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용인 권익 보호, 무용의 대중화 앞장선다"

[그린포스트코리아 조규희 기자] 올해로 38회째를 맞이한 서울무용제가 아쉬움을 뒤로하고, 26일 막을 내렸다. 이번 무용제는 무용인만의 리그를 넘어 다양한 콘셉트의 공연을 통해 관객과 직접 소통하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받고 있다.

국내 최고 명무명인 5인(조흥동, 배정혜, 국수호, 양성옥, 이은주)이 한자리에 모여 무용을 통해 보여줄 수 있는 '유려함의 극치'를 선사했을 뿐만 아니라 라이징 댄싱스타 5인(차진엽, 김설진, 이선태, 조재혁, 박수진 & 최태헌)은 인상적 볼거리를 제공했다.

특히 일반인들의 참여를 유도한 '4마리 백조 페스티벌'에서는 전문가뿐만 아니라 일반인도 쉽게 무용에 접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 무대로 평가받고 있다. 남궁연 예술감독과 함께한 이 무대를 통해 일반인은 무용을 좀 더 가깝게 느낄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며, 무용가들은 신선한 그들의 춤을 통해 또 다른 창작의 아이템을 찾을 수 있었다. 더불어 관객들이 좋아하며, 즐길 수 있는 춤에 대해 서로 공감할 수 있는 자리였다.

서울무용제가 기존의 틀을 깨고 신선한 시도를 할 수 있었던 중심에는 조남규 한국무용협회 이사장이 있다. 조 이사장은 무용수 출신임에도 기획과 행정 분야 전문가로 경력을 쌓으면서 무용의 선진화에 앞장서 왔다.

조 이사장과의 일문일답을 통해 한국무용협회 이사장으로서의 계획과 그가 꿈꾸는 서울무용제에 대한 의견을 들었다.

 

조남규 한국무용협회 이사장 [출처=한국무용협회]
조남규 한국무용협회 이사장 [출처=한국무용협회]

 

그린포스트코리아 독자들에게 간단히 자신을 소개해 달라.
한양대 무용과에 입학해 석박사도 모두 동 대학원에서 이수했다. 과학적으로 춤을 분석해 운동 강도나 에너지 소비량이 높다는 내용의 박사 논문을 냈는데, 당시엔 그와 같은 연구가 거의 없어서 큰 주목을 받았다. 28세의 어린 나이에 서울 뮤지컬단에 지도위원으로 들어갔는데, 때마침 기획실장 자리가 공석이었던 터라 그 임무를 수행했다.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폭넓게 견문을 쌓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무용뿐만 아니라 예술 전반을 이해하고, 공존을 모색해야 한다는 마음가짐을 가질 수 있었다. 그때의 경험이 한국무용협회 이사장으로서 무용계를 이끌어나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된 것 같다. 

 

한국무용협회 이사장으로서, 상명대학교 교수로서, 국제춤축제연맹 집행위원회 의장으로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이렇듯 바쁘게 생활하는 이유가 궁금하다.
기질적으로 새로운 것을 만들고 기획하는 창작가로서의 성향이 좀 있는 것 같다. 대학 재학 시절 무모하다고 생각되는 기획을 많이 했다. 학교에서 아무 재정지원 없이 지방 순회공연을 추진했는데, 의외로 성공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젊은 시절 치기 어린 발상이었다고 생각하지만, 그런 경험들이 쌓이다 보니 '할 수 있다'라는 자신감과 '도전의식'이 생겨났던 것 같다. 소위 '일복'이 많은 건 '숙명'인 것 같다.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지만, 모든 활동에는 '무용계의 발전'이라는 기본 명제가 바탕이 된다. 이를 달성할 수 있다면 대학시절의 무모한 치기를 버릴 생각도 없고, 무용계의 발전에 이바지하도록 끊임없이 도전할 생각이다.

 

자리가 주는 부담은 없는지 궁금하다.
한국무용협회는 1961년 출범 이래로 대한민국 무용예술의 발전과 활발한 국제적 교류의 교두보 역할을 해 온 무용계의 역사다. 협회 이사장이라는 자리가 주는 무게감이 엄청나다. 협회 이사장으로서 무용계의 현안을 정책적으로 실현하는 역할이 쉽지는 않다. 그러나 무용 발전이라는 큰 목표 아래 과제를 설정해 정부를 비롯한 기관들과 협조해서 무용가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예술경영 분야 교수로서 타 전공자가 가진 역량을 예술과 융합시켜 그들이 예술분야에 진출하도록 돕는 게 나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예술에 이바지할 수 있는 인재를 양성하는 데 중점을 두고, 현장 중심 교육을 하고 있다. 당장이라도 공연 예술계에서 자신의 역할을 할 수 있을 인재 양성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한국무용협회 이사장으로서 가장 큰 목표는 무엇인가.
애석하게도 현재 무용계는 최대 위기에 직면해있다. 무용계 생태계 자체가 위협을 받는 상황이다. 한 해 동안 무용 전공 졸업생이 1700명에 달하는데, 그들이 취업할 만한 일자리가 부족한 게 현실이다. 뿐만 아니라 무용과 관련된 사회적 인프라도 턱없이 부족하다. 이 두 가지 건에 대해 최우선으로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무용 생태계를 살리기 위해서 '무용' 과목을 교과로 채택시키기 위해 노력 중이다. 예술 분야 중 음악, 미술, 연기 등은 이미 초중고에서 교육하고 있는 데 반해 무용만 그렇지 못하다. 무용은 다른 예술과 협업이 가능한 분야로써 예술 교과로 반드시 채택돼야 한다. 또한, 무용 분야에서 댄스홀, 박물관, 전시장의 역할을 할 수 있는 중추적 건물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 역할을 할 수 있는 건물이 국립무용센터이며, 현재 이를 건립하기 위해 정부와 긴밀한 협의를 진행 중이다.

