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랜드 [출처=강원랜드]
강원랜드 [출처=강원랜드]

 

[그린포스트코리아 조규희 기자] "모두가 웃을 수 있는 행복한나라. 즐거운 상상과 추억이 가득한 곳. 강원랜드에서 당당한 인재를 기다립니다" 강원랜드(대표 함승희) 홈페이지에 게재된 인재상이다. 강원도 취준생에게 '신의 직장'으로 평가받던 강원랜드. 강원랜드의 채용비리 소식에 취준생들의 분노와 한숨은 깊어만 간다.

2014년 취임한 함승희 강원랜드 대표는 자체 감사를 통해 채용 비리 사실을 확인하고, 2016년 2월 춘천지검에 수사를 의뢰했다. 2012년과 2013년에 뽑은 신입사원 518명 중 95%인 493명이 '실력'이 아닌 '다른 무엇인가'로 입사했다는 충격적 사실이 밝혀졌다.

지난 7월부터 강원랜드 채용비리 수사를 벌여온 검찰이 20일 중간결과를 발표했다. 검찰에 따르면 청탁을 받은 이들은 조작과 강압을 서슴지 않았고, 취업을 빌미로 뒷돈을 챙긴 사실도 확인됐다. 

조직적, 다양한 방법으로 억지 채용

강원랜드 비리는 검찰이 구분한 인사·채용 비리 유형 중 '지인 청탁형', '낙하산 맞춤형', '금품 수수형'에 모두 해당했다. 원하는 구직자를 취업시키기 위해 얼마나 조직적이며, 다양한 방법이 동원됐는지를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2013년 1월 '강원랜드 하이원 교육생 2차 채용'에서 면접결과에 따라 176명을 선발하기로 했으나, 노조위원장이 청탁한 1명과 염동열 자유한국당 의원실에서 청탁한 21명의 면접점수를 조작해 198명을 최종 합격시켰다. 이 과정에서 인사팀장이 난색을 표하자 염동열 의원의 지역보좌관인 박모씨가 "두고보자"며 협박하기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같은 해 12월에는 권성동 자유한국당 의원 비서관인 김모씨로부터 이력서와 함께 자신에 대한 채용을 청탁받았다. 이에 강원랜드는 실무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강원랜드 수질·환경분야 전문가' 채용계획을 수립하고, 청탁자가 보유한 자격증을 지원 필수 조건으로 포함시켜 특정인이 합격할 수 있도록 계획을 수립해 채용했다.

청탁을 통해 강원랜드에 채용된 지원자나 부모들은 합격의 대가로 1100만원에서 2000만원에 달하는 금품을 제공한 사실도 확인됐다.

춘천지검은 19일 강원랜드 채용비리 혐의로 최흥집 전 강원랜드 대표와 염 의원 지역보좌관인 박모씨 등 2명을 업무방해 및 강요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하는 등 6명을 재판에 넘겼다. 최 전 대표는 구속이 부당하다며 구속적부심을 청구했으나 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강원랜드 채용비리의 중심인 최 전 대표의 구속이 결정됐지만 파장이 여기서 끝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청탁의 윗선에 정치인들이 언급되고 있기 때문이다.

김모 전 자유한국당 강원도당 부위원장은 2013년 1월 초등학교 동창으로부터 아들 취업 청탁을 받고 이를 염 의원실에 전달한 뒤 채용의 대가로 2000만원의 빚을 탕감받았다. 지역원로 중 한 명도 지인에게 2000만원을 받고 강원랜드 관계자에게 취업청탁을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염 의원에 대해서도 검찰의 추가 수사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염 의원은 본 의혹에 대해 "보좌관이 혼자 벌인 일이며, 나와는 무관하다"라고 주장하고 있어 사실관계 확인을 위한 진실게임이 될 공산이 크다.

한편, 검찰은 공공기관뿐만 아니라 공공성이 강한 민간 부문에 대해서도 지속적으로 채용비리 단속을 벌여 엄정히 처리할 것이며, 채용비리 수사과정에서 확인된 문제점을 개선해 반칙과 특권에 의한 채용을 근절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내 유일의 내국인 카지노라는 독점적 지위를 바탕으로 연봉은 물론 복리후생도 대기업에 버금간다고 평가받던 강원랜드. 그러나 '실력'으로 취업이 불가능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입사를 준비했던 취준생은 허탈함과 공허함에 잠 못 이루고 있다. '실력'과 '인성'은 '돈'과 '빽' 앞에서 뒷전으로 밀렸다.

'모두가 웃을 수 있는 행복한나라. 즐거운 상상과 추억이 가득한 곳 강원랜드'에서 기다리던 당당한 인재의 기준이 더 이상 '돈'과 '빽'이 돼서는 안 될 것이다.

khcho@eco-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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