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중구난방'식 가상화폐 발언에 '투자자' 불만 '최고조'
정부의 '중구난방'식 가상화폐 발언에 '투자자' 불만 '최고조'
  • 신새아 기자
  • 승인 2018.01.22 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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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흘 만에 가상화폐 시총 반토막
하락장과 맞물려 투자자 불만 급증
책임자 발언 신중해야…
[출처=goog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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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포스트코리아 신새아 기자] 2018년 현재 "스팸 메일과 바이러스 등 폐해가 우려돼 인터넷 사용을 중지한다"라고 주장한다면 '정신이상자' 취급을 받을 것이다. 그러나 인터넷 초창기 시절인 1980년대 초 이와 같은 주장은 있었다. 현재 가상화폐 시장을 인터넷 초창기와 비교하는 이유다.

한국블록체인협회 김진화 공동대표는 JTBC 가상화폐 토론회에서 "블록체인의 현재는 인터넷의 초창기와 비교할 수 있다"라며, "블록체인 기술이 활용된 첫 번째 사례가 비트코인일 뿐이며, 2세대, 3세대 가상화폐로 발전하고 있다"라며 발전가능성이 무궁무진한 기술에 투자하는 국민을 투기꾼으로 매도하는 정부의 방식은 적절치 않다는 입장을 제시했다.

비트코인, 이더리움, 리플, 퀀텀, 비트코인캐시, 이더리움클래식, 아이오타, 에이다 등 전세계 거래소에서 거래 중인 가상화폐의 종류만 1400가지에 달한다.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가상화폐에 대한 관심이 폭증하면서 11월에서 12월 중순까지 각 코인의 시가총액이 적게는 2배에서 크게는 10배 이상 급증했다. 같은 기간 비트코인은 3배 이상 상승했다.


2017년 12월 28일 금융위, 가상화폐 특별대책 발표

가상화폐 시장은 12월 20일 경까지 상승랠리를 이어가다가 크리스마스 시즌 하락이 시작되며 큰 폭의 조정을 겪었다. 그 와중에 정부는 가상화폐 특별대책을 발표했다. 

정부는 가상통화 실명제를 차질 없이 추진하는 한편, 시세조작, 자금세탁, 탈세 등 거래 관련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검찰, 경찰, 금융당국의 합동조사를 통해 엄정 대처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당시 발표의 주요 내용은 △가상통화 거래 실명제 실시 △가상통화 관련 범죄 집중단속 및 엄중 처벌 △가상통화 온라인 광고 등 규제 강화 △가상통화 거래소 폐쇄 등 모든 방안 검토 등이 포함돼 있었다.
 

12월 28일 금융위는 거래실명제를 골자로 특별대책을 발표했다. [이미지=그린포스트코리아 황인솔 기자]
12월 28일 금융위는 거래실명제를 골자로 특별대책을 발표했다


1월 8일 최종구 금융위원장, "가상화폐 금융상품 아니다"

지난 8일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브리핑을 통해 "가상화폐는 금융상품이 아니며, 거래소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직접 조사할 것"이라며 강력한 입장을 피력한 바 있다. 

거래소의 빈번한 접속중단 사태를 놓고 '자작극으로 의심될 정도'라며 잘잘못을 가릴 것임을 경고했다. 최 위원장의 강력한 발언과 거래소 조사 발언의 파장은 고스란히 투자자에게 돌아갔다. 

조정을 마치고 상승을 시작하던 가상화폐 시세는 최 위원장의 발언 이후 상승세가 꺾이며, 하루만에 10%가 하락했다.  


1월 11일 박상기 법무부장관, "거래소 폐쇄할 수 있다"…청와대, "확정된 바 없다"

과천 법무부 청사에서 가진 1월 11일 열린 법무부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거래소를 통한 가상화폐 거래를 금지하는 법안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이 발언이 보도된 후 비트코인 시세는 2000만원후반에서 1700만원대까지 20% 가량 급락했다. 20%가 날아가는 데 걸린 시간은 불과 2시간 30분, 빗썸 기준으로 오후 12시에 2073만원이었던 비트코인 가격은 오후 2시30분 1790만원 밑으로 거래됐다. 

이후 청와대에서 "거래소 폐쇄는 법무부의 제시안 중 하나일 뿐 확정된 바 없다"고 발표하며 진화에 나섰지만, 이미 투자자는 큰 손실을 본 후였다. 또한 청와대 발표 후에도 박 장관은 "거래소 폐쇄 법안을 상정해야 한다"라는 입장을 밝히며, 콘트롤 타워 없이 제멋대로 움직이는 모습을 보였다.


1월 12일 김동연 경제부총리, "부처간 협의가 더 필요하다"…1월 16일, "거래소 폐쇄, 살아있는 옵션"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12일 법무부가 주장한 가상화폐 거래소 폐쇄와 관련해 "아직 조금 더 부처간 협의가 필요한 사안"이라며 거리를 뒀다. 엇갈린 정부발 소식이 전해질 때마다 가상화폐 시세는 급등락을 반복하며 투자자의 불안감은 높아만 갔다.

