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7일 환경부, 미세먼지 명칭 변경 예정 발표, PM10=부유먼지, PM2.5=미세먼지, PM1.0=초미세먼지
9월 26일 미세먼지 관리 종합대책, PM10, PM2.5, PM1.0 모두 미세먼지로 통칭
11월 14일 현재, "명칭 정해진 바 없어. 맞고 틀리고의 문제 아니고 용어 선택 문제일 뿐"

[그린포스트코리아 조규희 기자] '미세먼지'의 정의가 흔들리고 있다. 

환경부는 지난 3월 27일 미세먼지 명칭을 바꾸기로 결정했다고 밝힌 바 있다. '미세먼지'라 불렸던 PM10 이하의 명칭을 '부유먼지'로, '초미세먼지'라 불렸던 PM2.5의 명칭을 '미세먼지'로 변경하기로 결정하고 관련법 개정을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당시 환경부는 미세먼지 관련 용어가 국제 기준과 어긋난다는 학계의 주장을 받아들여 이처럼 변경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환경부는 대기환경학회 회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여 PM10을 '부유먼지'로, PM2.5를 '미세먼지'로 명명하는 것으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3월 27일 환경부의 발표 [출처=환경TV DB]
3월 27일 환경부의 발표 [출처=환경TV DB]

 

그러나 본 발표를 한 지 7개월이 지난 현재, 부처별, 의원별, 언론별, 기자별로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를 각자의 기준대로 사용하고 있다. 미세먼지 명칭을 바꾼다는 결정을 발표하기 이전보다 국민의 혼란만 늘어났다.

특히 지난 국정감사 기간 이와 같은 혼란이 현실에 드러났다. 의원들이 환경부의 미세먼지 정책에 대해 질책하면서 가장 자주 등장했던 표현 중 하나는 "환경부가 국감을 위해 XX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이다. 각 의원은 보도자료에 '수도권 PM2.5(초미세먼지) 장기노출로 15,715명 조기사망', '서울시 신촌로는 미세먼지(PM10)가 59㎍/㎥으로', '이산화질소는 경유차들이 주로 배출하는 초미세먼지(PM2.5)의 전구물질로서', '미세먼지(PM10) 예보 정확도 현황 자료를 검토한 결과' 등으로 환경부의 발표를 반영하지 않은 채 '미세먼지'를 환경부의 결정 전 기준으로 정의했다.

이와 같은 상황이 발생한 이유는 환경부가 자료전달 시 과거 기준의 자료를 전달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의원실이 자주 사용한 "환경부가 국감을 위해 XX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이라는 표현 속에 '본 정의의 책임은 환경부에 전가한다'라는 의미가 내포돼 있지는 않았을까? 결과적으로 많은 언론에서는 의원실 보도자료를 근거로 기사를 작성했고, 환경부가 바꾸기로 결정했던 '미세먼지'의 정의는 흔들리기 시작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미세먼지' 정의가 명확하지 않은 것 같다는 기자의 질문에 "미세먼지 명칭을 바꿀 것을 검토한 것뿐"이라며 한 걸음 물러서서, "미세먼지를 명확하게 정의하기 위해 국회에서 3건의 발의가 돼 있는 상황"이라고 밝히고, "그 결과에 따라 '미세먼지'의 정의를 명확히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11월 14일 현재 환경부의 입장 [출처=환경TV DB]
11월 14일 현재 환경부의 입장 [출처=환경TV DB]

 

또한 "학계에서 PM10을 부유먼지로 정의할 것을 건의한 바는 있지만, 검토보고서에서 국민의 혼동을 일으킬 우려가 있으므로 보류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더불어 "학회의 주장과 의원 발의, 국민의 의견을 모두 검토해 정의를 내리고 이를 대대적으로 홍보할 것"이라고 입장을 전했다. 덧붙여 "환경부 내에서도 미세먼지가 혼용돼 사용되고 있다"라며, "맞고 틀리고의 문제가 아니라 용어 선택의 문제일 뿐"이라고 의견을 밝혔다.

환경부의 주장대로 미세먼지에 대한 정의가 정해지지 않았다면 굳이 올해 3월에 명칭 변경을 공식적으로 발표한 이유가 궁금하다. 환경부가 명칭 변경을 성급히 발표하지 않았다면 적어도 지금과 같은 혼란은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지난 9월 26일에 정부는 국무회의를 거쳐 12개 관계부처 합동으로 '미세먼지 관리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종합대책 관련 문서에는 PM10, PM2.5, PM1.0를 모두 미세먼지로 통칭하고 있다. 그렇다면 종합대책의 목표인 '미세먼지 국내 배출량 30% 감축'이 세 종류의 미세먼지 모두를 감축하겠다는 의미인가? 의문이 남는다.

khcho@eco-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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