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우제라도 지내야 할 판
기획단계에서 누구도 상황 예측 못해…강풍 영향으로 피해 커져

송파 인근에 종이 눈꽃이 흐트러져 있다. [출처=트위터]
송파 인근에 종이 눈꽃이 흐트러져 있다. [출처=트위터]

 

[그린포스트코리아 조규희 기자] 롯데물산이 '비'를 기다리는 신세가 됐다. 

지난 1일 자정 2018년을 맞아 롯데월드타워는 '서울, 2018 새해 카운트다운'이라는 행사를 진행했다. 1만3천여발의 불꽃이 555초(타워의 높이인 555m를 상징) 동안 발사됐고, 레이저 조명이 하늘을 수놓았다.

여기까지는 아무 문제가 없었다. 지역주민과 관광객 등 행사를 관람한 사람들은 멋진 순간을 기록하기 위해 연신 스마트폰을 눌러댔다. 

무난하게 잘 끝날 것 같던 행사의 하이라이트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타워 23층과 50층에서 2.5톤 분량의 종이 눈꽃을 뿌리는 퍼포먼스를 진행했는데 예상치 못한 강풍에 눈꽃이 여기저기로 흩날린 것. 장관이 연출됐지만 이를 처리해야 하는 롯데물산은 당황했다. 

롯데물산 관계자는 "전문 청소인력 100명, 직원과 보안인력을 포함한 200명 등 총 300명이 행사 후 정리에 동원됐으나 예상치 못한 강풍으로 종이 눈꽃이 광범위하게 퍼져 모두 수거할 수 없었다"며, "현재 롯데물산뿐만 아니라 서울시, 송파구청 소속 미화원들도 동원돼 최선을 다해 수거하고 있다"라고 현재 상황을 설명했다.
 

롯데물산은 홈페이지에 공식 사과문을 게재했다. [출처=롯데물산]
롯데물산은 홈페이지에 공식 사과문을 게재했다. [출처=롯데물산]

 

롯데물산은 롯데월드타워 홈페이지를 통해 이번 사태로 피해를 입은 주민들에게 정식으로 사과의 뜻을 전했다.  

롯데물산은 홈페이지에 "행사에 사용된 종이때문에 불편을 끼쳐드린 점 사과한다. 인원과 장비를 투입해 눈꽃 제거 작업을 하고 있으나 아직 미흡한 지역이 많다. 최대한 빨리 눈꽃을 제거해 주민의 불편을 최소화하겠다. 청소지역이 광범위해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점 양해 바라며, 향후 더욱 세밀하고 면밀히 행사를 검토해 이와 같은 일이 두 번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라는 내용의 사과문을 게시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이번에 사용된 종이 눈꽃이 친환경 제품으로 제작됐다는 점이다. 행사 관계자는 "종이 눈꽃은 친환경 제품으로 인체에 전혀 무해하며, 물에 녹는 재질"이라며, 가뭄의 단비를 기다리듯 은근히 비가 내리기를 바랐다. 그러나 기상청의 예보에 따르면 빨라야 1월 8일에 서울지역에 눈이 내릴 것으로 보인다. 그때까지는 마치 강원도의 '눈'처럼 '종이 눈꽃'이 골칫거리로 남아있을 가능성이 크다. 

송파구 관계자는 "롯데나 송파구 모두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 발생한 점에 대해 유감스럽다"고 전하고, "주민을 위해 기획한 행사가 오히려 주민 불편의 원인이 됐는 점이 애석하다"라며, "그러나 롯데와 송파구는 지금과 같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할 것이며, 주민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다방면에서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송파구는 롯데에 이번 일의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한편, 이번 사태로 가락동과 마천동 일대가 큰 혼잡을 겪었으며, 일부 종이는 강풍을 타고 하남까지도 날아간 것으로 확인됐다.

khcho@eco-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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