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열발전소, 포항 지진 원인으로 단정할 수 없어”
“지열발전소, 포항 지진 원인으로 단정할 수 없어”
  • 김기성 기자
  • 승인 2017.11.25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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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주입이 방아쇠 역할 vs 물 주입량 적어…단층 활동 시기 앞당겨 진 것 뿐
24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포항지진 긴급포럼에서 고려대 이진한 교수가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출처=그린포스트코리아 DB]
24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포항지진 긴급포럼에서 고려대 이진한 교수가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출처=그린포스트코리아 DB]

[그린포스트코리아 김기성 기자] 포항지진이 원인이 지열발전소였는지에 대해 학계 전문가들이 갑론을박을 펼쳤지만, 명확한 결론이 나진 않았다. 다만, 지진의 발생 원인에 대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데는 한 목소리를 냈다.

24일 중구 프레스센터에서는 학계 중심으로 '포항지진 긴급 포럼'이 개최됐다. 포럼에서는 학계 전문가들이 모여 15일 발생한 포항지진을 분석한 자료와 현황을 공유하며, 향후 대책을 논의했다.

고려대 지구환경과학과 이진한 교수와 부산대 지질환경과학과 김광희 교수는 포항 지진 발생 원인으로 지열발전소가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교수는 “포항 지진은 지열발전소에서 단층에 물을 주입하면서 단층 마찰이 약해져 발생된 것으로 추정된다”라며, “지열발전이 포항 지진 발생의 직접적인 영향은 아니더라도, 지진을 촉진시키는 방아쇠 역할을 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덧붙여 “단층에 주입된 물의 양도 중요하지만, 얼마나 빠른 속도로 물을 주입했는지에 따라 영향력이 커질 수 있다”라고 말했다.

김 교수도 유사한 주장을 펼쳤다. 김 교수는 “지열발전소에서 지난해 1월부터 올해 9월까지 물을 주입했는데, 그때마다 미소지진이 발생했고, 마지막 물 주입 후 두 달이 지난 시점에 포항 지진이 발생했다”라고 설명했다. 대량으로 물을 주입해 열을 생산하는 지열 발전 과정이 지진을 유발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이다.

24일 오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포항지진 긴급포럼에서 부산대 김광희 교수가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출처=그린포스트코리아 DB]
24일 오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포항지진 긴급포럼에서 부산대 김광희 교수가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출처=그린포스트코리아 DB]

반면, 연세대 지구시스템과학과 홍태경 교수는 다른 견해를 내놓았다. 홍 교수는 미국 오클라호마의 예를 들면서 “오클라호마 셰일가스 채굴지역에서 발생한 지진은 수백 개의 구멍에 2000만㎥의 물을 주입했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라며, "포항 지열발전소는 구멍이 두 개밖에 안 되고, 주입된 물의 양도 1만 2000㎥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일부는 빼내 지금은 5000㎥만 남아있는 상황”이라며, 오클라호마 사례와 비교했을 때 물리적 수치가 소량에 불과해 지열발전을 강진의 원인으로 판단하는 게 올바르지 않다는 지적이다. 더불어 “포항에서 발생한 규모의 강진이 일어나기 위해선 수년간 많은 양의 물이 주입돼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오히려 홍 교수는 “2011년 발생한 동일본 대지진이 이후 한반도 지각의 강도가 많이 약해졌다”라며 지열발전보다는 대지진의 영향이 컸을 것으로 분석했다. 

부경대 지구환경과학과 강태섭 교수도 “지열발전소에서 주입된 물을 지진 유발 원인으로 보기엔 물이 너무 소량"이라고 설명하며, 단, “포항 지진은 단층운동이 준비된 상태에서 물 주입이 방아쇠 역할을 했을 수는 있다”라고 밝혔다. 지열발전이 지진에 다소의 영향을 미쳤을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전문가들은 포항지진의 직접적인 원인이 지열발전소라는 단정을 짓기에는 연구가 부족한 상황이라며, 결론을 유보했다.

이진한 교수도 “화학적 모델이 최종결과는 아니다. 모델을 테스트하고 수정하면서 사실과 다르면, 다른 명제를 세워 연구하기도 한다”라며, “지열발전소가 원인이 될 수 있다는 하나의 모델을 제시한 것은 맞지만, 아직까지 포항지진의 원인이 지열발전이라고 결론을 내린 것은 아니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한편 지열발전소 주관기관인 넥스지오는 "포항지열발전 현장에 설치된 지열정은 직경 약 20cm, 4.3km 심도의 2개 시추공으로 금번 포항지진에 관련된 것으로 예상되는 단층과 무관한 위치에 설치돼 있을 뿐만 아니라 시추공의 설치에 의해 지진이 발생하는 예는 보고된 바가 없다"라고 설명했다.

덧붙여 "현장에서는 지열수 순환 설비 설치를 앞두고 금년 9월 18일 이후, 모든 현장 작업을 중지하고 2달 동안 현장 활동이 없는 상태다. 또한, 이 기간 동안 연구단에서 현장주변에 설치해 운영하고 있는 정밀지진 관측시스템에서 단 한 차례도 뚜렷한 지진활동이 관측된 바가 없다"라고 해명했다.

넥스지오는 "지열발전 현장작업 중단 이후 2개월 가까이 지나 발생한 5.4 규모의 포항지진은 포항지열발전 현장에 의해 유발된 지진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gskim@eco-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