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제이씨-오엔씨, "현대차가 자사 핵심 기술 탈취해 파산 직면"
현대차, "기술탈취는 사실이 아냐, 정상적 계약 종료"
국회'중소기업 기술탈취 근절 간담회'가 개최…법률 개정 논의

[그린포스트코리아 조규희 기자] 지난 5일 비제이씨와 오엔씨엔지니어링 등 2곳의 중소기업이 기자회견을 열고 현대자동차가 자사 기술을 탈취해 파산에 직면했다며, 정부가 억울함을 해소해줄 것을 호소했다. 이들 업체는 이미 지난달 27일 청와대 국민청원에 '기술탈취 피해기업이 대기업을 상대로 7년간 소송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수사기관이 조사하게 해주십시오'라는 제목의 청원을 게시한 바 있다.
 

현대차를 상대로 제기한 국민청원 [출처=청와대 홈페이지]
현대차를 상대로 제기한 국민청원 [출처=청와대 홈페이지]

 

생물정화기술업체인 비제이씨는 2004년부터 현대차의 협력업체였으나, 2년 전 계약이 해지됐다. 비제이씨의 주장에 따르면 현대차가 8차례에 걸쳐 정화기술 관련 자료를 요구한 뒤 기술자료와 미생물 분석 결과 등을 토대로 유사기술을 만든 후 계약을 해지했다는 것. 비제이씨 최용설 대표는 "계약을 해지당해 매출이 전무한데, 현대차가 우리 특허를 모방한 새로운 특허를 등록해 대법원 결정 이전에는 일을 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며 푸념했다.

비제이씨는 2004년부터 자체 개발 특허기술인 '미생물'로 현대차 설비에서 발생하는 독성유기화합물 처리 업무를 해왔다. 최 대표는 "현대차가 비제이씨의 특허기술인 미생물 3종, 6병을 훔쳐 산학협력 계약이 체결된 경북대에 보냈고, 직원 중 한 명은 자신의 경북대 석사 논문에 우리 회사 자료를 이용하기도 했다"라고 주장했다.

지난해 4월 현대차와 경북대의 공동 특허를 상대로 비제이씨가 특허무효 심판 소송을 제기했다. 특허심판원은 지난달 21일 해당 특허가 무효라고 결정한 바 있지만, 현대차는 재심을 청구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지난해 7월에는 '중소기업 기술분쟁 조정·중재위원회'에서 비제이씨의 손을 들며, 현대차에 3억원을 배상하라는 중재안을 제시했지만 현대차는 이 또한 거부했다.

최 대표는 "기술을 탈취당한 중소기업은 재기의 기회조차 상실된다"라며 "열악한 중소기업이 피해사실을 입증하기는 너무 어려운 일이다. 공정위와 수사기관이 기술탈취 사건에 대한 수사에 나서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현대차의 기술탈취 피해를 주장하는 또 다른 중소업체는 기계 및 부품 제조업체인 오엔씨엔지니어링이다. 오엔씨엔지니어링은 프레스 설비 사고를 막아주는 자사의 최신 기술을 현대차가 탈취했다고 주장했다. 오엔씨엔지니어링 박재국 대표는 "6년 동안 두 번에 걸쳐 기술탈취를 당했다"라며, "이 때문에 회사는 파산에 직면했고, 해외 판로도 막혔다"고 하소연했다.

박 대표는 2010년 3월 현대차가 프레스 설비 부품 개발을 요청해 2011년 5월에 관련 부품 개발을 완료해 제품 2세트를 현대차에 무료로 공급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후 현대차가 다른 제조업체로부터 오엔씨가 개발한 제품과 같은 제품을 납품받아 울산공장에 설치했다고 주장했다. 오엔씨는 2014년에도 현대차의 기술탈취가 이어졌다고 주장했다. 박 대표는 "2014년 오엔씨가 현대차에 제공한 설비 관련 기술과 제품을 현대차가 외국기업인 SKF에 유출해 SKF가 현대차에 동일 제품을 납품하게 됐다"라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출처=현대차 홈페이지]
[출처=현대차 홈페이지]

 

현대차 입장 발표…양사 주장 사실 무근

양사의 주장에 대해 현대차는 반박자료를 내고 기술탈취는 사실이 아니며, 정상적으로 계약이 종료된 것이라며 반박했다. 중소기업분쟁조정위 권고 역시 조정이 성립되지 않아 종결된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현대차는 '현대차가 2013년 11월부터 5개월에 걸쳐 여덟 차례 자료를 요구했다'는 비제이씨의 주장에 대해 "기존 특허는 공동특허였기 때문에 기술자료를 요청할 필요가 없었다. 이후 비제이씨에서 현대차에 따라 제출했다고 주장하는 자료는 비제이씨가 신규로 수입한 미생물제의 제품 설명자료 및 기존에 공급하고 있던 화학약품 설명서였을 뿐이다. 설명자료와 설명서는 제조사와 수입사 홈페이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수준의 정보였다. 또한 비제이씨의 신규 미생물제는 악취 제거에 효과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라고 설명했다.

