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펭귄 환경칼럼] 환경부는 중국의 화장실에서 배워야
[뉴스펭귄 환경칼럼] 환경부는 중국의 화장실에서 배워야
  • 김기정
  • 승인 2018.03.12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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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보다 강한 절수형변기 기준...기술은 뒤지지만 지속가능 물정책은 '한 수 위'

얼마 전 신문에 재미 있는 기사가 하나 실렸다.

중국의 각 지방 정부가 공중화장실을 5성급 호텔 화장실에 버금가게 ‘개선’하는 사례가 속출하자 중앙 정부가 이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는 보도다. 기사에 따르면 각 지방 정부는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2012년 집권 이후 ‘화장실혁명’을 강조하자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공중화장실을 호화판으로 바꾸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충칭시 시우후공원에 들어선 화장실에는 TV와 휴대폰 충전기, 분수, 자동 구두닦이 기계, 와이파이 장치 등이 갖춰져 있다고 한다. 이 화장실 한 동 짓는데 약 100만위안(1억6000만원)이 들었다. 그런가 하면 쓰촨성 청두시의 한 관광지 화장실엔 소파부터 냉장고, 정수기, 전자렌지까지 구비됐었다고 한다. 이쯤 되면 노숙자들이 살림을 살아도 전혀 손색이 없을 판이다.

시 주석이 당초 화장실혁명을 부르짖은 건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악취와 불결함으로 악명 높은 공중화장실을 그저 깨끗한 공간으로 바꾸자는 취지였을 텐데 지방정부의 충성경쟁 탓인지 호화 공중화장실이 속출하는 사태로 변질됐다고 이 기사는 전했다.

중국 베이징 동북쪽 798예술거리에 있는 공중화장실. 독특한 외관으로 방문객들의 눈길을 끈다. [그린포스트코리아 자료사진]
중국 베이징 동북쪽 798예술거리에 있는 공중화장실. 독특한 외관으로 방문객들의 눈길을 끈다. [그린포스트코리아 자료사진]

지금은 많이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중국의 공중화장실은 외국인들에게는 여전히 ‘쉽지 않은’ 공간이다.

호텔이나 현대식 건물 등의 화장실은 나무랄 데가 없지만, 공원 등에 있는 공중화장실은 선뜻 발을 들여놓기가 쉽지 않은 곳이 적지 않다. 또한 단독 건물의 공용화장실은 칸막이가 전혀 없어 좌우 앞뒤 쳐다보며 ‘볼일’을 봐야 하는 곳도 허다하다. 지난해 11월 중국 베이징을 방문했을 때 초대받아 간 대형 식당의 화장실도 이런 구조였다. 현대식 아파트 단지 안에 있는 제법 큰 식당이었는데도, 화장실은 중국 전통방식으로 설치돼 있었다. 그 난감함이란…

이처럼 중국의 일부 화장실이 여전히 전통적인 구조를 갖고 있기는 하지만, 화장실의 물을 아껴야 한다는 중국 정부의 정책방향은 그 어느 나라보다 앞서 있다. 중국 정부는 신축 건물이나 다중 이용시설의 양변기는 1회 물 사용량을 5리터 이하로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다.

물을 한 번 내렸을 때 5리터 이하의 물로 용변을 씻어 내릴 수 있는 양변기만을 사용토록 법으로 제한하고 있는 것이다. 양변기의 절수기술이 아직 정부의 정책을 100% 뒤따라 가지 못해 물을 두 번씩 거푸 내려야 하는 경우도 적지 않지만 정책방향만큼은 100점짜리.

이에 따라 중국의 건축업자들은 당국의 이같은 절수 기준에 맞는 양변기를 찾느라 동분서주한다.

글로벌 양변기 회사들이 이미 오래 전에 중국시장에 진출하여 중국 정부당국의 규정에 맞는 양변기를 생산, 판매하는데 심혈을 기울이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약 14억명으로 추산되는 중국 인구를 생각하면 양변기 회사들로서는 가장 매력적인 시장이 아닐 수 없다.

