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주섭 한국자원순환정책연구원장

최주섭 한국자원순환정책연구원장.
최주섭 한국자원순환정책연구원장.

 

구글에서 ‘재활용’과 ‘쓰레기’의 검색 빈도를 확인해보았다. 금년 3월 1일부터 4월 30일까지 2개월간 ‘재활용’은 4월 2일 전후 피크(100%)를 이룬 후 50% 이하로 내려갔다. ‘쓰레기’는 4월 2일 전후 75% 수준에서 4월 28일 전후에 피크를 이루다가 50%로 낮아졌다. 아파트 폐비닐수거 중단 사태가 잠잠해진 것이다.

4월 2일 전후해서 어떤 일이 있었을까? 수도권 아파트 주민들이 분리배출한 폐비닐 등 재활용품을 수거운반업체들이 인수를 거부해 일명 '쓰레기 대란'이 있었다. 대통령은 재활용품 대란을 미리 막지 못했음을 인정하고 국민들에게 고개를 숙였다. 환경부장관의 진두지휘 아래 시도와 기초 지자체가 발 빠르게 움직였다. 시도 관계관 대책회의, 자원순환단체 대표자 간담회 등이 연이어 개최되었다. 덕분에 급한 불은 꺼졌다. 그러나 적체된 폐지, 중고의류, 페트병 등이 '잔불'로 남았다.

4월 하순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한국폐자원에너지기술협의회, 한국폐기물자원순환학회 등이 잇따라 재활용쓰레기 사태 관련 긴급토론회 및 세미나를 개최해 생활폐기물 문제와 해결방안을 제시했다.

환경부는 자원순환정책국을 중심으로 긴급대책 및 중장기정책팀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세부대책을 세웠다. 4월 24일엔 제품 및 포장재의 순환이용성 평가 3개년(2018∼2020년) 계획을 발표했다. 정부가 제품 및 포장재의 재활용성을 평가하여 선별재활용이 용이하도록 재질구조 개선을 권고하겠다는 것이다. 4월 26일엔 5개 대형마트 대표자와 소비자 단체대표들과 '1회용 비닐쇼핑백·과대포장 없는 점포' 운영을 위한 자발적협약을 체결했다. 업계 스스로 비닐 사용량 50% 감축을 목표로 하고, 유색·코팅된 식품포장재를 안 쓰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4월 27일엔 포장재를 사용하는 식음료 및 의약품 생산 대기업 19개 업체와 '포장재 재질·구조 개선 자발적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에 참여한 대기업들은 2019년까지 생수, 음료 등 포장 페트병에 무색만 사용하는 등 품목별 포장재의 재질·구조 등을 개선하기로 했다. 시민단체 대표들과 만나 폐비닐로 만든 고형연료의 출구 전략에 대한 의견도 나누었다.

그러나 환경부와 유통 및 생산 대기업들과 맺은 자발적협약들은 말 그대로 권고사항이다. 이윤 극대화를 목표로 하는 대기업들에겐 부담이 될 수 있다. 혹시 대형 유통업체와 대기업 생산업체들이 '소나기는 피하고 보자'는 마음으로 쓰레기 대란 여론에 밀려 협약에 서명하지 않았기를 기대할 뿐이다. 환경부는 협약 이행 사항을 매달 점검하고 독려해야 할 것이다. 이행 성과가 더디면 행정적 규제와 생산자재활용책임 분담금 인상 등 경제적 규제방법도 강구해야 한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재활용품 분리배출에 대한 전 국민의 협조다. 아파트단지 현관문 마다 붙여진 ‘달라진 재활용품 수거요령’ 같은 일방적인 정책 시달은 홍보 효과가 적은 게 당연하다. 정책 홍보가 각각의 개인과 관계없는 멀리 떨어진 이야기가 아니라 양방향 소통을 통해 국민의 생활로 깊숙이 들어가 자신의 이야기로 인식하게 해야 한다.

4월초 열흘간 TV뉴스에 폐비닐 수거중단 사태, 회수운반업체들의 경제적 고충 등이 여기저기서 보도된 이후 주민들이 배출한 재활용품 속에 이물질이 줄어들었다고 한다.

공공캠페인의 방법을 전환해보자. 바로 현장이 답이다. 국민의 마음에 잔잔한 감동을 주는 것을 제안한다. 20여 년 전 많은 시청자들의 공감을 일으켰던 모 TV의 ‘삶의 체험 현장’프로가 있었다. 주민들이 분리배출한 재활용품 선별장에서 주민을 대표한 아파트 부녀회장, 식품 생산업체와 유통업체 대표, 구청장과 환경부장관이 현장에서 만나 무엇이 문제인지 직접 확인해보는 것이다. 음식물 자국에서 나는 악취, 라면 찌꺼기가 눌러 붙은 컵라면용기, 알루미늄 뚜껑과 빨대가 꽂혀있는 요구르트 용기, 검은 비닐 속에 든 생선 포장용 작은 봉지, 쉽게 떨어지지 않는 택배 운송장과 비닐테이프 등등, 수거를 거부당한 것들이 40%나 들어있다. 체험 현장을 통해 누가 무엇을 해결해야 할 것인가를 바로 확인 할 수 있을 것이다. ‘깨끗한 분리배출’ 홍보 어깨띠를 두르고 주민들의 목소리도 들어보자. 주민들의 분리배출 행태와 불편함은 무엇인지, ‘을’의 위치에 있는 경비원의 감시활동의 고충도 들어보자.

마지막으로 분리배출 협조가 아쉬운 1인 가족 및 젊은 세대들에게 공감을 주는 공익광고를 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미국 텍사스 주 고속도로변에 설치해서 큰 효과를 본 옥외광고판 문구인 ‘텍사스를 더럽히지 말자(Don't mess with Texas)’ 슬로건의 성공이유를 분석해 응용해보는 것은 어떨까? 또한 SNS를 통한 재활용품 분리배출 홍보전략 공모전과 공공캠페인 기획부서와 커뮤니케이션 전문회사가 함께 하는 양방향 소통방안도 모색해보자. 최근 부산시 공공소통팀장이 펴낸 ‘오토바이로 모기를 잡아라’가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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