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서부지법 민사합의11부, 상속 유류분 청구 기각
혼외자 A씨, 상속자 지위 유지 위해 30억대 채무 상속 

고 이맹희 회장 장례식 사진 [출처=그린포스트코리아 DB]
고 이맹희 회장 장례식 사진 [출처=그린포스트코리아 DB]

 

[그린포스트코리아 조규희 기자] CJ 가문에서 벌어진 상속 다툼에서 법원이 CJ 이재현 회장 일가의 손을 들어줬다.

서울서부지법 민사합의11부(재판장 신헌석)는 지난 21일 故이병철 삼성 창업주의 장남인 故이맹희 CJ그룹 명예회장의 혼외자 A씨가 낸 '유류분 반환 청구 소송'에 대해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고 판결했다. 2년여에 걸친 소송에서 이재현 일가의 손을 들어준 것.
 
이재현 CJ그룹 회장과 A씨는 이복 형제 사이다. A씨는 1964년 이 명예회장이 여배우와 동거하던 시절, 둘 사이에서 태어났으나 호적에는 이름을 올리지 않았고 재벌과는 무관한 삶을 살아왔다. 

A씨가 이 명예회장의 친자라는 사실이 밝혀진 것은 2006년. 2004년 A씨는 이 명예회장을 상대로 친자 확인 소송을 냈고, DNA 검사 결과 대법원은 2006년 A씨를 이 명예회장의 친자로 인정하는 판결을 냈다.

친자로 인정된 A씨는 지난 2015년 이재현 회장을 포함한 삼남매와 이 명예회장의 부인인 속복남 고문에게 2억여원을 청구하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A씨는 삼성 이병철 창업주의 차명재산이 이맹희 명예회장을 거쳐 이재현 회장에 전달됐다는 점을 들어 이 명예회장 혼외자인 자신도 상속의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차명주식의 현재가치가 2조5000억원에 달한다며, 그 중 자신이 청구할 수 있는 유류분(법정상속인에 보장된 최소 상속분)인 11분의 1을 지급할 것을 요구했다. 이번 소송은 그 중 2억여원에 대한 부분이다.

A씨의 주장에 대해 CJ는 "창업주의 실명 재산이 이 명예회장이 아닌 손 고문에 상속돼 있어 A씨와 무관하다"며, "차명재산은 A씨가 입증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A씨는 "이병철 창업주가 재산 상속에 대한 유언장을 명확히 작성하지 않았으므로 상속은 아들 이맹희 명예회장에게 됐다. 이 재산이 이재현 회장에게 증여된 것"이라고 재반박하며 공방이 이뤄졌다.

그러나 21일 법원은 A씨의 청구를 기각함으로써 CJ가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게 됐다. 

A씨는 이번 선고결과와 상관 없이 30억원의 빚을 해결해야 하는 당면 과제에 직면해있다. 이 명예회장이 사망할 당시 남긴 자산은 6억4000만원, 채무는 183억원이었다. 채무는 2012년 동생인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과의 4조원대 상속 소송에 패소하면서 생겼다. 

이재현 일가는 한정 상속 승인(상속받은 자산 범위 내에서 빚을 갚는 것)을 받아 빚이 사라졌지만, A씨는 유류분 소송을 재기하는 과정에서 상속인 자격을 유지해야 했기 때문에 자산 1억여원과 채무 32억여원을 그대로 상속받았다. 즉, 31억여원의 채무가 생긴 것. 일반적으로 채무가 자산보다 클 경우 민법 제1019조에 따라 사망 인지 후 3개월 이내에 상속을 포기할 수 있다. 

이제 고작 1심이 끝났을 뿐이지만 여러 상황을 종합해볼 때 본 소송이 A씨보다는 CJ일가에 유리하게 흘러가는 분위기다. 

khcho@eco-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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