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사회적 의류기업 '오르그닷' 김방호 대표 인터뷰

 

우리 사회는 몇 차례 환경의 역습을 당했다. 가습기 살균제, 여성용품, 화장품, 물티슈 등 일상 용품에서 유해물질이 발견됐다. 다중이용시설, 회사 사무실, 심지어 아이들의 교실에서도 반(反) 환경 물질들이 검출된다. 여기에 바깥으로 나가면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는 등 곳곳에서 반환경적인 것들과 마주한다. 어느 때보다 많은 사람들이 친환경을 추구하는 이유다. 이에 <그린포스트코리아>는 친환경 기업과 친환경 현장에서 직접 뛰고 있는 이들을 찾아 나섰다. 그리고 그들이 추구하는 가치를 함께 공유해본다. [편집자주]

오르그닷은 친환경 의류를 만드는 사회적 기업이다.(주현웅 기자)2018.4.10/그린포스트코리아
오르그닷은 친환경 의류를 만드는 사회적 기업이다.(주현웅 기자)2018.4.10/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주현웅 기자] “컴퓨터로 프로그램 개발하고, 문성작성하고, 그걸 이메일로 보내는 일들이 지겹더라고요. 실물을 다뤄보고 싶었어요. 섬세함의 묘미가 있는 의류가 좋겠다 싶었죠.”

사회적 의류기업인 '오르그닷'(서울 종로구)의 김방호 대표는 꽤 잘나가던 IT회사의 직원이었다. 그러나 도통 일에 흥미가 생기질 않았다. 그 어느 분야보다 생산적이고 창의적인 일이라고 생각했던 업무였지만 그는 어딘가 모르게 허전함을 느꼈다.

“보다 매력적이고 의미있는 일이 없을까?” 이 같은 고민 끝에 “그래 이거다” 싶은 게 하나 있었다. 별 건 아니었다. 가장 의미있겠다 싶은 게 ‘의식주’였다. 그 가운데서도 가장 창의적인 건 ‘옷'이란 생각을 했다.

마침 또 드는 생각. 대학시절 환경분야에 관심을 갖던 선후배들이 더러 있었다. “옳다구나” 싶었다. 친환경 옷 만들기였다. 그렇게 ‘오르그닷’이 닻을 올렸다.

왜 ‘오르그닷’일까. 

“일반 영리기업의 홈페이지 주소 끝은 뭐죠? ‘닷컴’ 혹은 ‘닷 kr’이에요. 하지만 비영리 기업은요? ‘org’로 차별화돼요. 이거 ‘오르그’ 잖아요. 그래서 ‘오르그닷’이 만들어진 거에요. 돈을 아예 외면할 수는 없겠지만 사회적으로 의미있는 일이 무척 하고 싶었죠.”

김 대표와 함께 환경분야에 관심을 갖던 대학 선후배 5명이 모여 서울 압구정동에 친환경 티셔츠 매장을 차렸다. 당시에는 수익을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사회에 의미 있는 일을 하자는 다짐만으로 시작한 사업이었다. 그런데 망해도 너무 ‘쫄딱’ 망했다. 

“아, 정말 조물주 위에 건물주라던데, 이 말 맞아요. 어쩔 수 없더라고요. 이름 대면 알만한 IT회사 직원들이 모여서 해본다고 해봤는데 현실은 쉽지 않습디다.”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물론 그렇다고 해결될 일은 아니었다. 어디 사업이 쉽던가. 옷이란 건 특히 그랬다. 단 1㎝만 사이즈를 잘못 맞춰도 손실이 컸다. 김 대표는 이때만 하더라도 “1㎝ 정도는 그냥 입어도 되지 않나?”란 생각을 했었단다. 그러나 이런 생각으로 초반에 실수한 경험은 다시 떠올려도 아찔하다고.

다만 김 대표는 그런 과정을 거쳐 교훈을 하나 얻었다. '옷의 본질은 스타일이고, 아무리 소재가 좋아도 소비자의 선택을 못 받으면 말짱 도로묵이다.'

또 다른 교훈은 소재 등의 유용성은 소비자의 선택을 받은 다음의 문제라는 사실. 때문에 오르그닷은 모든 면에서 소비자의 만족을 얻는 것이 최고의 목표가 됐다.