 

'4마리 백조 페스티벌' 행사 [출처=한국무용협회]
'4마리 백조 페스티벌' 행사 [출처=한국무용협회]

 

외국에서 유입되는 문화 속 춤에 밀려 한국무용이나 현대무용이 설 자리를 잃어가는 게 아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를 개선하려는 방안이 궁금하다.
어린 시절 체험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안타깝지만 무용은 영화나 뮤지컬 등과는 달리 유년기에 접할 기회가 많지 않은 게 현실이다. 이를 극복하는 게 최우선이라고 생각한다. 대중과 함께 호흡해가면서 무용의 즐거움을 보여주고 함께 즐길 수 있었으면 좋겠다. 38회 서울무용제 역시 이와 같은 신조를 바탕으로 경연 50%, 시민과 함께할 수 있는 축제 50%로 기획했다. '네 마리 백조 페스티벌'이 시민과 함께한 대표적 행사다. 무용에 대한 기량 평가가 아닌 무용이 즐거움을 선사할 수 있다는 점을 알리기 위한 본 행사의 기획 취지에 맞는 재미있는 공연이 많았다. 이와 같은 이벤트를 통해 무용에 대한 진입장벽을 낮출 것이다.

더불어 고령화 시대에 노인인구의 여가 프로그램으로 무용이 활용되는 점은 긍정적 측면이다. 이런 노력이 대중에게 파고들면 무용의 대중화가 이뤄질 것으로 생각한다. 10여 년 전만 해도 '발레'는 대중성을 가진 춤이 아니었다. 그러나 '발레 붐'이 불면서 대중성을 확보하게 됐다. 발레도 대중화된 현재 무용 대중화가 불가능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발레의 사례를 적절히 벤치마킹하고, 무용의 장점을 알리면서 장기적으로 생태계를 구축해 나간다면 무용계가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올해로 38회를 맞은 서울무용제가 무용계에서는 권위 있는 행사였을지 몰라도 대중에게는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이번 서울무용제는 대체로 성공적이었다고 평가를 받고 있다. 어떤 특징이 성공적 행사를 이끌었는지 궁금하다.
38년은 굉장히 긴 기간이다. 대한민국 무용제에서 시작된 서울무용제는 최초로 정부 지원금을 받고 창작 작품을 만들 수 있었던 행사였다. 무용가는 무용제 입상이 큰 영광이었으며, 자랑이었던 시절도 있었다. 그러나 서울무용제가 대중과 함께했다기 보다는 무용가들의 잔치에 머물며 38년간 오히려 퇴보했다는 지적을 많이 받아 왔던 것은 사실이다.

이를 개선하고 대중에게 다가가고자 다 함께 참여할 수 있는 축제로 발전시켜 나가려고 노력했다. 최고의 명무를 한 자리에 모은다는 점도 쉽지 않은 일이었지만, 명무 모두 무용계의 대중성 확보라는 취지에 공감해 성공적으로 이벤트를 마칠 수 있었다. 무념무상 시리즈는 올해의 무용 공연으로 회자할 만큼 주목을 받았으며, 기획한 모든 행사가 매진을 기록하는 등 대중의 반응이 좋았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서울무용제가 대한민국 대표 경연이자 축제로 거듭나기 위해 앞으로 경연과 더불어 기획 프로그램을 추가해 시너지를 창출해나갈 것이다.

 

무념무상 개막 공연 [출처=한국무용협회]
무념무상 개막 공연 [출처=한국무용협회]

 

38회 서울무용제에 대해 총평을 한다면.
무용계가 힘든 나날을 보내는 가운데 펼쳐진 38회 서울무용제를 성공리에 마무리할 수 있어서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이를 계기로 무용인들이 화합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간혹 연극협회 사람들을 만나는데 그들은 자신의 협회를 "우리 협회"라고 부른다. 무용계도 좀 더 끈끈하게 연결됐으면 좋겠다. 서울무용제가 대표 축제로 위상이 높아지면 자연스럽게 협회의 응집력도 강해질 것으로 생각한다. 이번 서울부용제는 비단 무용인뿐만 아니라 일반 대중과 어울려 즐거웠던 한때였다고 생각한다. 서울무용제에서 느꼈던 즐거움을 추억으로 간직하고, 내년에 더 멋진 서울무용제를 선보일 것을 약속한다.

khcho@eco-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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