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식 금융감독위원장. (페이스북 제공)
김기식 금융감독위원장. (김 원장 페이스북 제공)

[그린포스트코리아 황인솔 기자] 김기식 금융감독위원장이 17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사의 표명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김 원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공직의 무거운 부담을 이제 내려놓는다"는 제목의 글을 남겼다.

그는 "국민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 점, 다시 한번 송구스럽다는 말씀을 드립니다"라며 "선관위의 결정 직후 이를 정치적으로 수용하고 임명권자인 문재인 대통령께 사의를 표명했고, 누를 끼쳐 죄송한 마음"이라고 밝혔다.

다만, 김 원장은 자신을 사퇴에 이르게 한 선관위의 판단에 대해서는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했다.

앞서 김 원장은 19대 국회의원 임기가 끝나기 직전인 2016년 5월 19일 정치후원금에서 5000만원을 연구기금 명목으로 민주당 의원모임인 '더좋은미래'에 기부했다.

이에 선관위는 지난 16일 경기도 과천청사에서 권순일 중앙선관위위원장이 주재하는 선거관리위원회를 열고 김 원장의 '셀프후원' 의혹에 대해 위법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김 원장은 "총선 공천 탈락이 확정된 상태에서 유권자조직도 아닌 정책모임인 의원모임에, 1000만원 이상을 추가 출연키로 한 모임의 사전 결의에 따라 정책연구기금을 출연한 것이 선거법 위반이라는 선관위의 판단을 솔직히 받아들이기 어려운 심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법 해석상 문제가 있는 경우 선관위는 통상 소명자료 요구 등 조치를 하는데 지출내역 등을 신고한 이후 당시는 물론 지난 2년간 선관위는 어떤 문제제기도 없었다"라면서 "이 사안은 정말 문제가 될 거라고 생각지도 못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법률적 다툼과는 별개로 이를 정치적으로 수용하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김 원장은 "저는 비록 부족해 사임하지만, 임명권자께서 저를 임명하며 의도했던 금융개혁과 사회경제적 개혁은 그 어떤 기득권적 저항에도 불구하고 반드시 추진돼야 한다"며 "다시 한 번 기대하셨던 국민께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아래는 김 원장의 페이스북 게시글 전문.

공직의 무거운 부담을 이제 내려놓습니다

국민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 점, 다시 한번 송구스럽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저는 선관위의 결정 직후 이를 정치적으로 수용하고 임명권자께 사의를 표명했습니다
누를 끼친 대통령님께 죄송한 마음입니다

총선 공천 탈락이 확정된 상태에서 유권자조직도 아닌 정책모임인 의원모임에, 1000만원 이상을 추가 출연키로 한 모임의 사전 결의에 따라 정책연구기금을 출연한 것이 선거법 위반이라는 선관위의 판단을 솔직히 받아들이기 어려운 심정입니다. 법 해석상 문제가 있는 경우 선관위는 통상 소명자료 요구 등 조치를 합니다만 지출내역 등을 신고한 이후 당시는 물론 지난 2년간 선관위는 어떤 문제제기도 없었습니다. 이 사안은 정말 문제가 될 거라고 생각지도 못한 일입니다.

그러나 법률적 다툼과는 별개로 이를 정치적으로 수용하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했습니다

주어진 소명이라 생각하고 받아들였습니다만 취임사에서 밝혔듯이 공직을 다시 맡는 것에 대한 회의와 고민이 깊었습니다. 몇해전부터 개인적으로 공적인 삶을 내려놓고 싶은 마음에도 누군가와 했던 약속과 의무감으로 버텨왔습니다

제가 금융감독원장에 임명된 이후 벌어진 상황의 배경과 의도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국민들께서 판단할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저의 사임에도 불구하고 짧은 재임기간이지만 진행했던 업무의 몇 가지 결과는 멀지 않은 시간에 국민들께서 확인하실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저에 대해 제기된 비판 중엔 솔직히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들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어느 순간 저의 삶이 뿌리째 흔들린 뒤, 19살 때 학생운동을 시작하고 30년 가까이 지켜왔던 삶에 대한 치열함과 자기 경계심이 느슨해져서 생긴 일이라 겸허히 받아들입니다. 반성하고 성찰할 것입니다

이번 과정에서 고통 받은 가족들에게 미안합니다. 또한 저로 인해 한 젊은이가 악의적인 프레임으로 억울하게 고통과 상처를 받은 것에 분노하고 참으로 미안한 마음입니다. 평생 갚아야 할 마음의 빚입니다.

참여연대 후배의 지적은 정당하고 옳은 것이었습니다. 그 소식을 접하고 과거 제가 존경했던 참여연대 대표님과 관련된 일이 떠올랐습니다. 그분은 평생을 올곧게 사셨고, 그 가치를 금액으로 평가할 수조차 없는 평생 모으신 토기를 국립박물관에 기증하셨던 분입니다. 그러나 공직에 임명되신 후 가정사의 이유로 농지를 매입한 일이 부동산 투기로 몰리셨고, 그 저간의 사정을 다 알면서도 성명서를 낼 수밖에 없다며 눈물 흘리는 저를 오히려 다독이시고 사임하셨습니다.

그때 이미 저의 마음을 정했습니다. 다만 저의 경우가 앞으로의 인사에 대한 정치적 공세에 악용되지 않도록 견뎌야 하는 과정과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저는 비록 부족하여 사임하지만 임명권자께서 저를 임명하며 의도하셨던 금융개혁과 사회경제적 개혁은 그 어떤 기득권적 저항에도 불구하고 반드시 추진되어야 하고, 그렇게 될 것이라 믿습니다

다시 한번 기대하셨던 국민들께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김기식 올림

breezy@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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