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피스 ‘후쿠시마를 돌아보며:7년간 지속되고 있는 재난’ 보고서 발표
'일본 정부 강제 귀환 정책은 심각한 인권침해... 유엔 권고안 수용해야"

후쿠시마 사고 피난민인 칸노 미즈에씨가 후쿠시마현 나미에 지역의 피난구역인 쓰시마 거리를 걷는 모습. [출처= 그린피스]
후쿠시마 사고 피난민인 칸노 미즈에씨가 후쿠시마현 나미에 지역의 피난구역인 쓰시마 거리를 걷는 모습. [출처= 그린피스]

 

[그린포스트코리아] 2011년 3월 11일 사상 최악의 원전 사고가 발생한 후쿠시마 원전 인근의 방사성 오염이 다음 세기까지 지속될 정도로 여전히 심각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린피스는 지난해 9월과 10월 두 차례에 걸쳐 후쿠시마현 나미에와 이타테 지역에서 방사성 오염 물질을 조사한 결과, 방사능 오염 수준이 일반인의 연간 피폭 한계치보다 최대 100배가량 높게 나타날 정도로 심각한 조사 결과가 나왔다고 1일 밝혔다.

실제 그린피스 방사선 방호 전문가팀은 일본 정부가 지난해 3월 피난 지시를 해제한 후쿠시마현 나미에와 이타테 지역의 집과 숲, 도로, 논밭 등 4만8000여개 지점에서 공간 방사선량률을 측정해 이 같은 결과가 나왔다며 일본 정부가 수년간 진행한 제염(방사성 오염을 제거) 작업이 효과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출처= 그린피스]
[출처= 그린피스]

 

"매주 한차례 흉부 엑스레이를 찍는 상황과 같아"

제염작업이 완료된 이타테 지역의 경우 여섯 가구 중 네 가구에서 일본 정부의 장기 목표(0.23μsv/h) 보다 평균적으로 세 배에 달하는 방사선 수치가 측정됐다. 일부 지점에서는 심지어 2015년보다 더 높은 수준의 방사선이 측정됐는데, 그린피스는 이를 재오염의 결과로 추정했다.

나미에 피난구역 내 한 주택에서는 이 지역이 과거 제염작업의 시범지역이었음에도 평상시 연간 일반인 피폭 한계치인 1밀리시버트(mSv)를 크게 웃도는 7mSv까지 피폭될 수 있는 방사선이 측정됐다. 특히 피난지시가 해제된 나미에 지역 한 학교 인근 숲에서는 연간 10mSv의 방사선이 측정돼, 제염작업이 학생들의 피폭 위험을 크게 줄이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더해 나미에 지역 피난구역 내 한 지점에서는 최대 연간 101mSv까지 피폭될 수 있는 방사선이 측정됐다. 해당 지점에서 1년을 보낸다고 가정할 경우 평상시 일반인 한계치의 100배에 달하는 양으로 그린피스는 당장 이 지역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될 제염 작업 노동자들의 심각한 위험을 경고했다.

이번 조사팀을 이끈 그린피스 벨기에 사무소의 전문가 얀 반데푸트는 “현재 상황은 매주 한차례 흉부 엑스레이를 찍는 것과 같다”면서 “이는 용납할 수 없는 심각한 인권 침해”라고 오염지역에 돌아와 살고 있거나 살게 될 시민들을 걱정했다.

그린피스 방사선 전문가팀이 후쿠시마 사고로 인한 방사선 오염지역을 조사하고 있는 모습. [출처= 그린피스]
그린피스 방사선 전문가팀이 후쿠시마 사고로 인한 방사선 오염지역을 조사하고 있는 모습. [출처= 그린피스]

"강제 귀환 정책은 심각한 인권 침해"

그린피스는 일본 정부가 설정한 목표(연간 1mSv, 0.23μsv/h)가 현재 피난지시가 해제된 지역에서는 적어도 21세기 중반까지, 피난구역인 지역들은 22세기까지 달성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린피스는 “그런데도 일본 정부는 피난민 들에 대한 지원을 중단해 이들이 오염지역으로 귀환할 수밖에 없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기준 나미에와 이타테 지역 피난민의 귀환율은 각각 2.5%, 7%에 불과하다. 이에 일본 정부는 장기 방사선량률 목표를 높이기 위한 검토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유엔인권이사회(UNHRC)는 지난해 11일 일본에 대한 인권상황정기검토를 통해 후쿠시마 관련 총 네 개의 권고사항을 내놓았다. 이사회 회원국인 오스트리아, 포르투갈, 멕시코, 독일은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피난민들의 인권을 존중하고, 여성과 어린아이를 포함한 시민들의 방사선 피폭 위험을 줄이며 정부 지원을 받지 못하는 자발적 피난민들을 지원하기 위한 강력한 조처를 취할 것을 촉구했다. 독일은 일본이 연간 피폭 한계치를 현재 20mSv에서 사고 전 기준이었던 1mSv로 다시 변경할 것을 요구했다. 이 권고를 적용하게 되면 일본정부의 피난 지시 해제는 중단되게 된다. 일본 정부는 오는 16일까지 권고안에 대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

그린피스 일본사무소의 에너지 캠페이너 스즈키 카즈에는 “이번 조사 결과 사고지역으로 돌아가는 피난민들의 건강과 안전에 중대한 위험이 있다는 점이 증명됐다”며 “일본 정부는 피난민들을 강제 귀환시키는 것을 즉각 멈추고 인권을 보호하고, 유엔의 권고안을 완전히 수용·이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hktv1201@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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