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7남북정상회담] 文 청와대 초청에 金 "초대하면 가겠다" 화기애애
金 “분단선 높지 않은데 많은 사람이 밟고 지나다보면 없어지지 않겠나”

27일 2018 남북정상회담이 열린 평화의 집 북한산 그림 앞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활짝 웃고 있다.
27일 2018 남북정상회담이 열린 평화의 집 북한산 그림 앞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활짝 웃고 있다.

 

[그린포스트코리아 박소희 기자]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일 북한 국무 위원장이 오전 군사분계선(MLD)에서 역사적 첫 만남을 시작으로 오전회담을 이어갔다.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 MLD에서 악수를 나누며 “남측으로 오시는데 나는 언제쯤 넘어갈 수 있겠나”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남측으로 넘어온 뒤 “그럼 지금 넘어가 볼까요”라고 제안하며 문 대통령의 손을 이끌었다.

이로써 문대통령은 예정에 없던 MDL을 넘어 북측으로 넘어가 사진을 찍었다.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 의장대 행렬을 하면서 “외국도 전통의장대를 좋아한다. 그런데 오늘 보여준 전통의장대는 약식이라 아쉽다. 청와대 오면 훨씬 좋은 장면을 보여드릴 수 있다”고 제안했다.

김 위원장은 “초청하면 언제라도 가겠다”고 전해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게 만들었다.

이어 의장대 사열이 이어졌다.

김정은 위원장이 의장대 사열이 끝나고 양측의 수행원들과 악수를 나눈 뒤 “오늘 이 자리에 왔다가 사열을 끝나고 돌아가야 하는 분들이 있다”고 말했고, 이에 문 대통령은 “그럼 가시기 전에 남북 공식 수행원 모두 기념으로 사진을 함께 찍었으면 좋겠다”고 제안해 예정에 없던 포토타임이 이뤄졌다. 

평화의 집 로비에 전시된 민정기 화백의 북한산 그림을 보며 김 위원장이 “이건 어떤 기법으로 그린 것이냐”고 질문했다.

문 대통령은 “서양화인데, 우리 동양적 기법으로 그린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두 정상은 9시 48분경 환담장에 입장했다.

문 대통령은 먼저 환담장 뒷 벽에 걸려있는 김중만 작가의 ‘훈민정음’래는 작품을 소개했다.

그는 “이 작품은 세종대왕이 만드신 훈민정음의 글씨를 작업한 것이다. 여기에 보면 ‘서로 사맛디’는 우리말로 ‘서로 통한다’는 뜻이고, 글자에 미음이 들어가 있다. ‘맹가노니’는 ‘만들다’라는 뜻이다. 거기에 기역을 특별하게 표시했다. 서로 통하게 만든다는 뜻이고, ‘사맛디’는 ‘미음’은 문재인의 미음, ‘맹가노니의’ ‘기역’은 김 위원장의 기역이다”라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웃으면서 “세부에까지 마음을 썼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여기까지 어떻게 오셨느냐” 묻자 김 위원장은 “새벽에 차를 이용해 개성을 거쳐 왔다. 대통령도 아침에 일찍 출발 하셨겠다”라고 물었다.

문 대통령은 “저는 불과 52키로미터 떨어져 있어 한 시간 정도 걸렸습니다”라고 답했고, 김 위원장은 “대통령께서 우리 때문에 NSC에 참석하느라 새벽잠을 많이 설쳤다는데, 새벽에 일어나는 게 습관이 되셨겠다”고 말하며 웃었다.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이 우리 특사단이 갔을 때 선제적으로 말씀을 주셔서 앞으로 발 뻗고 자겠다”고 화답했다.

김 위원장은 “대통령께서 새벽잠을 설치지 않도록 내가 확인하겠다. 불과 200미터를 오면서 왜 이리 멀어보였을까, 또 왜 이리 어려웠을까 생각했다. 원래 평양에서 문 대통령님을 만날 줄 알았는데 여기서 만난 것이 더 잘됐다. 대결의 상징인 장소에서 많은 사람들이 기대를 가지고 보고 있다. 오면서 보니 실향민들과 탈북자, 연평도 주민 등 언제 북한군의 포격이 날아오지 않을까 불안해하던 분들도 오늘 우리 만남에 기대를 가지고 있는 것을 봤다. 이 기회를 소중히 해서 남북 사이에 상처가 치유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분단선이 높지도 않은데 많은 사람들이 밟고 지나다보면 없어지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오는데 도로변에 많은 주민들이 환송했다. 그만큼 오늘 우리 만남에 대한 기대가 크다. 대성동 주민들도 다 나와서 함께 사진을 찍었다. 우리 어깨가 무겁다. 오늘 판문점을 시작으로 평양과 서울, 제주도, 백두산으로 만남이 이어졌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환담장 앞편에 걸린 ‘장백폭포’ ‘성산일출봉’ 그림을 가리키면서 “왼쪽에는 장백폭포 그림이 있고, 오른쪽에는 제주도 성산일출봉 그림이 있다”고 소개했다.

