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양 28마리, 설악산 케이블카 취소 소송 원고로 나선다
산양 28마리, 설악산 케이블카 취소 소송 원고로 나선다
  • 이병욱 기자
  • 승인 2018.02.21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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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권연구 변호사모임 PNR, '천연보호구역 문화재현상변경허가 취소소송' 제기
동물권연구단체 PNR은 21일 오후 서울 중구 환경재단 레이첼카슨홀에서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설치를 위한 국가지정문화재 현상변경허가 취소소송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PNR 공동대표인 서국화·박주연 변호사와 변호사, 박그림 '설악산국립공원 지키기 국민행동' 공동대표가 참석했다.
동물권연구단체 PNR은 21일 오후 서울 중구 환경재단 레이첼카슨홀에서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설치를 위한 국가지정문화재 현상변경허가 취소소송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PNR 공동대표인 서국화·박주연 변호사와 배영근 변호사, 박그림 '설악산국립공원 지키기 국민행동' 공동대표가 참석했다.

 

설악산에 살고 있는 산양들이 오색 케이블카 취소 소송의 원고로 나선다.

변호사들 모임인 동물권연구단체 PNR(공동대표 서국화·박주연)은 21일 오후 서울 중구 환경재단 레이첼카슨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문화재청의 설악산 천연보호구역 현상변경 허가처분으로 인해 생존에 큰 위협을 받는 산양 28마리를 원고로 하는 소송을 제기한다"고 밝혔다.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은 양양군 서면 오색리 466번지와 설악산 끝청 사이 길이 3.5㎞ 구간에 케이블카를 설치하는 사업이다. 

앞서 문화재청의 독립심의기구인 문화재위원회는 2016년 12월과 지난해 10월 강원 양양군이 설악산 오색 케이블카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신청한 문화재현상변경허가 안건을 두 차례 부결시킨 바 있다. 그러나 문화재청은 지난해 11월 24일 이같은 결정을 뒤집고 현상변경을 조건부 허가했다. 

이에 '설악산국립공원지키기국민행동'과 '케이블카반대설악권주민대책위' 등 시민소송인단은 지난 1월 10일 문화재청을 상대로 문화재현상변경허가 취소소송을 제기했다.

이와 별개로 이번에 PNR과 뜻을 같이한 10여명의 변호사들이 산양들과 함께 소송을 제기하는 것이다.

이미 해외에서는 자연물(동물)이 직접 원고가 되거나, 인간이 동물의 후견인 또는 대리인으로서 소송에 참여해 행정처분을 다툰 사례가 많다.

미국에서는 자연물을 원고로 소송을 제기하고 법원이 원고적격을 인정한 사례가 다수 있다. 또 재판부는 점박이올빼미, 그래엄산 붉은다람쥐 등이 원고인 재판에서 자연물에 대한 침해를 금지한 판례가 있다.

또 동물권 변호사인 스티븐 와이즈가 이끄는 '넌휴먼라이츠프로젝트'(NhRP·비인간권리협회)가 인간과 가장 비슷한 영장류인 침팬지가 동물원에 갇혀 있을 이유가 없다며 인신보호영장을 내달라는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지난 2015년 3월 13일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설치 장소 부근에서 발견된 산양.(사진 자연공원케이블카반대범국민대책위원회 제공)
지난 2015년 3월 13일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설치 장소 부근에서 발견된 산양.(사진 자연공원케이블카반대범국민대책위원회 제공)

일본은 1999년 홋카이도 국립공원 인근 주민들과 환경단체가 터널공사를 저지하기 위해 국립공원에 서식하는 토끼를 원고로 소송을 제기해 승소했다.

반면, 그동안 우리나라 법원은 명문 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동물을 포함한 자연물은 소송상 당사자능력이 없다고 판단했다. 

국내에서 동물이 원고로 참여해 제기된 소송은 1998년 낙동강 재두루미 사건과 2003년 천성산 도롱뇽 사건, 2007년 충주 쇠꼬지 황금박쥐 사건, 2010년 금강 하구 검은머리물떼새 사건 등 4차례 정도 있었지만 모두 소송당사자로 인정받지는 못했다.

산양은 문화재보호법이 정한 멸종위기 야생동물 Ⅰ급이다. 또한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식물종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CITES) 부속서Ⅰ에 등재돼 있고,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의 적색목록(Red List)에 취약종(vu)으로 등록되어 국제적으로 보호받고 있다.

행동반경이 1㎢ 내외로 매우 좁은 특성 때문에 서식지에 케이블카가 설치·운행되면 소음과 진동, 서식환경 변화로 인해 멸종위기에 놓일 수밖에 없다.

박주연 PNR 대표는 "이번 소송은 기존의 인간 중심적 사고에서 나아가 위 처분으로 인한 산양의 고유한 이익의 침해를 중점적으로 다루고, 단순히 자연물이 보호의 객체가 아닌 '권리'의 주체임을 인정받는 기회가 되며, 지나치게 좁은 '원고적격' 해석의 저변을 넓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시작했다"고 밝혔다.

박 대표는 이어 "직접 소송을 수행할 수 없는 원고 산양들을 위해 지난 26년간 설악산과 산양 등 야생생물 보호활동을 해온 박그림 '설악산국립공원 지키기 국민행동' 공동대표가 후견인으로, 생태학자 김산하 박사와 PNR이 소송의 원고로 함께 참여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소송에서 산양들의 후견인으로 참여한다는 박그림 대표는 이날 산양의 입장에서 의견을 밝혔다. 그는 "그 땅은 우리들의 땅이고 사람들이 살기 전부터 대대로 새끼를 낳아 기르고 대를 이어온 땅인데, 이제 자본의 폭력으로 얼룩지려한다"면서 "우리가 바라는 것은 우리가 살아온 자리, 내 땅에서 내 삶을 살아가는 것이다. 생명을 가진 모든 존재에게 권리가 있듯 우리에게도 마음 놓고 살아갈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