 경남 합천과 대구 부근에서 다친 개들와 마주쳤고, 경북 문경에서는 개농장도 찾아갔다. 폭우가 내리던 날 충주에서는 거리를 떠도는 유기견도 만났다.

그는 개코리안독스(대표 김복희)의 도움을 받아 길에서 만난 10마리의 개들을 구조했다. 구조한 개들을 위해 캐나다에 돌아간뒤 입양까지 책임지겠다고 했다.

아직까지 '개 식용'이 존재하는 이 땅에서 만난 한국사람들에게 그가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다.

그는 "퀵보드를 타고 다니면서 정말 친절한 한국인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다. 그런데 이렇게 아름답고 친절한 나라지만 해외에서는 아직 '개 먹는 나라'라는 인상이 많이 남아 있다"면서 "사람마다 생김새가 다르듯 문화 역시 다를 수 있다고 생각하고 그런 문화와 선택을 존중한다. 하지만 그런 선택이 한국의 인상을 나쁘게 한다면 한번쯤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국인들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은 개들은 아무리 학대를 받고 고통스러운 상황에서도 사람을 믿고, 그리워하고, 애정어린 눈빛을 보낸다는 사실이다. 그런 동물들에게 과연 우리는 어떤 행동을 해야할까. 더이상 개를 먹거나, 학대하고, 버리는 일은 일어나지 않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리차드 아담스는 지난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인사동에서 열린 동물보호단체들의 '개식용 반대' 집회에 참석해 거리 캠페인을 진행했다.
리차드 아담스는 지난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인사동에서 열린 동물보호단체들의 '개식용 반대' 집회에 참석해 거리 캠페인을 진행했다. 2018.05.20. /그린포스트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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