이와 같은 발언 이후 4일만에 김 부총리는 한 라디오 프로그램과의 인터뷰에서 "가상화폐 거래소 폐쇄는 여전히 살아있는 옵션"이라고 언급하면서 또 다시 파장을 불러왔다. 

김 부총리는 "어느 한 대목만 떼서 보지말고 전체 맥락을 봐야 한다"며 "가상화폐 거래에 대한 합리적 규제를 만들 것이며, 가상화폐와 별개로 4차 산업혁명의 기반 기술인 블록체인 발전을 고려할 것"이라고 발표하며 진화에 나섰지만 16일 하루동안 비트코인 가격은 300만원 이상 떨어졌다.

시장 악화에 여론까지 최악이 되자 이번에는 국무총리가 나섰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부처마다 의견이 다른 게 정상"이라며 수습에 나섰지만 부처간 혼선과 정부에 대한 불신은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은 16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부처 간 협의와 입장조율이 완성되기 이전에 각 부처의 입장만 단편적으로 공개되면서 국민들이 혼란을 겪고 있다. 정부부처 간 엇박자나 혼선으로 비춰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빗썸 비트코인 시세 변화_1월 8일~18일 [출처=빗썸]
빗썸 비트코인 시세 변화_1월 8일~18일 [출처=빗썸]


검은 수요일, '불에 기름 부은' 정부…투자자 불만 '최고조' 

가상화폐 시장이 하락장을 겪는 상황에서 김상조 공정위원장은 "경제학자 입장에서 가상화폐 거래는 마치 '내로남불' 같다"며 "투자에 대한 규제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입장을 발표했다.

이 날은 국내뿐만 아니라 중국발 체굴 금지 루머, 동남아발 규제 방침 발표와 더불어 세계 각국에서 가상화폐에 대한 우려를 쏟아내며, 30% 이상 급락하며 투자자를 패닉에 빠뜨린 날이다.

이낙연 총리는 "정부가 가상화폐를 규제하려는 의도는 선의의 피해자 방지가 필요하기 때문"이라며 입장을 밝히며 "거래소 폐쇄, 유지에 대한 의견이 결정된 것은 아니지만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엄정히 처벌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세 급락의 피해는 고스란히 투자자에게 전해지며, 불만은 정부에 집중됐다. 손실을 입은 투자자들은 "대통령을 잘못 뽑았다", "정부가 가만히 놔뒀으면 좋겠다", "이게 모두 정부 탓", "선거로 심판하자", "전문가도 없으면서 어떻게 정책을 만든다는 것인지" 등의 의견을 쏟아내며 정부를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거래소 폐쇄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강력한 의사를 피력했던 법무부가 청와대의 발언과 여론 악화에 한 발 물러섰다. 법무부는 "타 부처와 현 상황을 조율해 결정할 것이며, 아직 확정된 바 없다"고 발표했다. 

18일 법무부 관계자는 "가상거래소 폐쇄는 법무부가 제시한 방안 중 하나이며, 타 부처와 조율해 원만히 해결할 것"이라는 뜻을 전했다.
 

비트코인 시가총액 변화 [출처=코인마켓캡]
12월~현재 비트코인 시가총액 변화 [출처=코인마켓캡]


12월 28일 가상화폐 특별대책 발표 후 한 달…늘어난 건 '불신'

정부가 발표한 가상화폐 특별대책에는 이미 가장 큰 이슈가 됐던 가상통화 거래소 폐쇄에 대한 언급이 있었으며, 그 외에도 1월 중 언급됐던 내용들을 다수 포함하고 있다.

즉, 특별대책 이후 큰 틀에서 정책이 변하지 않았다. 그러나 각 부처 수장들의 신중하지 못한 '언행'은 투자 심리를 위축시켰고, 글로벌 악재와 맞물려 투자자의 '불신'만 높였다는 지적이다.

전통적으로 1월엔 가상화폐 시장이 하락해왔다. 과거와 달라진 점은 정부가 개입하면서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이다. 시장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선 적절한 규제와 통제는 반드시 필요하다. 소득에 대한 과세 역시 충분한 논의의 대상이다.

그러나 투자자를 투기꾼 취급하고, 신중하지 못한 처신으로 시장에 개입하는 모양새를 보일수록 '정부에 대한 음모론'과 '불신'이 늘어날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화폐시장 관계자는 정부가 의도적으로 시장을 흔드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한다. 또한 투자자가 손실의 책임을 고스란히 정부에 돌리기도 한다. 

부처 수장이 부처의 대표 의견을 발표할 수도 있다. 그러나 정부에서 조율 중인 사항을 시장에 퍼뜨려 불안감을 조장한 점, 의견 발표로 손실을 입을 수 있는 투자자를 배려하지 못한 점에 대해서는 비난을 피할 수는 없을 것이다.
 

신한은행 해지 운동 전개 [이미지=그린포스트코리아 황인솔 기자]
신한은행 해지 운동 전개 [이미지=그린포스트코리아 황인솔 기자]

신한은행이 가상화폐 거래용 가상화폐 발급 중단을 선언하자 투자자들은 신한해지 운동을 전개하기도 했다. 이와 같은 투자자의 행동이 다음에는 정부를 향할 수도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saeah53@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