김 위원장이 “문 대통령께서 백두산에 대해 나보다 더 잘 아시는 것 같다” 고 말했자문 대통령은 “나는 백두산을 가본 적이 없다. 그런데 중국 쪽으로 백두산을 가는 분들이 많더라. 나는 북측을 통해서 꼭 백두산에 가보고 싶다” 고 대답했다.

김 위원장은 “문 대통령이 오시면 솔직히 걱정스러운 것이 우리 교통이 불비해서 불편을 드릴 것 같다. 평창 올림픽에 갔다 온 분들이 말하는데 평창 고속열차가 다 좋다고 하더라. 남측의 이런 환영에 있다가 북에 오면 참으로 민망스러울 수 있겠다. 우리도 준비해서 대통령이 오시면 편히 모실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앞으로 북측과 철도가 연결되면 남북이 모두 고속철도를 이용할 수 있다. 이런 것이 6.15 10.4 합의서에 담겨 있는데 10년 세월 동안 그리 실천하지 못했다. 남북 관계가 완전히 달라져 그 맥이 끊어진 것이 한스럽다. 김 위원장께서 큰 용단으로 10동안 끊어졌던 혈맥을 오늘 다시 이었다”며 소회를 밝혔다.

김 위원장은 “기대가 큰 만큼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큰 합의를 해놓고 10년 이상 실천을 못했다. 오늘 만남도 그 결과가 제대로 되겠나느라는 하는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짧게 걸어오면서 정말 11년이나 걸렸나라고 생각을 했다. 그런 우리가 11년간 못한 것을 100여일 만에 줄기차게 달려왔다. 굳은 의지로 함께 손잡고 가면 지금보다야 못해질 수 있겠나”라며 정상회담을 긍정적으로 이끌기 위한 의지를 드러냈다.

이어 김 위원장은 “대통령님을 제가 여기서 만나면 불편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그래도 친서와 특사를 통해 사전에 대화를 해보니 마음이 편하다. 서로에 대한 신뢰와 믿음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배석한 김여정 부부장을 가리키며 “김 부부장은 남쪽에서는 아주 스타가 되었다”라고 말하자 회담장을 웃음꽃이 피었다. 이때 김여정 부부장도 얼굴도 빨개졌다.

문 대통령은 “오늘의 주인공은 김 위원장과 나다. 과거의 실패를 거울삼아 잘 할 것이다. 과거에는 정권 중간이나 말에 늦게 합의가 이뤄져 정권이 바뀌면 실천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제가 시작한지 이제 1년차다. 제 임기 내에 김 위원장의 신년사에서 오늘에 이르기까지 달려온 속도를 계속 유지했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김 위원장은 “김여정 부부장의 부서에서 ‘만리마 속도전’이라는 말을 만들었는데, 남과 북의 통일의 속도로 삼자”고 말해 다시 한 번 웃음이 터졌다.

임종석 준비위원장은 “살얼음판을 걸을 때 빠지지 않으려면 속도를 늦춰서는 안 된다는 말이 있다”고 거들었다.

문 대통령은 “과거를 돌아봤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속도”라고 하자, 김 위원장은 “이제 자주 만나자. 이제 마음 단단히 굳게 먹고 다시 원점으로 오는 일이 없어야겠다. 기대에 부응해 좋은 세상을 만들어 보자. 앞으로 우리도 잘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문 대통령은 “북측에 큰 사고가 있었다고 들었다. 수습하시느라 고생이 많았겠다. 김 위원장께서 직접 나서 병원에 들러 위로도 하고, 특별 열차까지 배려했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위로를 보냈다.

김 위원장은 “대결의 역사에 종지부를 찍자고 왔고, 우리 사이에 걸리는 문제들에 대해 대통령님과 무릎을 맞대고 풀려고 왔다. 꼭 좋은 앞날이 올 것이라는 확신을 갖게 되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한반도의 문제는 우리가 주인이다. 그러면서도 세계와 함께 가는 우리 민족이 되어야 한다. 우리 힘으로 이끌고 주변국들이 따라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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