'미생물 3종, 6병을 훔쳐서 산학협력 계약을 체결한 경북대에 보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현대차가 해당 미생물을 훔쳤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 물건이 납품되면서 해당 제품 검수를 위해 샘플을 제공받은 것이 전부"라며, "해당 샘플은 제품 검수 및 분석을 위해 경북대에 전달됐고, 이는 이미 소송 과정에서 밝힌 바 있다"라고 해명했다.

'현대차가 탈취한 자료를 경북대에 넘겨 유사기술을 만들어 특허로 출원한 뒤 비제이씨와의 계약을 해지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탈취한 자료는 전혀 없다. 현대차는 경북대와 특허 출원한 제품을 활용해 미생물제를 납품할 업체 선정을 위한 공개경쟁입찰을 진행했다. 비제이씨도 참가했는데 최고가로 응찰해 납품업체로 타 업체가 선정됐을 뿐"이라고 전했다.

이밖에 중소기업분쟁조정위가 3억원 조정안을 권고한 건 사실이지만, 조정부 스스로 양측이 제출한 서면을 충분히 파악하고 판단할 시간이 없었음을 인정하는 등 객관성과 정확성이 담보되지 않아 해당 절차는 조정 불성립으로 종결됐으며, 같은 해 12월 공정위는 해당 건에 대해 무혐의 결정을 내린 바 있다고 설명했다.

오엔씨 주장에 대해서도 반박이 이어졌다. '오엔씨가 개발한 프레스 설비 부품 2세트를 현대차에 무료 공급한 후 현대차가 다른 제조업체로부터 납품받아 울산공장에 설치했다는 주장'에 대해 "오엔씨가 공급한 BLIS사 볼스크류 2세트를 테스트한 뒤 구매의사를 밝혔으나, 오엔씨가 협력사 등록없이 납품하지 않겠다고 해서 BLIS사 볼스크류를 공정에 적용하지 못했다. 2년 후 다른 납품업체로부터 납품받아 사용하고 있다. BLIS사의 볼스크류는 오엔씨뿐만 아니라 다양한 수입 업체에서 취급하는 품목이다"라고 밝혔다.

'로봇 설비 관련 기술 및 제품 유출 의혹'에 대해서도 "오엔씨가 SKF사에서 납품한 TM스크류와 셀프락 기능 및 보쉬사 제품의 윤활유 주유구가 자사가 설명회에 제공했던 자료를 유출해 적용됐다고 주장하며, 기술분쟁조정위원회에 조정을 의뢰한 바 있다. 그러나 오엔씨가 핵심기술이라고 주장하는 셀프락 기능은 TM 스크류 자체의 고유한 기능으로 TM 스크류는 이미 표준화, 상용화돼 있어 누구나 사용할 수 있다. 단순히 TM 스크류가 적용됐다는 이유만으로 현대차가 오엔씨 자료를 유출했다고 주장하는 것은 부당하다. 현대차는 오엔씨 제품설명회에서 제시된 어떤 자료도 SKF사에 제공한 사실이 없으며, 오엔씨 또한 주장외 어떤 증거자료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라고 반박했다.

비제이씨와 오엔씨는 6일 '현대차 반박자료에 기재된 허위사실에 유감'이라는 입장문을 통해 현대차의 반박자료는 새로운 것이 없고 이미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를 통해 확인된 주장을 재사용했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법 개정 통해 중소기업 기술탈취 근절할 수 있을까?

현대차와 두 중소기업 간 진실공방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6일 국회에서는 대·중소기업 간 기술탈취 근절을 위한 제도 개선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중소기업 기술탈취 근절 간담회'가 개최됐다. 

본 간담회는 대기업에 의한 중소기업 기술탈취 문제가 지속적으로 발생함에 따라 사전방지 및 사후구제 강화를 위한 관련 법률 개정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간담회에서는 중소기업 핵심기술 유출로 분쟁이 발생할 경우 피해사실 입증과 소송비때문에 중소기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기술개발과 판로개척에는 적극적인 반면 기술 보호에는 무심하다고 지적됐다. 발제자로 나선 손승우 단국대 교수는 "피해기업이 제일 어려워하는 부분이 입증 부분"이라고 지적하고, "이를 지원하기 위해 중소벤처기업부에 조사권과 시정권고 권한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중소기업 기술탈취 근절 간담회 [출처=더불어민주당 박정 의원]
중소기업 기술탈취 근절 간담회 [출처=더불어민주당 박정 의원]

 

또한 고착화된 갑을 문화가 기술탈취로 이어지는 실정이라며, 이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됐다. 중소기업 기술보호를 위한 다양한 법 제도가 있으나 지속적으로 대기업에 의한 기술탈취가 발생하는 만큼 '중소기업기술보호법' 개정을 통해 기술분쟁의 신속한 행정구제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는 내용도 발표됐다.

최승재 세종대 교수는 "중소기업보호는 꼭 필요하지만, 제안된 법안에 대한 우려가 있다"라며 "보호해야할 기술 범위 조정과 벌칙 조항에 대한 삭제가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또한 "중소벤처기업부가 콘트롤타워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khcho@eco-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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