김 대표는 ‘죽어라’ 일했다. 그런 상황에서 말 못할 사고까지 당했다. 그때 함께 뜻을 모았던 동료들이 하나 둘 떠나기 시작했다.

별 수 없었다. 더 죽어라 일했다. 그 ‘독기’는 김 대표를 조금씩, 차차 나아가게 했고, 결국 다시 일어섰다. 김 대표는 무가공 면 티셔츠를 만드는데 성공했다. 면화를 재배한 후 화학재료를 전혀 안 쓰고 만든 티셔츠. 그야말로 친환경 옷이었다.

'친환경 옷이 뭐가 좋은 가?'라는 질문에 김 대표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형광물질감별기’를 꺼내들었다. 형광물질감별기는 각 물품에 불빛을 비추면서 중금속 등의 포함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파란불이 비치면 중금속 등이 포함된 것이고, 투명한 빛이 비치면 포함되지 않은 것이다.

김 대표가 기자의 옷에 형광물질감별기를 비추자 파란 불빛이 밝혀졌다. 책상의 신문지, 우편봉투 등에도 비쳐봤는데 새파란 불빛이 비쳐졌다.

일부 소포박스 용지와 이면지 등은 조금 달랐다. 푸른색이라기보다 하늘색, 어떤 물질은 아주 투명한 불빛이 밝혀졌다.

형광물질감별기를 통해 확인한 결과 친환경 의류와 그렇지 않은 의류의 차이가 확연했다. 왼쪽을 오르그닷 제품, 오른쪽은 기자가 인터뷰 당시 입은 제품(주현웅 기자)2018.4.10/그린포스트코리아
형광물질감별기를 통해 확인한 결과 친환경 의류와 그렇지 않은 의류의 차이가 확연했다. 왼쪽을 오르그닷 제품, 오른쪽은 기자가 인터뷰 당시 입은 제품(주현웅 기자)2018.4.10/그린포스트코리아
2008년 형광물질감별기를 통해 아기들의 기저귀가 도마 위에 오른 바 있다.(KBS 2TV 캡처)2018.4.10/그린포스트코리아
2008년 형광물질감별기를 통해 아기들의 기저귀가 도마 위에 오른 바 있다.(KBS 2TV 캡처)2018.4.10/그린포스트코리아

“이제 이해가 좀 되나요?” 김 대표가 물었다. 그러면서 오르그닷에서 만든 옷에 불빛을 켰다.

정말 투명했다. 이 투명한 불빛은 중금속 등이 첨가되지 않은 ‘친환경’의 상징이라고 그는 말했다. 실제로 이 같은 형광물질감별기에 따른 유해물질 첨가 여부는 몇 차례 공론화된 바 있다.

지난 2008년 4월 한 방송 프로그램에서 아기가 입는 기저귀를 검사했다. 결과는 놀랍게도 형광증백제가 검출됐다. 형광증백제는 겉으로는 희게 보이지만, 실제로는 아토피 등 피부질환의 원인이 되는 염색물질이다. 형광물질감별기로 비추면 흰색이 청색으로 비친다. 전문가들은 이 형광증백제가 피부염 및 발암을 유발한다고 경고한다.

오르그닷은 ‘순수한 백색’의 옷을 운동선수들에게도 제공했다. 2011년부터 3년간 프로야구 SK와이번스의 '그린 유니폼'을 제작했다. 당시 SK와이번스는 10경기를 본래의 붉은 유니폼 대신 녹색 유니폼을 입고 출전했는데, 이 녹색 유니폼을 만든 곳이 오르그닷이다.

이 유니폼은 당시 화제를 모았다. 우스갯소리지만 ‘쓰레기’ 유니폼이란 이유에서다. 사실대로 말하면 그때의 SK와이번스 유니폼은 페트병으로 만들었다. 사람들이 마구 버린 페트병을 재활용 해 폴리에스테르 원단으로 만든 유니폼이다.

“페트병이랑 폴리에스테르는 화학적 성분이 사실상 동일하죠. 물리적으로 실로 꼬아서 만드느냐, 접시처럼 만드냐의 차이일 뿐입니다."

