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아산병원은 故박선욱 추모식이 열렸다. [사진=주현웅 기자]
서울아산병원에서 일하던 故박선욱 간호사 추모식이 열렸다. [사진=주현웅 기자]

 

[그린포스트코리아 주현웅 기자] 3일 오후 6시 서울 광화문역 4번 출구 앞은 여느 때와 많이 달랐다. 부산스럽던 평소와 달리 500명가량의 인파가 몰렸음에도 아무도 없다는 듯 조용했다. 더 큰 목소리를 내기 위해 마이크와 스피커를 설치했지만, 그 앞에만 서면 사람들이 눈물을 참느라 말을 잇지 못했다.

서울아산병원에서 일하다 ‘태움(간호업계 악습)’으로 인해 지난 달 15일 투신해 숨진 故박선욱 간호사 추모식이 이날 서울 교보빌딩 앞에서 열렸다. 간호연대NBT 등이 주최한 이날 추모식은 간호사와 시민 5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시종 침통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추모식 참가자들은 “당국과 서울아산병원은 故박선욱 간호사 죽음의 진상을 규명하고 재발방지대책을 내놓으라”고 촉구했다.

연사로 나선 현정희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장은 “박선욱 간호사가 숨진 지 보름이 지났지만 아무도 책임지려하지 않는다”며 “서울아산병원과 복지부 등 관계기관은 故박선욱 간호사 죽음의 진상을 규명하라”고 소리쳤다.

그는 이와 함께 “간호사 선배로서 세상을 좀 더 좋게 만들겠다고 활동해 왔지만 이러한 사태가 벌어져 박선욱 간호사와 여러분에게 진심으로 미안하다”며 참담한 심정을 밝히기도 했다.

안치현 대한전공의협의회 회장도 추모식에 참여했다. 그는 “간호사 등 대학병원 종사자들은 열악한 근로환경에 놓여있다”며 “병원과 정부의 개선의지가 소극적이다”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병원 내 약자인 우리가 변화를 이끌어낼 때까지 계속해서 목소리를 내야한다”고 말했다.

이들의 연설 후 故박선욱 유족들의 입장서가 공개됐다. 이는 최원영 서울대병원 간호사가 대신 낭독했다. 그는 “故박선욱 간호사 유족들은 서울아산병원측이 공개한 폐쇄회로(CC)TV 화면을 보고 슬픔에 잠겨 이 자리에 나오지 못했다”고 운을 뗐다.

유족들은 입장서를 통해 “선욱이는 밝은 성격에 학교도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했습니다”라며 “물론 공부머리와 일머리는 다르다고 하지만 우리 아이가 그렇게 부족했습니까 그렇게 모자랐습니까”라고 항변했다.

유족들은 이어 “그럼 애초에 불합격을 시키시지. 왜 데리고 가셨나요. 눈에 넣어도 안 아플 우리 아이가 왜 그곳에서 싸늘한 주검이 되어서 돌아오게 만들었습니까”라며 슬픈 심경을 감추지 못했다.

추모식은 2시간가량 진행된 후 끝났다. 주최 측 관계자는 “간호업계 ‘태움’은 많은 사건과 논의가 있었음에도 오랫동안 해결되지 못한 고질적인 문제”라며 “서울아산병원의 간호부는 이번 사건에 대해 진상을 밝히고 개선시킬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서울아산병원에서 일하던 故박선욱 간호사 추모식이 열렸다. [사진=주현웅 기자]
서울아산병원에서 일하던 故박선욱 간호사 추모식이 열렸다. [사진=주현웅 기자]
서울아산병원에서 일하던 故박선욱 간호사 추모식이 열렸다. [사진=주현웅 기자]
서울아산병원에서 일하던 故박선욱 간호사 추모식이 열렸다. [사진=주현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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