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4.24/그린포스트코리아
한려해상국립공원 내 소매물도, 등대섬. 2018.4.24/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황인솔 기자] 지난 19일 방문한 한려해상국립공원. 우리나라 해상 최초의 국립공원으로 경상남도 거제시 지심도에서 전라남도 여수시 오동도까지 300리 뱃길을 따라 크고 작은 섬들과 자연경관이 조화를 이루는 곳이다. 통영과 거제 바다에 속한 홍도, 매물도, 대소병대도, 외도 등 섬의 생태계를 카메라에 담았다. 

새벽 5시에 하루를 열고 쉼 없이 달려 통영에 도착한 시간은 정오. '바다의 땅'이란 별명처럼 도시 전체가 짭짤한 냄새로 가득했다. 누구나 자신에게 익숙한 것이 있고, 익숙하지 않은 것이 있다. 산이 좀더 친숙한 많은 이들에게 바다는 낯선 곳이다. 그래서 바다와 마주할 때 우리는 흔히 설렘을 느낀다. 입지(立地)의 '서울아가씨'가 만난 남해의 첫인상도 사뭇 다르지 않았다. 

'물 위에서 5~6시간 정도 있어야 한다' 안내인의 말에 걱정이 몰려오기도 했지만 들뜬 마음으로 낚싯배 '뉴무지개호'에 오르자 항해가 시작됐다. 바람이 거의 불지 않고 파도가 잔잔한 맑은 날이었음에도 처음 느껴보는 출렁임에 중심잡기가 힘들었다. 선장이 내어준 작은 플라스틱 의자에 몸을 의지한 뒤 그제서야 파란 남쪽 바다가 눈에 들어왔다.

이날 취재에 사용된 낚싯배 '뉴무지개호'. 2018.4.24/그린포스트코리아
이날 취재에 사용된 낚싯배 '뉴무지개호'. 2018.4.24/그린포스트코리아
소중한 버팀목이 되어준 플라스틱 의자. 2018.4.24/그린포스트코리아
소중한 버팀목이 되어준 플라스틱 의자. 2018.4.24/그린포스트코리아
선등. 2018.4.24/그린포스트코리아
선등. 2018.4.24/그린포스트코리아
바람이 잔잔한 편이였음에도 파도는 강하게 느껴졌다. 2018.4.24/그린포스트코리아
바람이 잔잔한 편이였음에도 파도는 강하게 느껴졌다. 2018.4.24/그린포스트코리아

파도를 가르며 약 1시간 30분 정도 이동하자 하늘 가득 새 울음소리가 들렸다. '갈매기섬'이라 불리는 홍도가 가까워지자 괭이갈매기가 배를 쫓아오기 시작한 것이다. '뉴무지개호'뿐만 아니라 인근의 낚싯배, 유람선 위에도 괭이갈매기가 떼를 지어 날고 있었다. 생선만큼이나 갈매기의 주식인 '새우깡'을 얻어먹기 위해서다. 

괭이갈매기는 우리나라 해안이나 도서지역에 넓게 분포하는 텃새로 울음소리가 고양이를 닮았다고 하여 '괭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몸은 희고 등은 짙은 회색이며 노란 부리를 지녔다. 시속 40~50㎞ 정도로 배를 운항하면 꽤 가까이에서 관찰할 수 있다.

한려해상국립공원에는 괭이갈매기 약 5만마리가 서식 중이다. 그중 대부분이 홍도에 머물며 알을 낳고, 새끼를 기르며 살아가고 있다. 홍도 일원이 환경부 특정도서 제27호, 천연기념물 제335호로 지정돼 등대지기 숙소가 철거되면서 인간이 아닌 괭이갈매기들이 이 섬의 주인이 됐다. 

홍도의 면적은 9만8380㎡(약 30만평)로 꽤 큰 편의 섬이지만 5만마리의 괭이갈매기가 살기에는 다소 벅차 보인다. 실제 포화 상태로 새끼가 태어나도 경쟁에 의해 죽는 경우가 많다. 섬 전체가 배설물로 뒤덮여 백화현상도 상당히 진행돼 있었다.

괭이갈매기들끼리의 경쟁도 그렇지만 철새들의 휴식 공간이 마땅하지 않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 한려해상국립공원의 섬들은 일본과 한국을 오가는 철새들에겐 아주 중요한 중간휴식처다. 그런데 상위 포식자인 괭이갈매기의 개체 수가 늘어나자, 철새들은 지친 날갯짓을 멈출 수 없었다. 

이에 국립공원관리공단은 '홍도 철새 중간 기착지 복원 사업'을 추진 중이다. 철새들이 괭이갈매기의 간섭을 피해 편히 쉴 수 있도록 횃대와 관목림, 대나무 덤불 등으로 쉼터를 만들고 쉽게 수분을 섭취할 수 있도록 물웅덩이를 파주는 사업이다. 이러한 노력으로 2014년 흑두루미, 노랑배진박새, 붉은부리찌르레기 등 3종의 철새가 새로 발견됐고, 2017년 기준으로 총 154종의 조류가 확인됐다.

