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2011년 그린란드의 겨울은 따뜻했다
[기자수첩] 2011년 그린란드의 겨울은 따뜻했다
  • 김호중 기자
  • 승인 2017.11.23 1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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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1월 그린란드 최북단 마을 까낙에서 바라본 빙산 [인디21 다큐멘터리 제작팀]
2011년 11월 그린란드 최북단 마을 까낙에서 바라본 빙산 [인디21 다큐멘터리 제작팀]


[그린포스트코리아 김호중 기자] 2011년 11월, 낮 최고기온 영하 40도, 흑야가 시작된 그린란드.

'화성이 이런 느낌일까? 이곳은 지구가 아니다' 지구 최북단 마을 '까낙(Qaanaaq)'에 도착했을 때 처음으로 기자의 머리를 스친 생각이다.

바다가 얼면서 얼음판이 굉음을 토해내며 산이 되고, 별들은 지평선에 떨어지지 않고 북극성을 중심으로 원형을 그렸다. 영상을 제작하며, 세계 각지를 누볐지만 그린란드의 겨울 풍경은 전혀 새로웠다. 기자가 느낀 그린란드의 첫 인상, 이곳은 지구가 아닌 것 같았다.

다큐멘터리 제작팀이 이 곳을 찾았을 때 때마침 이누이트들은 월동준비가 한창이었다. 바다가 얼면 더 이상 바다사냥을 나갈 수 없다. 고작해야 미네랄이 풍부한 얼음 주변에 구멍을 뚫고 망을 설치하는 물개잡이 정도만 할 수 있을 뿐이다.

바다가 얼기 전 마지막으로 사냥한 바다코끼리를 배로 운반해 얼음바다 곳곳에 던져둔다. 이 시기엔 바다 전체가 냉동창고다. 과거에 이처럼 바다코끼리를 방치했다면 북극곰이나 늑대같은 맹수의 먹이가 됐을 수도 있었겠지만, 지금은 맹수의 개체 수가 줄어들어 이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 우리와 동행했던 마마우트도 3일째 그냥 뒀다고 했다.

그린란드의 겨울엔 마을 전체가 함께 일한다. 북극의 바다는 해안가부터 얼기 시작하기 때문에 미처 해안에 접안하지 못한 배들은 개썰매로 다함께 이동시켜야 한다. 개가 배를 끌고 가는 아이러니한 진풍경이 펼쳐진다.

 
그린란드의 베테랑 사냥꾼 마마우트가 바다코끼리를 해체하며 날 것으로 맛을 보고 있다 [인디21 다큐멘터리 제작팀]
그린란드의 베테랑 사냥꾼 마마우트가 바다코끼리를 해체하며 날 것으로 맛을 보고 있다 [인디21 다큐멘터리 제작팀]

각자 사냥한 바다코끼리는 한 곳에서 다함께 해체한다. 마치 우리나라의 김장날 풍경같다. 날 것을 먹는 이누이트들은 사냥한 바다코끼리를 해체하면서 함께 이 부위, 저 부위를 나눠먹으며 축제를 즐긴다. 얇게 썬 가죽과 근육이 입에 들어와 살살 녹는데, 마치 참치의 '마구로' 회 같다. 쫀득쫀득한 식감도 살아나니 맛이 일품이다. 내장은 차마 도전하지 못 했다.  

이렇게 해체한 바다코끼리는 가족 수만큼 나눈다. 많이 잡았다고 많은 양을 갖는 게 아니지만, 누구 하나도 불만이 없다. 이것이 언 발가락을 잘라버리고 싶을 정도의 통증이 몰려오는 그린란드에서 추운 겨울을 준비하는 그들의 방식이다.

일반적으로 대중들에게 '이글루'는 이누이트의 집으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사냥을 위한 임시거처였다는 게 정설이다. 이누이트에게 이글루란 '자신만의 장소'가 아닌 사냥도구나 식량을 남겨 놓는 '공유의 장소'였다. 어쩌면 '공유'라는 그들의 생활방식은 극한의 동토에서 살아남기 위해 뼛속까지 새겨진 그들만의 DNA가 아닐까 싶다.

그린란드에서 무수히 많은 북극의 자연을 촬영하고 담았지만, 기자가 가장 좋아하는 장면은 아래 사진이다. 공동체 사회가 붕괴된 한국에서 온 이방인의 부러움이 고스란히 담겨있기 때문이다. 2011년 그 때 그린란드의 겨울은 따.뜻.했.다.
 

그린란드의 베테랑 사냥꾼 '마마우트' 일가가 해체한 바다코끼리를 썰매에 저 멀리 보이는 마을로 돌아가고 있다.  [인디21 다큐멘터리 제작팀]
그린란드의 베테랑 사냥꾼 '마마우트' 일가가 해체한 바다코끼리를 썰매에 저 멀리 보이는 마을로 돌아가고 있다. [인디21 다큐멘터리 제작팀]

참고 

원래는 ‘툴레(Tule)’라는 마을이 북극점에 가장 가까운 마을이었으나, 2차 대전 후 미국의 공군기지가 툴레에 들어서면서 ‘까낙(Qaanaaq)’이 지구의 최북단 마을이 됐다.

khj@eco-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