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촬영= 환경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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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포스트코리아 황인솔 기자] 십여 년 전, '웰빙(well being)'이라는 말이 유행하며 인류의 생활 모습에는 큰 변화가 생겼다. 육체와 정신이 건강하고 조화로운 삶, 바쁜 일상과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행복을 추구하는 라이프 스타일. 이 단어로 인해 우리는 더 좋은, 깨끗한, 질 좋은 것을 소비하며 스스로를 소중히 여기는 법을 배웠다.

웰빙의 바톤을 이어받아 최근에는 '친환경' 시대가 왔다. 올해 뉴스를 뜨겁게 달군 살충제 달걀 사태, 생리대 유해물질 검출 및 부작용 의혹 등 화학물질 관련 이슈가 연달아 벌어지며 '케미컬 포비아'라는 신조어도 생겼다. 먹을거리, 생필품 등의 성분을 꼼꼼히 살피고 화학물질이 최소화된 것을 찾는 일은 이제 하나의 트렌드가 됐다.

11월,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2017 친환경대전'에서는 이와 같은 양상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곳에는 우리가 쉽게 사용하고 또 생활에 필요한 물건들에 친환경이라는 색이 입혀져 있었다.

현장에서 만난 40대 여성에게 "어떻게 친환경을 실천하고 있냐"라고 묻자 한참동안 답변이 이어졌다. 그의 말을 요약하면 "환경 호르몬이 덜 나오는 용기를 사용하고, 농약을 사용하지 않은 채소를 먹으며, 황토를 벽에 발라 숨 쉬는 집을 만들고, 화학성분이 없는 샴푸로 머리를 감는다"고 말했다.

그가 친환경을 선호하는 이유는 건강 때문이었다. 자신과 사랑하는 가족이 좀 더 좋은 것을 먹고, 자연에 가깝고 인체에 해롭지 않은 것들을 소비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인터뷰를 마치고 주위를 돌아보니 실제로 우리가 건강한 하루를 보낼 수 있게 돕는 제품들을 찾아볼 수 있었다. 친환경 페인트, 친환경 새시, 친환경 바닥재, 친환경 옷, 친환경 간식같은.

친환경대전의 부스를 하나하나 돌며 원목 가구 업체 직원과 만났다. 아이들이 입에 넣고 빨아도 무해한 장난감부터 자는 동안 피톤치드 숲을 경험할 수 있다는 침대에 이르기까지... 더욱 친환경적이기 위해 못이나 페인트조차 사용하지 않았다고 했다.

기자는 문득 궁금증이 생겨서 직원에게 "그렇다면 이 가구를 만들기 위해 베어진 나무의 숫자는 얼마나 될까요?"라고 물으니 대답을 못했다. 자신은 아르바이트생이라 거기까지는 잘 모른다고.

친환경의 사전적 의미는 '환경과 조화를 이루도록 환경을 배려하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 '친환경'이라는 이름이 붙은 제품들은 '자연에 가깝다'는 본래 의미와 달리 '인체에 무해하다'는 의미로 더 자주 사용되고 있다.

예를 들어, 계면활성제가 탈모, 피부염 등 부작용을 유발한다는 보도 이후 천연샴푸에 대한 관심이 급증했다. 그런데 팜유, 야자유, 우지 등을 원료로 한 제품은 물에 녹으면 수생 생물에 독이 되고 또 그 천연 성분을 채취하기 위해 어딘가의 숲을 베어야 한다.

사실 인류는 원시 생활에서 벗어난 순간부터 친환경에서 벗어났다. 농사를 짓기 위해 불을 숲으로 태웠고, 수렵 활동을 하며 동물과 식물을 죽였다. 혹자는 우스갯소리로 '인류의 멸망이 곧 친환경'이라고 말한다. 우리는 보다 잘 살기 위해, 더 건강하기 위해 지구를 개발하고 자원을 사용하며 조금씩 병들게 하고 있다.

한 책에서는 이렇게 말한다. "진정한 친환경이란 웰빙의 욕구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 자연의 질서를 따르는 것이다."

어떤 것이 정답이라고 명확히 말할 수 없다. 그러나 우리의 삶에서 진정한 친환경이 무엇일지, 내 몸이 건강하기 위해 너무 많은 것을 희생시키고 있는 건 아닌지 진지하게 생각해야할 때인 것은 분명하다.

breezy@eco-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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