시중에 나와 있는 다양한 형태의 절수형변기[자료제공=여명테크]
시중에 나와 있는 다양한 형태의 절수형변기[자료제공=여명테크]

 

우리나라의 기술력 있는 양변기 회사들 역시 중국 시장에 뛰어들어 소비자들로부터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대형업체 뿐 아니라, 절수에서 탁월한 기술력을 보유한 중소기업체들은 중국 시장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이미 서울 지하철의 화장실에서 강력한 기술력으로 절수성능을 인정받은 (주)여명테크(대표 현돈)만 해도 중국의 현지 생산회사들과 함께 중국 내수시장을 겨냥한 제품 생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처럼 중국은 화장실을 두 갈래 방향에서 완전히 뜯어고치겠다며 정책적-기술적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청결을 강조하며 외관을 완전히 바꾸겠다는 ‘화장실혁명’이 위생과 이미지개선을 겨냥한 것이라면 절수형 양변기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거는 건 수자원을 아껴 후손들의 물부족 걱정을 덜겠다는 심사원려가 바탕이다. UN보고서에 따르면 향후 20년 내에 지구의 1인당 담수공급량이 3분의1로 줄어들 것이라고 한다. 이런 경고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면 중국은 20년, 50년, 100년 앞을 내다보며 물 절약 정책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어떤가.

한국수자원공사의 통계를 보면 우리나라의 이용가능한 연간 수자원총량은 333억원톤이다. 이 가운데 생활용수가 75억톤으로 23%를 차지한다. 생활용수 가운데는 변기에 사용되는 물이 약 4분의1로 가장 많다. 연간 19억톤이 화장실 변기를 통해 흘러 들어가는데, 이는 공업용수 사용량 21억톤에 버금가는 양이다.

1인당 사용할 수 있는 수자원량이 상대적으로 적어 ‘물 부족 스트레스 국가’로 분류되지만, 우리는 여전히 물을 물 쓰듯 쓴다. 특히 양변기를 통해 불필요하게 물을 펑펑 쏟아내고 있지만, 정부당국의 정책적 의지는 긴장감이 결여돼 있다.

물론 우리나라도 4년전인 2014년부터 화장실 양변기 물을 아끼기 위해 법과 제도를 바꿔 시행중이기는 하다. 신축 건물은 예외없이 1회 사용량 6리터 이하의 양변기 설치가 의무사항이다. 이를 어기면 건물주가 과태료 처분을 받는다. 2012년에 수도법을 개정한 뒤 2년의 유예기간을 거쳐 2014년부터 신축건물에 적용하고 있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환경단체인 환경재단(대표 최열)도 절수형변기 보급 확대를 통한 물 절약 방안에 관심이 많다. 최열 대표가 한 절수형변기 제조업체를 방문해 절수기술을 살펴보고 있다. [그린포스트코리아 자료사진]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환경단체인 환경재단(대표 최열)도 절수형변기 보급 확대를 통한 물 절약 방안에 관심이 많다. 최열 대표가 한 절수형변기 제조업체를 방문해 절수기술을 살펴보고 있다. [그린포스트코리아 자료사진]

 

우선 이같은 기준은 외국에 비해 약하다. 호주 미국 중국 대만 등은 모두 1회 사용량을 5리터 이하로 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이 제도를 적용하면서 “기존 기술로는 6리터 이하를 맞추기도 어렵다”는 업계의 얘기를 너무 들어준 탓인지 결과적으로 다른 나라보다 약한 기준을 정하게 됐다.

문제는 이 기준조차 잘 지켜지지 않는다는데 있다.

6리터 이하 절수형 변기라고는 하지만 기술이 제대로 따라가질 못해 무늬만 절수형 제품이 적지 않다. 환경부 인증은 통과했지만 실제 설치할 때는 8리터 또는 10리터가 나오도록 조절하는 사례도 많다고 한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고 했다.

아무리 좋은 제도와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해도 그것을 운용하는 주체가 능력이 부족하거나 의지가 빈약하다면 무용지물이나 다름 없다. 현재 국내에는 6리터 이하를 제대로 맞출 수 있는 기술들이 있고, 제품도 나와 있다. 하지만 정부 당국이 절수형 변기 정책을 느슨하게 시행하는 탓에 물 절약이라는 제도의 본래 취지가 빛을 바랬다. 환경부가 지금이라도 각 지자체를 통해 절수형 변기의 설치 실태와 성능 현황 등을 면밀하게 파악해야 한다. 주기적으로 점검하고 개선을 유도해야만 좋은 제도와 정책이 실효를 거두게 된다.

일각에서는 지금 환경부 수뇌부의 물 문제에 대한 시각이 수질오염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에, 수자원 보전노력에는 의지가 약하다는 비판을 내놓는다. 그렇지 않아도 장관과 차관이 모두 시민단체 출신이라 정책 수행의 상대적 편향성을 우려하는 시각이 적지 않다는 점을 환경부는 잊지 말아야 한다.

절수형 양변기 보급 및 관리는 환경부가 주관 부처라서 하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