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포스코 창립50주년, 그리고 잃어버린 10년
[기자수첩] 포스코 창립50주년, 그리고 잃어버린 10년
  • 박태윤 기자
  • 승인 2018.03.30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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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시는 29일 포스코 창립 50주년을 맞아 4월 한 달을 ‘포스코의 달’로 지정하기로 하고 이강덕 시장의 축사와 오형수 포항제철소장의 답사, 유공자 표창, 영상메시지 상영, ‘포스코의 달’ 선포에 따른 동행을 상징하는 배 모양의 조형물 퍼포먼스 순으로 진행하는 선포식을 가졌다.

그러나 포스코를 바라보는 포스코 직원들과 포항시민들은 안타깝기만 하다.

MB에서 최순실까지, 지난 10년간 포스코는 정권의 전리품이 되어 이리 뜯기고 저리 뜯기고 권력의 시녀노릇을 하다 만신창이가 됐다.

최근 두 번에 걸친 MBC PD수첩의 내용은 그동안 권력이 어떤 식으로 포스코를 유린했으며 포스코는 그런 권력에 아부하기 위해 어느 정도까지 협조했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민영화 이후 포스코의 경영진은 정권과 흥망성쇠를 같이했다. 정권교체기 최고경영진은 모두 연임에 성공했지만 임기를 채운 회장은 없다.

지역정가도 마찬가지이다. 늘 포스코의 정치간섭을 배재하겠다고 외치지만 지역 시의원, 도의원, 국회의원까지 직간접적으로 포스코와 연관된 사업을 하지 않은 의원들을 찾기가 더 어려운 실정이다.

정치간섭의 배재는 공허한 메아리에 불과하며, 이를 믿는 포항시민은 거의 없다.

경영진은 정권에 줄서고 직원은 그저 바라만 본다. 이것이 현재 포스코가 처한 현실이다.

현재의 포스코의 상태로 보면 포스코의 정치적 독립은 요원하기만하다. 요행으로 좀 더 도덕적인 정권이 들어서기만을 바랄 뿐이다.

지금 포스코에는 50년의 포스코를 지켜온 제철보국과 우향우 정신에 무장된 1만5000여명의 직원들이 있으며 이 직원들은 작금의 현실에 대해 분노하며 안타까워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직원들의 마음을 대변해줄 방법은 그 어디에도 없다. 노동조합은 있으나 마나한 식물 유령 노동조합이고, 노동조합을 대체하고자 만든 '노경협의회'는 유명무실하다.

가정이지만, 포스코의 노동조합이 지금처럼 식물조합이 되지 않고 초기의 2만여 명의 조합원을 가진 노동조합이 굳건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면 사태가 이 지경, 여기까지 왔겠나 하는 생각이다.

비록 경영진이 정치에 휩쓸릴 수 있더라도 단결되고 강건한 노동조합은 정치외풍을 차단할 수 있는 힘이 있다. 1만명이 넘는 노동조합은 정치적이지 않더라도 부득불 정치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노동조합이 건재하여 경영에 대한 감시를 하고 부당한 정치외압에 대해 앞장서서 대항했더라면 지금처럼 정권이 멋대로 경영진을 갈아치우고 경영에 함부로 간섭할 수 없었을 것이다.

포스코 노동조합은 1988년 6월29일 설립하였으나, 1990년 이후부터 시작된 회사의 노동조합 탄압으로 1991년1월부터 3월까지 1만 9000여명의 조합원이 자의반 타의반 노동조합을 탈퇴하고 그 후 20여명이 안 되는 조합원으로 현재 식물노동조합, 유령노동조합 상태로 운영되고 있다.

그 후 수차례 일부 직원들이 노동조합을 정상화시키기 위해 노력하였으나 회사의 방해와 현 노동조합 구성원들의 비협조로 번번이 실패하였다.

노동조합이 최선의 방법은 아닐지라도 지난 10년간 누구라도 쓴 소리 하는 사람이 있었으면 이렇게 까지 처참하게 되었을까 하는 생각이다.

현 정부는 포스코에 대해 딜레마에 처해 있는 것 같다. 경영에 간섭하지니 "너희는 뭐가 다른데"라는 비판이 나올 것 같고, 그대로 두기엔 너무 위태로운 상황이다.

그러나 덮어두고 가기엔 그간의 행적들이 너무나 엄청나다. 포스코의 자정노력도 기대하기 어렵다.

이제는 누구라도 나서야 할 때라고 본다. 진정으로 포스코를 걱정하고 아끼는 사람 모두가 소리를 내야 한다.  

아직 포스코는 세계 제일의 경쟁력을 갖춘 철강회사다. 위기의 해법을 논하기 전에 무엇이 이 위기를 초래했는지 근본 원인부터 찾아야 할 것이다.

기다림과 침묵이 너무 늦지 않길 바랄 뿐이다.

parkty22@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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