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지시사항 담긴 '경인 아라뱃길 사업 국고지원 문건' 등도 포함

[출처= 국가기록원]
[출처= 국가기록원]

 

[그린포스트코리아] 한국수자원공사가 4대강 사업과 관련한 주요 기록물 원본까지 불법 파기하려 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대외주의’가 표시된 대통령(VIP) 지시사항이 담긴 보고서도 파기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드러났다.

행정안전부 국가기록원은 수자원공사의 기록물 파기와 관련한 현장 점검 결과, 수자원공사가 일부 원본기록물을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파기하려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12일 밝혔다. 이번 점검은 지난달 18일 한 용역업체 직원이 수자원공사가 기록물을 폐기업체로 반출해 파기하려 한다는 내용을 제보해 진행됐다.

당시 수자원공사는 조직개편 및 정기인사로 사무실에 쌓여 있던 자료라고 밝혔으나 국가기록원은 원본으로 추정되는 407건의 기록물을 선별해 원본기록물 여부와 기록물 폐기 절차 등을 점검했다. 조사 결과 기록물 407건 중 302건은 원본 기록물로, 공공기록물법에 따라 기록물관리를 해야 하는 자료로 드러났다. 하지만 수자원공사는 개인 PC에 파일을 보관하는 등 기록물을 등록하지 않고 기록물 평가심의 절차도 없이 파기대상에 포함시킨 것으로 밝혀졌다.

수자원공사가 반출하려다 국가기록원에 의해 회수된 기록물 302건에는 4대강 문건과 경인 아라뱃길사업 관련 문건 등이 다수 포함됐다. 구체적으로 ‘소수력발전소 특별점검 조치결과 제출’ ‘해수담수화 타당서조사 및 중장기 개발계획 수립’ 같은 내부 수기결제를 받은 문건을 기록물로 등록·관리하지 않고 파기 대상에 포함시켰다.

또 ‘4대강 생태하천조성사업 우선 시행방안 검토요청’ 등 수기결제를 받은 업무문서나 ‘수문 수치해석 검증을 위한 워크샵 자문서’, 당시 국토해양부 4대강 살리기 추진본부에서 송부한 기록물 등도 파기 대상에 포함됐다.

특히 수기결재는 없으나 ‘경인 아라뱃길 사업 국고지원’ 보고서에는 ‘대외주의’가 표시됐고, VIP 지시사항도 들어 있었다. 이 문서에는 당초 3289억원의 국고보조금을 1958억원 늘려도 1조원 이상의 손실이 발생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아울러 표지에 ‘Vice 보고용’이라고 표기돼 경영진에 보고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기록물도 있었다.

국가기록원은 이와 함께 수자원공사가 지난달 9일 국무회의에서 기록물 무단파기 시도가 보고되고, 언론 등에 대대적으로 보도된 직후에도 9일부터 18일까지 총 5차례에 걸쳐 기록물 반출 및 파기가 반복적으로 이뤄졌다고 지적했다. 이에 더해 수자원공사는 1~4차에 걸쳐 이미 16톤 분량의 기록물 등을 폐기목록이나 심의절차 없이 파기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국가기록원은 한국수자원공사에 철저한 생산 및 등록을 위한 기록물관리 권고사항을 통보하고, 국토교통부, 경찰청 등 관계기관에 한국수자원공사의 기록물 파기 관련 확인 자료를 제공할 방침이다.

수자원공사는 국가기록원의 이날 발표에 대해 “절차상의 문제점을 겸허히 수용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수자원공사는 해당 자료는 장기 보존가치나 중요도가 낮아 기록물로 분류하지 않고 일반자료로 분류해 개인 PC등으로 관리했다는 기존 주장을 이어가기도 했다.

4대강 관련 자료에 대해 수자원공사는 “주요 정책결정 및 공사현황 등의 민감한 사항이 아닌 조경, 소수력 공사 등 주요 공정외의 현황 파악을 위한 업무 연락자료가 대부분”이라고 해명했다. 이학수 수자원공사 사장은 “철저하지 못한 기록물 관리로 많은 국민을 걱정하게 해 깊이 사과한다”며 “향후 재발 방지에 각고의 노력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hk1201@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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