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반야봉 일대의 고사한 구상나무들. [출처=환경부]
지리산 반야봉 일대의 고사한 구상나무들. [출처=환경부]

[그린포스트코리아 홍민영 기자] 희귀식물 구상나무의 고사 원인이 기후변화에 따른 생육 스트레스인 것으로 밝혀졌다.

환경부 산하 국립공원관리공단은 지리산국립공원 반야봉 일대에서 집단 고사한 구상나무 94그루를 분석한 결과를 10일 발표했다.

연구진은 이들의 고사 원인을 알아내기 위해 지난해 6월부터 6개월 간 나이테 분석을 통해 과거 생육정보를 조사했다. 그 결과 고사한 나무들은 1960년부터 생육부진을 겪어온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진은 기후변화에 따른 2월 기온상승과 3월 강우량 부족이 가뭄으로 이어져 이들의 생장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 분석했다. 연구진이 2012년부터 2017년까지 6년간 지리산 반야봉 일대 2월 평균 기온을 측정한 결과, 평균 약 0.76℃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온이 올라가면서 적설량이 감소하고, 봄철에 눈이 녹으면서 토양에 공급되는 수분량이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또한 같은 시기 3월 강우량을 측정한 결과 연평균 23mm씩 감소한 것으로 드러났다. 강우량이 줄어들면서 토양 내 수분 역시 6년 사이 25.3%에서 8.8%로 16.5%p 줄어들었다.

구상나무는 5월부터 생육을 시작하므로 이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 연구진의 설명이다. 또한 이 같은 영향은 앞으로 더욱 커질 것으로 추측된다. 

일명 ‘크리스마르 트리’로 불리는 상록침엽수 구상나무는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에서만 볼 수 있는 고유종이다. 세계자연보전연맹에서 멸종위기종으로 지정한 바 있다.

현재 지리산 반야봉 일대에 1만5000여 그루가 생육하고 있으며 이 중 45%인 6700여 그루가 고사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박홍철 국립공원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지리산 반야봉은 아고산(亞高山)대 지역으로 기후변화에 민감해 저지대에 비해 기온 상승폭이 크다”며 “구상나무는 기후변화로 열악해진 환경에서 힘겨운 삶을 살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연구진은 이번 일을 계기로 기후변화 대응, 생태계 보전 복원을 위한 조사‧연구 및 보호 대책을 강구할 방침이다.

hmy10@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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