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갑질’에 피해자들 속수무책...수술과정에 대한 기록의무 강화 필요

(픽사베이제공)2018.5.11/그린포스트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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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포스트코리아 권오경 기자] #직장인 A씨는 2017년 3월 한 대학병원 응급실에서 골절수술을 받은 뒤 마취에 깨면서부터 통증이 시작됐다. 병원측은 원래 골절수술 후 있을 수 있는 증상이라며 방치해두었고, 두 달이 지난 후 A씨는 희귀성 질환인 '복합성 통증증후군’을 진단받았다.

#인터넷 커뮤니티 회원인 B씨의 아버지는 2016년 12월 모 대학병원 소화기내과에서 위 검사를 하다 췌장 끝 부분에 신경세포종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 3시간 정도 걸리는 수술이라는 의사의 말을 믿고 수술대에 올랐으나 수술 시간은 6시간 이상 지속됐다. 일주일 뒤 배액관에서 갑자기 선홍색 피가 터져 나오고 호흡이 급해지면서 급히 중환자실로 옮겨졌다. 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B씨의 아버지는 여전히 병상에 누워 있다.

#첼리스트인 C씨의 어머니는 뇌경색으로 서울의 한 상급종합병원에 입원했다. 스텐트삽입수술 도중 집도의가 도파민을 과다투여해 뇌출혈을 일으켰고 바로 중환자실로 옮겨졌다. 이후 혈관상태가 갈수록 안좋아져 중앙혈관 시술을 받았는데 또 다시 집도의의 실수로 폐를 찔렸다. 결국 C씨의 어머니는 폐렴까지 걸렸다.

의료사고를 당한 이들이 있다. 진료과정에서 직접 피해를 본 당사자는 물론 가족들은 고통을 호소한다.

최근 배우 한예슬이 지방종 제거 수술을 받던 중 의료사고가 발생해 논란이 되자 해당 병원측은 빠른 사과와 피해 보상을 약속했다.

한예슬처럼 피해자가 유명인이 아닌 경우 이야기는 달라진다. 병원측 사과는 고사하고 제대로 된 보상을 받기 힘든 게 현실이다. 오히려 의료사고를 은폐하는 병원에 맞서 기약없는 싸움을 벌이는 경우가 허다하다. 때문에 '환자 불평등'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실제 의료사고를 당한 피해자가 의료분쟁조정위원회에 조정신청을 해도 병원측이 받아들이지 않으면 조정 개시조차 어렵다. 사망하거나 장애 1급, 의식불명의 경우에만 병원의 참여의사를 묻지 않고 자동으로 조정이 개시된다. 처벌과 배상절차가 이뤄진다고 해도 비용이 만만치 않을 뿐더러 과실 입증의 책임이 환자측에 있어 먼저 소송을 걸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따라 일반인도 의료사고 시 쉽게 구제받을 수 있도록 보호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도 관련 청원이 잇따르고 있다.

A씨는 지난 1월 청와대에 청원서를 내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는 "작년 3월 부천의 한 대학병원 응급실에서 저희 어머니가 골절 수술을 받은 후 영구장애진단을 받았다”면서 "수술 후 여러 차례에 걸쳐 통증을 호소했지만 병원측은 골절수술 후 있을 수 있는 증상이라며 방치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이후 통증의 원인이 골절이 아니라 왼팔 신경 전체가 손상돼 나타난 것으로 드러났고, 치료시기를 놓쳐 '복합성 통증증후군’ 진단을 받았다”고 했다. 하지만 병원측은 현재 책임을 회피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다른 의료사고 피해자의 가족인 B씨는 최근 인터넷 커뮤니티에 "아버지가 부산 모 대학병원에서 췌장수술을 한달 동안 4차례나 받았다”면서 "건강하던 십이지장, 비장까지 다 들어내고 이젠 중환자가 됐다”는 글을 올렸다. 그는 "일을 겪고 보니 우리사회는 아직도 가진 자의 편이다. 의료사고가 발생했을 때 절대적으로 의료지식이 부족한 피해자가 어떻게 인과관계 등을 소명할 수 있느냐”면서 "온갖 인프라를 갖춘 병원을 상대로 한 개인이 어떻게 동등한 입장에서 싸울 수 있겠냐”고 하소연했다.

C씨의 어머니는 2016년 1월 뇌경색으로 국내에서 최고로 인정받는 한 상급종합병원에 입원했다. 그는 스텐트삽입수술 도중 집도의가 도파민을 과다투여해 뇌출혈을 일으켰고 중환자실로 옮겨졌다. 이후 혈관상태가 갈수록 안좋아져 중앙혈관을 잡아야 했고 다시 집도의의 실수로 폐를 찔렸다. 결국 폐렴까지 걸렸다.

C씨는 "어머니는 의사로부터 2박 3일만 병원에 있으면 될 정도로 간단한 수술이라고 안내 받았다"며 "그런데 수술도중 의료사고가 발생해 2년이 훌쩍 넘은 지금까지도 어머니는 병실에 누워 있다"고 말했다.

의료사고 전문 조경구 변호사(법무법인 서로)는 "의료사고에 대한 조정이 개시되면 중재원이 의료감정을 해주기는 하지만 부실한 점이 많다”면서 ‟병원측에서 합의를 하지 않을 경우 이것마저 물거품으로 돌아가게 된다”고 말했다. 조 변호사는 이어 "병원 측에서도 환자에게 수술과정에 대해 충분히 설명할 의무를 강화해야 한다"면서 "수술과정에 대한 의무기록의 경우 동영상으로 남기는 등 개선방안을 마련해야 하는데 이 또한 병원의 반발이 커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roma2017@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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