낚싯배를 쫓는 괭이갈매기떼. 2018.4.24/그린포스트코리아
낚싯배를 쫓는 괭이갈매기떼. 2018.4.24/그린포스트코리아
갈매기섬 홍도. 2018.4.24/그린포스트코리아
갈매기섬 홍도. 2018.4.24/그린포스트코리아
백화 현상이 진행된 바위. 2018.4.24/그린포스트코리아
백화 현상이 진행된 바위. 2018.4.24/그린포스트코리아

철새들의 입장을 생각해보니 괭이갈매기가 어쩐지 얄밉다. 감정이입을 더 하니 저마다 하나씩 바위를 차지한 괭이갈매기는 거대한 기득권이었다. 

하지만 "괭이갈매기들도 한때 많은 고생을 했다"는 국립공원관리공단 관계자의 변호가 이어졌다. 괭이갈매기는 한때 어부와 섬 주민들에게 알을 빼앗기고, 잡아먹히며 개체 수가 급격히 줄어들기도 했다고. 자연 속에서 평화롭게 살아가는 생물들이 멸종위기종으로 내몰리는 가장 큰 원인 제공자는 바로 인간이다.

소매물도에서 바라본 통영 바다. 2018.4.24/그린포스트코리아
소매물도에서 바라본 통영 바다. 2018.4.24/그린포스트코리아
약 15분 정도 가파른 길을 오르면 정상에 닿을 수 있다. 2018.4.24/그린포스트코리아
약 15분 정도 가파른 길을 오르면 정상에 닿을 수 있다. 2018.4.24/그린포스트코리아
소매물도와 연결된 등대섬. 2018.4.24/그린포스트코리아
등대섬. 2018.4.24/그린포스트코리아

홍도를 뒤로하고 '쿠크다스섬'이라 불리는 소매물도로 이동했다. 광고의 배경으로 사용될 만큼 절경을 자랑한다. 잠시 배에서 내려 섬을 둘러보는 기회를 가졌다. 배 위에서는 다 보이지 않던 넓은 남해가 한 눈에 들어온다. 

눈을 돌려 섬 안을 보니 동백꽃이 가득했다. 또 해송(海松), 하얀 등대, 이름 모를 들풀들이 바다와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을 만들었다. 

걸어서 15분이면 정상에 닿고, 한 시간 정도면 둘러볼 수 있는 작은 섬 소매물도. 이곳에는 약 30명의 주민이 살고 있다. 60대 이상의 어르신들이 대부분이고 20~ 30대 청년도 세 명이 거주하고 있다. 육지와 연결되는 배는 하루 열 번 남짓, 그마저도 파도가 강한 날엔 모두 끊긴다. 이곳에서 평생을 살고 계신 한 어르신을 만났다. '섬에서 어느 곳을 가장 좋아하시느냐' 묻는 말에 돌아오는 대답이 일품이다. 

"짠내나는 소금물 봐서 만다꼬, 우리그튼 영감재이들은 테레비가 마누라데이." 섬이 아름답다고 호들갑 떠는 이를 부끄럽게 만드는 대답이었다.

외도, 해금강 등으로 향하는 유람선. 2018.4.24/그린포스트코리아
외도, 해금강 등으로 향하는 유람선. 2018.4.24/그린포스트코리아

낚싯배를 타고 6시간 정도 바다 위를 내달리는 동안 상냥하지 않은 바다가 주는 또 다른 매력을 느끼려면 몇 번의 엉덩방아는 애교고, 바닷물을 뒤집어쓰는 경험은 감내해야 한다.

그런 매력을 거부한다면 유람선을 이용하면 된다. 낚싯배에 비해 흔들림이 적고 원하는 관광 포인트까지 쉽게 찾아갈 수 있다. 가이드가 섬의 역사와 자연 경관 설명도 제공한다.

마지막 일정으로 유람선에 올랐다. 보다 조용하게 소매물도 앞을 지나 바다의 금강산이라는 '해금강'을 바라보고, 30년간 부부가 일구어놓은 바다 정원 '외도보타니아'에서 긴 산책도 즐겼다.  

4월의 거제, 통영 앞바다는 짭조름한 기운만큼이나 강렬한 멋을 지녔다.

낚싯배에 비해 잔잔한 파도. 2018.4.24/그린포스트코리아
낚싯배에 비해 잔잔한 파도. 2018.4.24/그린포스트코리아
괭이갈매기의 얼굴도 제대로 보인다. 2018.4.24/그린포스트코리아
괭이갈매기의 얼굴도 제대로 보인다. 2018.4.24/그린포스트코리아
바다 위의 금강산, 해금강. 2018.4.24/그린포스트코리아
바다 위의 금강산, 해금강. 2018.4.24/그린포스트코리아
바위섬 사이로 내리쬐는 햇살. 2018.4.24/그린포스트코리아
바위섬 사이로 내리쬐는 햇살. 2018.4.24/그린포스트코리아
4월을 맞아 많은 관광객이 한려해상국립공원을 찾았다. 2018.4.24/그린포스트코리아
4월을 맞아 많은 관광객이 한려해상국립공원을 찾았다. 2018.4.24/그린포스트코리아
경이로운 자연. 2018.4.24/그린포스트코리아
경이로운 자연. 2018.4.24/그린포스트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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