그는 한 마디 덧붙였다. "당시 승률 약 60%를 기록했던 SK와이번스는 이 유니폼을 입고 승률 약 80%를 기록했습니다. 우리가 만든 유니폼을 입어서 많이 이겼다는 게 아니라, 이 친환경 유니폼이 적어도 선수들의 능률을 떨어트리진 않는다는 점을 꼭 말하고 싶습니다."

오르그닷이 제공한 SK와이번스의 그린유니폼.(SK와이번스 제공)2018.4.10/그린포스트코리아
오르그닷이 제공한 SK와이번스의 그린유니폼.(SK와이번스 제공)2018.4.10/그린포스트코리아

2013년부터는 환경단체 ‘그린피스’에도 단체티셔츠 등을 제공했다. 이후부터는 유니세프 및 WWF(세계자연보호기금)에도 단체복을 공급하고 있다. 이 기관들은 자체적으로 의복 검열기준을 ‘친환경’으로 두고 있는 곳이다.

여기까지만 보면 오르그닷은 이제 제법 잘 나가는 기업이다. 그러나 김 대표는 여전히 고민이 많다고 한다. 보다 많은 이들이 친환경 의류를 접하길 바라서다. 

“그린피스나 유니세프 등은 속된 말로 돈이 좀 있는 곳들이에요. 그런데 저희가 만든 친환경 제품들은 제조 및 인건비 등의 문제로 단가가 좀 있는 편이거든요. 일반 소비자들을 위해 보다 저렴하게 판매하고 싶지만 아직 돌파구를 마련하진 못했어요.”

김 대표는 어떻게든 단가를 낮추려고 숱하게 노력했단다. 그나마 현재는 3년 전에 비해 2~3배가량 낮췄다지만 여전히 목표는 단가 낮추기다. 직거래만 하는 이유도 그래서다. 판매자와 소비자 사이에 유통업체가 끼어들면 소매가가 높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때는 소비자에 직접 판매하는 방식도 시도했지만 임대료 등의 문제로 일찍이 문을 닫았다.

오르그닷은 그래도 사회적 역할을 하기 위해 열심이다. 친환경과 더불어 또 노력하는 대목이 ‘안정적인 일자리’다. 이 역할은 ‘디자이너앤메이커스(Designer&Makers)’를 통해 실현하고 있다. 이는 국내 인디 디자이너와 봉제공장을 연결해주는 플랫폼(어플리케이션)이다.

“많은 인디 디자이너들이 의류를 디자인하고 만들고 싶어도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 헤매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들의 문제를 해결하는 동시에 봉제공장 종사자들의 일자리 안정화를 위해 플랫폼을 제작했죠. 이 플랫폼은 회원제로 운영되기 때문에 ‘뜨내기’ 보다는, 실제 거래계약으로 이어질 수 있는 이들 간의 소통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김 대표는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를 언급했다.

“봉제공장 업주들이 언젠가 제 손을 꼭 붙잡고 한 말이 있어요. 정말 고맙다고요. 고객들도 말했었죠. 당신들과 같은 기업이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고요. 따뜻했어요. 실제 그런 기업이 많이 생기면 저의 경쟁자죠. 여전히 저는 배고프지만 개의치 않아요. 우리는 우리대로 좋은 상품 만들면서 사회적인 역할을 해나가면 됩니다. 좋은 세상을 꿈꾸면서요.”

'오르그닷은 왜 사회적기업인가?'라는 마지막 질문에 그는 웃으며 답했다.

“의류기업이 반 환경적이면서 사회적 기업을 자처할 순 없다고 생각해요. 또 양질의 일자리 조건을 생각하지 않는 ‘사회적 기업’도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해요. 사회적 기업이라면 이 두가지는 꼭 지켜야 한다고 생각해요. 우리는 이 두 가지는 지키고 있어요. 물론 보기에 따라 부족할 수 있겠죠. 그러나 더 많이 노력하고자 합니다. 지켜봐 주셨으면 해요. 최선을 다하고 있답니다.”

오르그닷은 친환경 의류를 제작 및 공급한다.(오르그닷 제공)2018.4.10/그린포스트코리아
오르그닷은 친환경 의류를 제작 및 공급한다.(오르그닷 제공)2018.4.10/그린포스트코리아

 

chesco12@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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